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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학제개편' 교육부 맹폭…'대통령실 쪽지' 논란도(종합)

등록 2022.08.09 17:57:10수정 2022.08.09 19: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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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발표 전 국회 사전협의 관행 무시돼"

"국정시스템 제대로 작동하긴 하는 건가"

與마저 비판 "무모해" "설익은 아이디어"

차관에 "학제개편 언급 말라" 쪽지 전달

與 "이게 뭐가 문제냐" vs 野 "비상식적"

'김건희 논문' 공세…"국민대 판단 존중 맞냐"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건네 받고 있다. 이 쪽지에는 '오늘 상임위에서 취학연령 하향 논란 관련 질문에 국교위를 통한 의견 수렴, 대국민설문조사, 학제개편은 언급하지 않는게 좋겠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건네 받고 있다. 이 쪽지에는 '오늘 상임위에서 취학연령 하향 논란 관련 질문에 국교위를 통한 의견 수렴, 대국민설문조사, 학제개편은 언급하지 않는게 좋겠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9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퇴 후 열린 교육부 국회 업무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은 입을 모아 '만 5세 학제개편' 논란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아울러 박 부총리 대신 참석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에게 대통령실에서 '학제개편은 언급하지 말라'는 취지의 쪽지를 보낸 것이 취재진에 포착된 것도 입길에 올랐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교육부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박 부총리 사퇴에 따라 교육부 업무보고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박 부총리 사퇴에 대해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며 "후임자를 조속히 추천해 주실 것을 윤석열 대통령께 이 자리를 빌려서 당부드리겠다"고 전했다.

또 "만5세 초등학교 취학문제는 그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초중등 교육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국회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며 "이전에도 업무보고나 교육부의 주요 발표가 있을 때 사전에 의원님들께 보고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있었고 최소한 위원장과 양당 간사, 적어도 위원장한테 와서는 보고하고 협의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관행조차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업무보고에서도 학제개편에 대한 집중 추궁이 이어졌다.

유 위원장은 "이 정책을 사실상 폐기한다고 받아들여도 되느냐"고 물었고, 장상윤 차관은 "이 자리에서 폐기한다, 더이상 추진하지 않는다는 말씀은 드리지 못하지만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학제 개편은) 사실 발표하기 전에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게 맞았다"며 "국민 여론은 이미 결정났다. 아이들의 발달단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한국 학부모들에 대한 인식체계가 전혀 안 돼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강 의원이 재차 전날 박 부총리의 사퇴 회견문을 거론하며 "(학제개편 논란에) 사과한다는 표현이 전혀 없다. 공식적으로 지금 차관이자 장관 직무대행인데 사과하겠느냐"고 따졌고, 장 차관은 "송구스럽다"고 자세를 낮췄다.

같은 당 박광온 의원도 "이런 중대 사안은 국민과의 소통은 물론이고 집권여당과도 소통하고 청와대(대통령실)와도 조율한 다음에 대통령의 발언으로 언급되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이 많이 생략됐거나 부실하게 이뤄진 게 아니냐 의심된다. 지금 국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국민들이 걱정한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09. [email protected]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권은희 의원은 '돌봄 공백' 문제를 지적하며 "교육부가 현장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연착륙 시킬 상황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무모하게 장관에게 업무보고 했고, 이를 장관이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고, 대통령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서 업무지시가 나온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도 "교육부가 너무 설익은 아이디어 차원의 정책을 대통령 업무보고에 내놓고 언론에 드러내서 괜한 분란과 갈등, 혼란을 초래했다"며 "차관을 비롯해 여기에 있는 모든 교육부 공직자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꾸짖었다.

교육위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 역시 "이 정책은 신속하게 공론화과정을 추진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 정책을 전면 보류하고 장기적 정책과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아울러 오전 업무보고 도중 장성윤 교육부 차관이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손에 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기도 했다. 쪽지에는 "오늘 상임위에서 취학연령 하향 논란 관련 질문에 국교위를 통한 의견 수렴, 대국민설문조사, 학제개편은 언급하지 않는게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교육위 야당 간사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게 사실이면 차관은 여기 와서 허수아비 노릇하고 컨트롤 타워로 대통령비서관들이 배후에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유기홍 위원장이 "차관, 이 보도 내용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장 차관은 "그 의견이나 메모를 전달받았는데요. 그거는 의견일 뿐이고요. 제가 판단해서 답변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오후 회의에서 유 위원장은 장 차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쪽지 사본을 들어보이며 "그런데 대통령실 비서관이 상임위에 출석해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차관에게 '어떤 것은 답변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이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장 차관은 "내가 직전에 소통할 기회가 없었기에 아마 시간이 촉박해서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의견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전달받고 사전에 이런 의견이 있었다는 것을 메모로 전달해준 것 같다"고 재차 해명했다.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도 "만약에 거기서 의견을 제시를 하는데 그것이 부정비리와 관련이 있거나 법에 어긋나는 것을 강요하거나 요구했다면 문제가 크지만 적어도 이런 이런 현안에 대해서 이런 것은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지나친 정치공세"라고 엄호했다.

반면 김영호 의원은 "박 부총리가 갑작스레 사퇴하고 장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나온 차관에게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이 그런 지침서 같은 내용을 전달한 것은 국민과 언론이 봐도 상식적인 얘기는 분명히 아닐 것"이라며 "권 비서관이 정말 할 말이 있으면 오늘 여야 의원님들이 동의해 주시면 이 자리에 직접 나와서 대통령실의 의견을 직접 전달하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육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2022.08.0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육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2022.08.09. [email protected]



한편 국민대학교가 김건희 여사 박사학위 논문 등 4건에 대해 연구부정행위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교육부가 국민대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낸 것도 도마에 올랐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교육부는 뭔가 다른 입장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연구 윤리 전반을 실추시킬 거냐 말거냐의 문제 아니냐"며 "교육부가 그런데 국민대 결정을 존중한다고 얘기하고 끝난 것에 어느 국민도 납득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서동용 의원도 "어떤 의혹이 생겨도 존중해주느냐. 자꾸 그러니까 국민 상식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오해가 생기지 않느냐"며 "의혹이 제기됐다면 제대로 된 것인지 들여다봐야 되겠다는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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