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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반도체법 서명…美·中 '반도체 전쟁' 격화

등록 2022.08.10 10: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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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2800억달러 규모 반도체과학법 서명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하는 미국…칩4도 추진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칩스 플러스'(반도체 칩과 과학법)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법안을 두고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라며 "미국 국민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법"이라고 평가했다. 2022.08.10.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칩스 플러스'(반도체 칩과 과학법)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법안을 두고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라며 "미국 국민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법"이라고 평가했다. 2022.08.10.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총 2800억 달러(약 365조68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용 '반도체과학법'을 공포하며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중국을 겨냥해 자국 반도체 경쟁력을 제고하려 마련된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했다.

이번 법안은 총 2800억 달러 규모로, 자국 반도체 연구·개발·제조 등 분야에 527억 달러(약 68조8262억 원)를 지원한다. 여기에는 자국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용 예산 390억 달러(약 50조9340억 원) 등이 포함된다. 법안에는 반도체 관련 투자 기업에 25%의 투자세 공제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30년 전에는 자국이 세계 반도체 생산 40%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10%도 생산하지 못한다고 개탄하며 특히 "우리는 연구·개발 분야에서 과거 1위였는데 지금은 9위다. (반면) 중국은 10년 전에는 8위였는데 지금은 2위"라고 말했다.

그는 "일상적인 비용을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이곳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라며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를 강조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기술 제조업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회사들이 크게 의존해왔으며 반도체 시장에서도 빠르게 입지를 구축했다. 중국은 자국 내 제조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왔는데,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수치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매출은 지난 2020년 30% 이상 성장해 400억달러에 육박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을 야기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엄격한 봉쇄 정책을 시행하며 공장 가동이 멈추고 공급망이 손상됐다. 이에 따라 세계 여러 지역에서 중국 제조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 접근 방식을 재고하고 있다.

미국은 기술 산업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등 중국 견제를 위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한국·미국·일본·대만)를 추진 중이다.

중국은 지난해 발표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반도체 산업 성장을 계속 모색하고 있으며, 미국의 움직임에 연일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디지털 포렌식 연구소의 켄턴 티보 연구원은 "(반도체가) 미래 세계 경제에서 누가 '승리'할 지 결정할 기술이라는 사실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완전 자급자족은 기술, 전문지식 문제로 말처럼 쉽지는 않다"라며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실제로 가능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대만이다. 대만을 둘러싼 긴장감은 지난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후 급속히 고조됐다.

대만은 애플 공급업체 폭스콘과 페가트론 등 세계 최고의 제조업체들이 본사를 두고 있어 세계 반도체 산업에 중요하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도 대만 대표 기업이다.

마크 류 TSMC 회장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도 TSMC를 무력으로 통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TSMC는 12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2024년 생산이 시작될 전망이다. 대만 글로벌웨이퍼스는 텍사스주에 실리콘 웨이퍼 공장을 위한 5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고 한국의 삼성과 SK그룹은 올해 초 미국에 수백억달러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미 버지니아 래드포드대학의 재커리 콜리에 경영학과 조교수는 "이 법안이 미국에 더 많은 기업의 공장을 유치하도록 자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대규모 제조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매우 자본집약적인 과정"이라며 "비용 중 일부를 상쇄할 수 있다면 기업들에게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단기간에 중국을 아예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중국은 기술을 투입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국가들에 핵심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와 같이 필수적이고 복잡한 제품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분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어느 정도의 상호의존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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