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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슬픈 이야기는 사람들을 가깝게 만들어줄까요...'가정 사정'

등록 2022.07.17 12: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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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가정 사정'. (사진=문학동네 제공) 2022.07.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가정 사정'. (사진=문학동네 제공) 2022.07.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모르는 청년의 일로 가슴 아파하는 아주머니에게 인주는 말했다. 왜 슬픈 이야기는 사람들을 가깝게 만들어줄까요. 인주는 이제 알 것 같았다. 그 슬픈 이야기들이란 사실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에 가깝기 때문이라고."('개인 사정' 중)

소설가 조경란이 여덟번째 연작소설집 '가정 사정'(문학동네)을 냈다. 표제작을 비롯해 '내부 수리중', '양파 던지기', '분명한 한 사람', '개인 사정' 등 8편이 담겼다.

표제작 '가정 사정'은 2020년 김유정문학상 후보작이다. 아내와 아들을 불시에 잃고 남겨진 부녀가 처음으로 둘만의 새해를 맞이하는 모습을 그린다. 고층빌딩에서 떨어진 종잇조각을 치우며 자신이 과연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였는지 돌아보는 노년의 아버지와, 나이들어가는 아버지를 돌보며 그마저 떠나고 홀로 남겨질 자신을 막연히 그려보는 중년의 딸이 등장한다. 서로를 더욱 배려하고 생각해주려 하지만 그 방식때문에 조금씩 어긋난다.

'내부 수리중'과 '양파 던지기'는 안전한 삶을 욕망하는 부부의 이야기로, 이뤄낸 꿈과 잃어버린 꿈, 그리고 그 속에서 흔들리는 관계를 묘사한다. '분명한 한 사람, '한방향 걷기', '개인 사정'은 각각 교회 내 성폭력과 가정폭력, 자녀 살해 후 자살로 트라우마를 겪는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작아도 언젠가 자신만의 번듯한 식당을 갖게 될 줄 알았다. 태선생이 기대했듯이. 분식집을 열게 됐을 때 기태는 선생에게 사실과 약간 다른 소리를 했다. 아내에게는 괜찮은 것들이 선생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어떤 부끄러움들이 솔직해지려는 감정을 가로막았다.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건 불가능해 보였고 그런 마음이 자신을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느끼게 했다. 마흔이 넘었을 뿐인데 벌써 지쳐버린 기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내부 수리중' 중)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하면 어때요. 오숙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오숙은 서른일곱 살이었지만 자신이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나이들어버렸다고, 그래서 인생을 되돌리기 어려운 거라고 느끼고 있었다. 우리가 뭘 안 한다고 해서 누구한테 해가 되지는 않잖아요."('분명한 한 사람' 중)

조경란 작가는 "이 소설집을 쓰면서 나는 이야기가 서로를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며 살아갈 위안을 준다는 걸 경험했다"며 "무력하고 쓸쓸한 밤에. 이 책을 읽는 분들께도 그 감정이 가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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