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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천하' 무소속의 반란...국민의힘 독주에 역부족

등록 2022.07.04 18: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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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 외면 원 구성...시민 비판

선거 당시, 당선 후 시의원 태도 180도 달라

시민들 "포항 민주주의 죽었다"

[포항=뉴시스] 강진구 기자 = 경북 포항시의회는 4일 오전 제9대 첫 회기인 제295회 임시회를 열어 전반기 의장으로 백인규(59·비례) 의원을, 부의장으로 김일만(57)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사진은 이날 임시 의장을 맡은 무소속 김성조 의원.dr.kang@newsis.com

[포항=뉴시스] 강진구 기자 = 경북 포항시의회는 4일 오전 제9대 첫 회기인 제295회 임시회를 열어 전반기 의장으로 백인규(59·비례) 의원을, 부의장으로 김일만(57)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사진은 이날 임시 의장을 맡은 무소속 김성조 의원[email protected]

[포항=뉴시스] 강진구 기자 = 무소속 최다선의원의 '1일 천하'가 국민의힘 독주 앞에 힘 없이 무너졌다.

경북 포항시의회는 4일 오전 제9대 첫 회기인 제295회 임시회를 열어 전반기 의장으로 백인규(59·비례) 의원을, 부의장으로 김일만(57)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하지만 이날 의장선거를 위한 임시회는 긴장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개원 시의회는 의회법상 최다선의원이 임시 의장을 맡게 돼 있는 데 문제는 무소속 의원이 유일한 최다선 의원이기 때문이다.

무소속 김성조 의원은 5선 최다선의원으로 이날 임시 의장을 맡게 되자 "현행 교황식 선출방식은 합리적 의장 선출이 어렵다"며 "다른 광역지자체 처럼 후보 등록 뒤 정견을 발표하는 공개적인 의장선거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의회 규칙 상 제8대 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장 선출의 건이 상정됐으나 부결된 바 있다"며 "현재시점에서 후보 등록과 정관 발표는 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김성조 임시 의장은 이날 "의회규칙이 부결됐지만 합리적 의장 선출을 위해 후보 등록과 정견 발표는 꼭 필요하다"며 "법에 위배된다면 간담회 석상에서 후보에 나오려는 의원을 대상으로 정견 발표를 듣자"고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에 간담회 상에서 후보 등록 사실을 고지하고 정견발표를 하는 것으로 의견이 조율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김상민 의원이 정견발표 공개여부를 질의하면서 비공개 쪽으로 의견을 유도해 시의원들만 참여하는 정견발표를 실시하면서 '반쪽자리' 정견발표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출마 후보 5명이 간담회장에서 가나다순으로 정견 발표를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 30여분 뒤 의장단 선거가 본회의장에서 진행됐다.

임시 의장 석에 앉은 김성조 의원은 의장선거과정을 지켜본 뒤 4시간여 만에 의장석에서 내려왔다. 무소속의 화려한(?) 반란, '1일 천하'가 4시간 만에 국민의힘 의원들에 의해 무참히 무너지는 순간이다.

교황식 선출보다 후보등록, 정견 발표로 이어지는 의장 선거가 모두 더 나은 이상적 제도인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들, 국민의힘 시의원들에게는 용납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의장 선출 직후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소임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정의'도 '세력' 앞에선 무력한 것을 정치역정 20여년 동안 또 다시 실감했기 때문이다.

의회 방청객들은 김성조 임시의장에 박수를 보내면서 똑 같은 무력감을 맛봐야 했다.

민의를 무시하는 이들 시의원들의 행태에 분노하는 시민들도 많다. 시의회는 시민의 대의기관으로 시민들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만 보면 시의원들은 이제 선거 당시 시의원 후보가 아니다. 시민들의 '봉사자'를 자처했던 이들은 이제 시민들의 '상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시민들은 우리들의 '종복'을 새로 뽑은 것이 아니라 또 다시 33명의 '상전'을 우리 손으로 선출한 것이다.

포항시민사회단체에서 줄기차게 요구했던 포스코 관련 인사 선출 제외 호소는 헛구호에 그쳤고 선거 당시 국회의원의 종복이었던 이들이 또 다시 지방권력의 핵심으로 자리를 굳혔기 때문이다.

이날 최다 득표는 지역 의정 사상 최초의 비례대표 출신이고 국회의원 선거사무소 본부장이며 정책특보 출신이다.

선거 당시 민의를 반영하자고 주장했던 시민들의 목소리는 이번 의장단 선거에서 만큼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양덕동 A(75)씨는 "포항의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시의회는 지역 국회의원의 하수인이 있을지언정 민의를 대표하는 인사는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선거가 끝나자 마자 '종복'을 외치던 시의원 후보는 이제 없고 언제나처럼 당선된 뒤 자신의 '이권'과 '권력'에 집착하는 시의원들만 있을 뿐"이라고 한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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