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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EDF 국영화…40여년 민영화 흐름 첫 반전

등록 2022.07.07 10:46:04수정 2022.07.07 11: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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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기후위기 대처·러 에너지 의존 탈피 목적

고물가·고유가 따른 생활비 증가 우려 대응

1980년대 이후 국영기업들을 대부분 민영화

[파리=AP/뉴시스]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가 6일(현지시간) 프랑스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2.7.7.

[파리=AP/뉴시스]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가 6일(현지시간) 프랑스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2.7.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프랑스 정부가 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심화함에 따라 주권을 지키기 위해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완전 국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유럽 최대 규모인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업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최근 취임한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이날 첫 의회 연설에서 국영화 계획이 프랑스의 에너지 독립을 보장하고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으로 핵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른 총리는 또 프랑스는 전력의 70%를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하는 등 원전 의존이 전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더이상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84%인 EDF의 정부 지분을 100%로 올려 에너지 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EDF는 프랑스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정부가 경제에 직접 개입하는 오랜 전통이 있으나 1980년대 이후 국영기업들을 대부분 민영화했다.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2017년 대선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 지출을 줄이는 등 친기업적 공약으로 당선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으로선 이번 조치가 의미가 크다. 기후변화 등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주요 기업을 국유화함으로써 프랑스의 경제 및 에너지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독일 등 다른 유럽국들에 비해 러시아에 대한 석유 및 천연가스 의존도가 낮다. 그러나 에너지 독립을 유지하려면 낡은 원자력 발전소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과 물가, 생활비가 치솟는 것이 프랑스 국민들이 최대 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마크롱 대통령은 2035년까지 517억유로(약 68조7429억원)을 투입해 대형 차세대 가압 경수로 반응로 14기를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원자력 발전 전문가 엘리 코헨은 "정부가 원자력 발전 중심으로 에너지 부문을 개편하기로 했으며 EDF가 충분한 재원이 없는 상태에서 추가로 반응로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국영화만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앞서 EDF의 재국영화를 시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재선 유세과정에서 "일부 기업의 지분을 장악하는" 장기적 에너지 계획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EDF는 지난해 종업원이 16만5000명에 달하고 연 매출이 850억유로(약 113조1529억원)을 기록하는 등 프랑스 최대 기업 중 한 곳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소들은 1980년대에 지은 것이 대부분으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몇 달 전부터 프랑스 전체 원전의 절반 가량을 폐쇄함으로써 프랑스 전력생산량이 최근 30년 사이 최저로 떨어지는 등 원전 유지 관리 문제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노후 원전의 유지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부식과 냉각수 통로의 용접이 새는 등으로 안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여름의 고온으로 냉각이 더 힘들어지기도 했다.

코헨은 2005년 EDF가 부분 민영화된 이후 재정적, 경제적, 산업적 문제가 커져왔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유럽의 경쟁 규제를 따르기 위해 생산비보다, 또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전기를 소규모 제3 전기 공급자에게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민영화는 프랑스 가계에는 많은 도움이 됐지만 그로 인해 EDF는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월에도 프랑스 전기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EDF가 경쟁사들에게 더 많은 원자력 전기를 판매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브루노 르 메레 재무장관은 그로 인한 손실이 84억유로(약 11조1822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수시로 시장 가격을 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EDF가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로 인해 EDF는 현재 430억유로(약 57조246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이브 마리냑 프랑스 에너지 전문가는 EDF가 "시장 경쟁력이 없으며 재정적 여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EDF는 마크롱 대통령이 발표한 원자력 발전 강화계획에 부응할 능력이 없는 상태다.

마리냑은 "재국영화는 대통령이 제시한 계획에 따라 EDF가 기존 원전을 관리하고 새 원전을 지을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핵발전을 민간경제에 통합하는 것이 환상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DF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1400여개에 달하는 발전회사들을 국영화하면서 통합해 설립됐다. 2005년까지 국영기업이었다가 일부 민영화됐다.

보른 총리는 EDF 소수 지분을 정부가 매입하는 방법으로 국영화를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국영화를 통해 EDF가 우리 에너지 미래에 필수적인 야심적인 계획을 최대한 빨리 실현할 수 있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의회는 이날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을 "녹색"에너지로 규정해 이 부문 기업의 금리부담을 낮추고 국가 보조금 지원을 쉽게 만들었다. 프랑스는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줄임에 따라 유럽의회가 이런 조치를 취하도록 로비해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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