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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중·러 견제' 아프리카 순방서 "선택 지시 안 해"

등록 2022.08.09 07: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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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국제 시스템 규칙 수호 기대"…러 '우크라 침공' 비판

남아공 국제관계협력장관 "아프리카, 미·중 분쟁 당사자 아냐"

[프리토리아=AP/뉴시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날레디 판도르 국제관계협력장관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2.08.08.

[프리토리아=AP/뉴시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날레디 판도르 국제관계협력장관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2.08.08.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과 러시아 견제 차원으로 해석되는 아프리카 순방에서 자국 정책을 소개하며 "선택을 지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 전략'을 주제로 한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순방은 중국과 러시아 견제 일환으로 해석된다.

블링컨 장관은 회견에서 "아프리카 국가는 너무 자주 다른 국가의 진보의 수단으로 취급됐다"라며 "자신 주민의 일상적인 투쟁과는 동떨어진 강대국의 경쟁에서 한 편을 들라는 말을 들어 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아프리카의 선택을 지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누구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선택을 할 권리는 아프리카인에게, 아프리카인에게만 속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블링컨 장관은 "미국과 세계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국제 시스템의 규칙을 수호하기를 기대한다"라며 "여기에는 모든 국가가 독립과 자주권을 보유할 권리가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각국의 영토 보전도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에서 현재 위기에 처한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모든 국가가 무력으로 국경이 다시 설정되지 않을 권리를 위해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어떤 곳에서건 우리가 이런 원칙이 파괴되도록 허용한다면, 모든 곳에서 이런 원칙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전역의 압도적 다수의 주민이 어떤 형태의 통치보다도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라고도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아프리카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원한다. 이는 명확하다"라며 "문제는 아프리카 정부가 자신 시민의 삶을 실질적인 방법으로 개선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아프리카 고유의 도전이 아니다. 이는 미국을 포함해 세계 모든 곳에서 민주주의 국가가 직면한 것"이라며 "우리는 민주주의를 아프리카에 문제가 있고 미국이 해법을 가진 영역으로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를 향한 규탄도 이어갔다. 블링컨 장관은 "취약한 민주주의 국가에 내재하는 빈약한 통치와 배제, 부패는 각국을 극단적인 움직임은 물론 외세에 더 취약하게 한다"라며 "여기에는 크렘린의 지원을 받는 와그너 그룹이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식량 문제를 언급,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하기 전에도 세계 전역에서 1억9300만 명이 인도주의 식량 지원을 필요로 했다. 세계은행은 러시아의 침공이 4000만 명을 이 전례 없는 숫자에 추가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런 취약한 이들 대부분이 아프리카에 있다며 "미국은 이런 전례 없는 위기에 아프리카 국가를 위해 이곳에 있다. 그게 파트너가 서로를 돕기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부터 자국이 66억 달러 상당 인도주의·식량 지원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아프리카 개방성 증진 ▲아프리카 파트너 국가와의 민주주의 협력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협력 ▲기후변화·청정에너지 전환 협력 등을 아프리카 전략 우선순위로 제시했다.

앞서 러시아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지난달 아프리카 4개국을 방문한 바 있다. 이에 그 직후 이뤄진 이번 블링컨 장관 방문을 두고 러시아, 그리고 그간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넓혀 온 중국을 향한 견제 차원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나 이날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순방을 "다른 어떤 장소나 국가에 관한 게 아니다. 아프리카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는 "아프리카와의 더 강한 파트너십에 대한 우리 약속은 누군가를 능가하려는 시도가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이날 블링컨 장관과 회담한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국제관계협력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남아공에는 전쟁을 지지하는 자가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침공'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아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는 자제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판도르 장관은 아울러 "중국과 관계를 맺기를 원하는 아프리카 국가는 그렇게 하도록 두라"라며 "우리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의 분쟁에 당사자가 될 수 없고, 이는 우리 모두에게 불안정을 초래하며 세계 경제 시스템에 영향을 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가 경제적인 발전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화해의 지점에 도달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라며 "이들은 두 강대국이며,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두 국가다. 우리가 성장할 수 있도록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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