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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달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보수색채 입힌다...'혁신보다 미래교육' 중점

등록 2022.08.09 10: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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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교육감 선출 이래 경기교육청서 보수교육감 첫 당선

인수위, 새 경기교육 청사진 전달...10개 정책목표·25개 정책과제 설정

올 하반기 조직 개편으로 임태희 교육체제 방향·목표 추진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7.06.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7.06.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민선교육감 선출 이래 처음으로 경기도교육청을 이끌게 된 보수 성향의 임태희 교육감이 취임 한 달째를 맞이하면서 향후 임기 동안 핵심적으로 추진할 교육정책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임태희 교육감은 이번 6·1지방선거 당시부터 강조해온 진보교육감의 편향된 교육정책에 균형을 맞추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는 한편,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방향을 입히기 위한 단계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모양새다.

'9시 등교' 폐지·'학생인권조례' 손질 예고...진보교육감 정책기조 수정

임 교육감은 지난달 1일 취임과 함께 첫 결재를 교육감 후보 당시 공약사항이었던 ‘학교 등교자율화’로 택하고, 일선 학교 현장에서 말 그대로 자유롭게 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전임자였던 이재정 전 교육감이 2014년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직후 가장 먼저 ‘9시 등교’를 핵심정책으로 시행하며 이를 획일적으로 시행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임 교육감은 이번 선거에 출마하면서 도내 학부모 및 교육계 관계자들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서로 소통하기 위한 일명 ‘리스닝 투어’(Listening Tour)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임 교육감은 진보교육감 재임 시절 추진한 ‘9시 등교’에 찬성하지 않는 여론이 있는 점을 파악했다.

그는 개별 학교마다 등교시간을 정해 운영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강조하며 ‘학교 등교 자율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고, 당선 이후 ‘1호 결재’로서 약속을 지켰다.

이와 더불어 집행 부서가 신임 교육감의 공약 성과를 챙기려는 과욕으로 반강제적으로 등교시간을 앞당겨 ‘0교시 부활’ 등 공약 취지가 훼손되는 일이 빚어지지 않도록 일선 학교들로부터 학교 등교자율화 시행여부에 대한 일체의 보고를 받지 말 것을 지시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자율적으로 등교시간을 조정해 운영하자는 취지로 교육감이 시행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 이를 보고받거나 하고 있진 않다”며 “앞으로도 어느 학교가 언제 등교하는지 파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육감은 교권에 대해서도 취임 초기부터 확실한 목소리를 내는 등 진보교육감 집권 때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수원에서 초등학생이 싸움을 말린 교사에게 흉기로 위협한 사건이 발생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런 사태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학생과 부모에게 경고해야 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교실에서 소수 학생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다수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경우를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 노출된 교사들이 교육활동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교권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게 임 교육감의 생각이다.

교육감 인수위는 학생의 책임 강화를 통해 학생인권과 교권이 상호 존중할 수 있는 관련 조례 개정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백서에 반영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교권 강화를 위한 공감대 형성에도 나서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달 28일 현직 초등학교 교사와 학교 관리자를 비롯해 국내 3대 교원단체(경기교총·전교조·경기교사노조)를 초청해 교권 보호를 주제로 다룬 토론회를 열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폭언·물리력 행사 등을 맞닥뜨렸을 때 겪는 교사들의 고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들이 토론회에서 활발하게 오갔다.

교사들은 여러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일부 학생을 제지하면서 가해자로서 '학대 신고'를 당한 사례 등 무너진 교실 풍경을 전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임 교육감도 실무부서와 전문가 등 논의를 거쳐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진보교육감 체제 속에서 두드러졌던 ‘학생인권’을 담당했던 본청 부서인 ‘학생인권생활과’도 교사의 지도권을 보장하는 성격이 강조된 ‘학생교육생활과’로 명칭을 바꾸는 등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다.

최승학 경기교총 교권정책국장은 “이번 토론회가 하나의 출발점이 돼서 이게 마침표가 아닌 실무자 토론회나 공청회 등을 통해 심도 있게 검토해 제대로 교권을 보호해줄 수 있는 정책을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뉴시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기뻐하고 있다. 2022.06.02. 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기뻐하고 있다. 2022.06.02. [email protected]

‘조직 개편안·인수위 백서’로 살펴본 새로운 경기교육

도교육청은 지난 1일 교육감 주요 공약의 신속한 이행을 위한 본청 내 담당 신설 및 업무 기능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경기도교육청 행정기구 설치조례 시행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 담긴 내용을 보면 임 교육감이 앞으로 4년간 운영해나갈 교육 정책방향을 짐작해볼 수 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이전 진보교육감 재임 당시 중점적으로 추진됐던 ‘혁신교육’과 ‘민주시민교육’ 운영기조가 180도 바뀌었다는 점이다.

기존 진보교육감 색채가 드러나는 ‘혁신’이 사라지고 ‘미래’란 용어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사무분장표에서 ‘혁신학교’, ‘혁신교육’은 빠진 대신 ‘미래학교’, ‘미래교육’이 새롭게 들어왔다.

혁신학교 전 단계인 혁신공감학교는 더 이상 확대하지 않기 위해 세부 조례를 삭제했다.

'임태희표' 미래교육의 형태는 ‘국제바칼로레아’(IB), ‘디지털역량’(DQ) 등 크게 두 갈래 축으로 이뤄진다. 이를 도입하거나 개발 또는 적용하기 위한 조항이 신설됐다.

임 교육감 당선과 함께 꾸려졌던 도교육감 인수위원회 운영 당시 IB추진분과, DQ추진분과 등 2개 분과도 함께 기구에 설치된 바 있다.

도교육감 인수위는 지난 2일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핵심공약을 세부적인 정책으로 다듬은 백서를 도교육청 집행부에 전달했다.

백서를 살펴보면 이러한 내용은 ▲학생 1인 1스마트기기 보급 및 인프라 구축 ▲기초학력 진단·지원을 위한 하이테크 기반 시스템 구축 ▲AI튜터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 집중 지원 ▲경기형 IB 프로그램 운영기반 구축 ▲DQ 시민역량 개발 및 적용 등으로 구체화됐다.

IB 프로그램은 스위스 제네바에 법적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인 국제 바칼로레아(IBO)에서 1968년부터 운영하는 국제인증 학교교육프로그램이다.

IB를 이수하고 시험을 통과하면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하버드, MIT, 스탠포드, 컬럼비아 등 전 세계 2000여개 대학에 입학원서를 넣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2013년 국가 차원에서 IB를 자국어로 번역해 공교육에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2019년 대구에 이어 2020년 제주가 교육청 차원에서 이미 추진 중이다.

새 교육감의 정책 노선에 맞도록 부서 이름도 바뀐다.

진보교육감 체제에서 강조됐던 ‘민주시민교육과’는 ‘미래인성교육과’로 바뀌었다. 이밖에도 ‘학교지원과’는 ‘사립학교지원과’로, ‘학생생활인권과’는 ‘학생생활교육과’로, ‘마을교육공동체정책과’는 ‘방과후교육과’ 등으로 각각 변경된다.

인수위 백서에 눈에 띄는 ‘또 다른 한 가지’도 있다. 미래교육의 또 다른 형태로 제시된 산학연계형 직업교육 시스템 구축이다. 취업계고 충원율과 취업률 제고를 위해 취업연계형 학교를 운영하며 하이테크 고등학교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이 고교는 인공지능 마이스터고, 반도체 마이스터고, 융·복합 특성화고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 중 반도체 마이스터고는 현 윤석열 정부의 국가발전 방향과도 기조가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국가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라며 반도체 산업 육성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도교육감 인수위는 올 하반기 하이테크 고등학교 전환계획 수립을 세울 것을 제안했다.

지역교육계 한 원로는 “현재까지 취임하고 한 달 정도 모습을 보면 역시 임 교육감이 오랜 국정경험과 정치 생활을 통해 쌓은 내공이 보인다”며 “선거 때는 진보교육감과 각을 세우는 것처럼 비춰졌지만 당선된 이후에는 무리하게 자신의 공약을 관철하기보다 교육 전반의 소통을 통한 완급 조절을 통해 절충안을 찾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급하게 결과물을 얻기 위해 추진해나가면 기존 교육체제에 적응돼 있던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원성을 살 수 있다"며 "단기적인 목표와 함께 중·장기 관점으로 진보교육감 집권 때와는 정책방향이나 노선에 차이를 보여주면서도 그동안 편향됐던 교육에 균형을 맞춰나갈 과제를 수행하면 성공적으로 임기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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