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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환율 급등 부추긴다?...논란 가열

등록 2022.08.10 09:49:01수정 2022.08.10 10: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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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국민연금·서학개미가 외환 유출 요인 작용"

"국민연금 해외투자 달러 매수로 원화 절하 압력"

국민연금, 올해 해외 주식 246조 투자…기금의 26.9%

2027년까지 해외주식 비중 27.1%→40.3%로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7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 달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86억1000만달러로 전월 말(4382억8000만달러)보다 3억3000만달러 증가해 4개월 연속 감소했던 외환보유액이 증가세로 전환했다. 2022.08.03.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7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 달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86억1000만달러로 전월 말(4382억8000만달러)보다 3억3000만달러 증가해 4개월 연속 감소했던 외환보유액이 증가세로 전환했다. 2022.08.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과거 경제 위기 때나 볼 수 있었던 1300원을 훌쩍 넘어가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서울 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해 말 1188.8원 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1304.6원에 마감하는 등 지난해 말 대비 9.74% 절하 됐다. 환율은 지난달 15일에는 1326.1원에 마감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전세계적인 달러 강세의 영향이 크다. 최근 들어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배후로 국민연금이 지목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과 채권 등 해외 증권투자를 늘리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 수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전체 기금 투자액 중 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주식·채권 외 투자) 등을 합한 해외투자 비중은 지난해 말 43.8%에서 올해 4월 말 기준 45.6%로 1.8%포인트 상승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올해 4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919조5536억원 가운데 해외 투자금액은 418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해외 주식이 246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26.9%를 차지하고, 해외 채권 65조6000억원(7.1%), 대체투자 106조4365억원(11.6%) 등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17.5%인 국내 주식 비중을 2027년까지 14%로 줄이고, 해외주식 비중은 27.1%에서 40.3%로 높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선 올해 말까지 국내주식 비중을 16.3%로 줄이고, 해외주식은 27.8%로 늘릴 계획이다.

또 국내 채권 비중은 지난해 말 36.1%에서 34.5%로 낮추고, 해외 채권은 6.8%에서 8.0%로 높일 계획이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해외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해외 투자 수익률이 국내 투자에 비해 더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1988년 설립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수익률은 국내주식이 8.71%인 반면, 해외 주식은 14.05%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필요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현물로 사들이기 때문에 대규모 환전 수요가 발생해 원화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국민연금이 국내 투자 비중을 줄여나가게 되면 국내 증시가 충격을 받게 돼 역시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외환 시장에서는 올해 국민연금의 환전 수요가 3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6월 환율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의 해외자산 보유 규모가 가치 평가 상승 효과로 2700억 달러에서 3300억 달러로 지난해 600억 달러 증가했다"며 이례적으로 원화 약세 이유를 언급했다. 직접적으로 국민연금이 원화 가치 하락의 원인이라고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를 환율 급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은 것으로 풀이된다.

내국인의 해외증권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환율 상승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내국인의 해외증권 투자는 355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채권 등 해외 직접투자도 37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6월 채권과 주식을 합한 해외 증권투자 규모는 61억1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경상 흑자 규모(56억1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한은 내부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최근 국민연금과 개인을 중심으로 거주자 해외증권투자가 크게 늘면서 외환 유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해외투자 비중을 계속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해외투자에 필요한 외화를 주로 현물환 매수로 조달하고 있어 해외증권투자로 인한 환율의 구조적인 절하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글로벌 달러 강세의 결과이고, 분할 매수를 통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고 있는 만큼 기금을 원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원화 뿐 아니라 해외 주요국 통화도 미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고, 원·달러 현물환 일평균 거래 규모에서 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대 수준에 불과하다"며 "기금을 원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분할 매수를 통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일정 환율 이상에서는 일부 해외투자 금액에 전술적 환헤지를 실시하고 있다"며 "향후 환율 변동 가능성에도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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