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날은 덥고 손님도 없고"…전주 전통시장 상인들 힘겨운 여름나기
연일 찜통 더위에 '땀 주르륵', 손님 발길 '뚝'
무더위 이어지며 상품성 하락 등 손해 막심
폭염·고물가·코로나19 재유행까지 '3중고'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0일 전북 전주시 전주남부시장에서 한 상인이 부채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2.08.10. [email protected]
전례 없이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냉방 시설이 없는 공간이나 뙤약볕 아래서 물건을 판매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여름 나기가 더욱 힘겨워졌다. 때 이른 폭염에 고물가로 인한 경기 침체, 코로나19 재유행까지 더해진 '3중고'로 상인들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 가득했다.
특히 물건을 판매하는 전통시장 특성상 물건을 제때 팔지 못하면 폐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 손해가 더 크다고 하소연한다.
지난 9일 오전 9시께 찾은 전북 전주 남부시장. 이른 아침부터 나와 좌판에 판매할 물건을 깔아 놓은 상인들로 시장은 북적였다.
상인들은 파라솔 펴 그늘을 만들었고, 부채나 선풍기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생선을 파는 한 상인은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준비한 얼음을 생선이 아닌 자기 몸에 갖다 대기도 했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0일 전북 전주시의 전통시장인 전주남부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08.10. [email protected]
더운 날씨 탓에 종이박스로 임시 부채를 만들어 연신 부채질하던 채소가게 상인 박모(55·여)씨는 "날도 더운데 손님까지 오지 않다 보니 기분이 썩 좋지 않다"며 "채소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도 대형마트보다 100원이라도 더 싸게 판매하려고 애쓰는데 더운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대형마트만 찾아 허탕을 치기 일쑤"라고 한숨 쉬었다.
폭염에 상하기 쉬운 물건을 취급하는 생선가게 상인들은 걱정이 더 깊다. 얼음을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 생선들의 신선도가 금방 떨어지고, 상품성이 떨어질까 우려해 얼음을 자주 갈아주자니 얼음 구매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생선가게 상인 이택수(61)씨는 "평일이라 손님이 더 없는 것도 있지만, 주말에도 상황은 별반 차이가 없다"며 "손님이 언제 올지 몰라 얼음은 계속 사다 쓰는데 물건은 팔리지 않고, 팔리지 않은 생선들은 다 썩어버리니 퇴근할 때가 되면 손해를 보더라도 싼값에 팔아버린다"고 털어놨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0일 전북 전주시의 전통시장인 전주남부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08.10. [email protected]
막 문을 열기 시작한 과일가게 상인은 과일들을 꺼내 놓으면서 땅이 꺼지듯 한숨을 쉬었다. "왜 한숨을 쉬느냐"고 기자가 묻자 "문을 열긴 열었는데 오늘도 손님이 없을 것 같아 갑갑해서 그랬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시장에서 만난 시민 김갑주(47)씨는 "아침에 장을 봐야 하는데 대형마트는 문을 열지 않아 시장에 찾았다"면서 "확실히 대형마트보다 물건들은 더 싼데 날이 너무 더워 오랫동안 있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필요한 물건만 얼른 사고 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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