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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날은 덥고 손님도 없고"…전주 전통시장 상인들 힘겨운 여름나기

등록 2022.08.11 06:30:00수정 2022.08.11 08: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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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찜통 더위에 '땀 주르륵', 손님 발길 '뚝'

무더위 이어지며 상품성 하락 등 손해 막심

폭염·고물가·코로나19 재유행까지 '3중고'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0일 전북 전주시 전주남부시장에서 한 상인이 부채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2.08.10. pmkeul@newsis.com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0일 전북 전주시 전주남부시장에서 한 상인이 부채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2.08.10. [email protected]

[전주=뉴시스] 이동민 기자 = "날은 덥고 손님도 없으니 더 힘들지."

전례 없이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냉방 시설이 없는 공간이나 뙤약볕 아래서 물건을 판매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여름 나기가 더욱 힘겨워졌다. 때 이른 폭염에 고물가로 인한 경기 침체, 코로나19 재유행까지 더해진 '3중고'로 상인들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 가득했다.

특히 물건을 판매하는 전통시장 특성상 물건을 제때 팔지 못하면 폐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 손해가 더 크다고 하소연한다.

지난 9일 오전 9시께 찾은 전북 전주 남부시장. 이른 아침부터 나와 좌판에 판매할 물건을 깔아 놓은 상인들로 시장은 북적였다.

상인들은 파라솔 펴 그늘을 만들었고, 부채나 선풍기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생선을 파는 한 상인은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준비한 얼음을 생선이 아닌 자기 몸에 갖다 대기도 했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0일 전북 전주시의 전통시장인 전주남부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08.10. pmkeul@newsis.com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0일 전북 전주시의 전통시장인 전주남부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08.10. [email protected]

그러나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상인들은 연일 낮 최고기온이 35를 육박하는 찜통더위에 이마 아래로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더운 날씨 탓에 종이박스로 임시 부채를 만들어 연신 부채질하던 채소가게 상인 박모(55·여)씨는 "날도 더운데 손님까지 오지 않다 보니 기분이 썩 좋지 않다"며 "채소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도 대형마트보다 100원이라도 더 싸게 판매하려고 애쓰는데 더운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대형마트만 찾아 허탕을 치기 일쑤"라고 한숨 쉬었다.

폭염에 상하기 쉬운 물건을 취급하는 생선가게 상인들은 걱정이 더 깊다. 얼음을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 생선들의 신선도가 금방 떨어지고, 상품성이 떨어질까 우려해 얼음을 자주 갈아주자니 얼음 구매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생선가게 상인 이택수(61)씨는 "평일이라 손님이 더 없는 것도 있지만, 주말에도 상황은 별반 차이가 없다"며 "손님이 언제 올지 몰라 얼음은 계속 사다 쓰는데 물건은 팔리지 않고, 팔리지 않은 생선들은 다 썩어버리니 퇴근할 때가 되면 손해를 보더라도 싼값에 팔아버린다"고 털어놨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0일 전북 전주시의 전통시장인 전주남부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08.10. pmkeul@newsis.com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0일 전북 전주시의 전통시장인 전주남부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08.10. [email protected]

이날 오전 10시께 찾은 전주 서부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손님이 찾지 않아서일까, 한창 영업을 시작할 시간대임에도 곳곳에 문을 닫은 점포들이 보였다. 전통시장만의 '북적거림'과 '정'은 온데간데없고 적막만 가득했다.

막 문을 열기 시작한 과일가게 상인은 과일들을 꺼내 놓으면서 땅이 꺼지듯 한숨을 쉬었다. "왜 한숨을 쉬느냐"고 기자가 묻자 "문을 열긴 열었는데 오늘도 손님이 없을 것 같아 갑갑해서 그랬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시장에서 만난 시민 김갑주(47)씨는 "아침에 장을 봐야 하는데 대형마트는 문을 열지 않아 시장에 찾았다"면서 "확실히 대형마트보다 물건들은 더 싼데 날이 너무 더워 오랫동안 있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필요한 물건만 얼른 사고 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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