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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행동 모범되기 어렵다는 걸 알아야" 환구시보 전 논설주간

등록 2022.08.10 09:41:15수정 2022.08.10 10: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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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기관지 전 논설주간 NYT 기고문에서 강조

베오그라드 중 대사관 폭격·이라크 전쟁·금융위기 본

중국 대중들 '미국이 전세계의 위험 요인'이라고 인식

[타이베이=AP/뉴시스] 중국인민해방군(PLA) 동부전구 소속 항공기들이 7일(현지시간) 대만 해협 일대에서 합동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둘러싼 군사훈련을 연장하기로 선포하면서 대만의 해운과 항공 교통에 지장을 초래해, 세계 무역 요충지에서의 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2.08.08.

[타이베이=AP/뉴시스] 중국인민해방군(PLA) 동부전구 소속 항공기들이 7일(현지시간) 대만 해협 일대에서 합동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둘러싼 군사훈련을 연장하기로 선포하면서 대만의 해운과 항공 교통에 지장을 초래해, 세계 무역 요충지에서의 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2.08.0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중국 기성 세대들은 젊을 때 미국을 동경했지만 현재의 중국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글로벌 타임스(환구시보)의 전 논설주간 왕웬이 9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주장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 당원이다.

내 세대의 중국인들은 미국을 동경했다.

1990년대 중국 북서부의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내 친구들과 나는 미국의 소리(VOA) 단파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면서 영어를 배웠다. 미국과 해외 뉴스를 들으면서 말이다. 우리는 미국 교수가 우리 학교 캠퍼스에서 강연할 때마가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정말 흥미로운 시절이었다. 중국은 고립과 가난에서 벗어나고 있었으며 우리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민주주의, 시장경제, 평등 등 각종 이념을 배우며 미래에 희망을 걸었다. 당시 중국의 여건상 모든 것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우리 경제가 미국 청사진에 따라 바뀌면서 우리의 삶도 변화했다.

수십년 전 개혁적인 학자들은 미국에서 보는 달이 중국에서 보는 것보다 더 둥글다고까지 말하곤 했다. 내 학우들과 나도 그걸 믿었다.

그러나 미국이 벌인 몇 차례의 전쟁과 터무니없는 경제정책, 지난해 미 의회에 대한 모멸적 공격으로 대표되는 파괴적인 파당정치를 지켜 본, 나를 포함한 많은 중국인들이 더이상 밝은 빛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나아가 두 나라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미국이 우리를 비난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5월 중국이 규칙에 입각한 세계 질서를 훼손한다며 "노선을 바꿀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나는 우리 나라의 정책에 대해 일부 불안감을 느낀다. 또 나는 우리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인들 역시 미국의 행동이 모범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중국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주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1999년 코소보 전쟁 당시 실수로 베오그라드의 중국 대사관을 폭격한 뒤로 미국에 대한 우리의 동경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당시 3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했다. 2년 뒤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남중국해에서 충돌해 중국 조종사가 숨졌다. 이들 사건이 미국인들한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충격이었다. 대체로 외국과의 전쟁을 피해온 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의 전쟁 때문에 우리 국민이 숨지는데 익숙하지 않다. 우리는 미국이 2003년 허구의 구실을 내세워 이라크를 공격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하는 장면을 전부 지켜봤다.

2008년 중국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전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킨 미국의 탐욕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만 했다. 중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썼지만 우리 경제는 큰 피해를 입었다.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버락 오마바 당시 미 대통령은 전임자에 이어 대만에 무기 판매를 거듭 이어갔고 소위 아시아 중시 정책을 발표했다. 우리는 이 정책이 아시아 우방들을 우리에게 적대하도록 만들려는 시도라고 인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에게 파괴적인 무역 전쟁을 선포했고 중국인들은 2021년 1월6일 미국의 민주주의 전당이 친 트럼프 폭도들에 점령당하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지난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미국에 대만 관련 약속을 깨는 것으로 보는 중국인들의 실망만 키웠을 뿐이다.

미국의 중국 비판자들은 미국의 이런 행동들이 미국이 원치 않더라도 중국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최근 몇 년 새 우려해온 중국의 국방비가 베오그라드 대사관 폭격과 전투기 충돌 사건 이후인 2000년대 초부터 빠르게 늘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라크 전쟁을 보면서 미국의 군사력이 우리보다 얼마나 앞서 있는지를 보면서 더 빨라졌다. 중국은 과거 힘이 없어서 큰 재앙을 겪었다. 서방 열강들이 1800년대 중국 영토를 강제로 빼았았으며 20세기엔 일본이 침공해 수백만명을 살해했다.

미 당국자들은 분명 중국이 미국식 자유주의를 따르길 원한다. 그러나 나의 대학시절과 달리 미국에 대한 중국의 학문 연구 방향이 크게 변했다. 중국 정부 당국자들이 미국 자본시장 등 경제 제도의 이점을 나에게 자문하곤 했었다. 지금은 나에게 미국에 대해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금융위기와 같은 일들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는 한때 미국의 성공을 배우려 했지만 지금 우리는 미국의 실수를 공부해 우리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고 있다.

미국이 전세계의 위험 요인이라는 인식이 중국 대중 속에 자리잡았다. 2020년 내가 중국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직 미국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고 말하자 중국 소셜 미디어의 공격을 받았다.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지만 지금 나는 미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비판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학생들이 여전히 미국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으나 미국의 총기 폭력과 아시아인 공격, 스파이 혐의 의심으로 크게 겁을 먹고 있다. 그들은 엄청난 주의를 받는다. 캠퍼스를 벗어나지 마라, 말조심해라, 다툼이 일어나면 물러서라 등등.

우리나라의 엄격한 코로나 제로 정책을 우려하는 중국인들조차 미국의 실망스러운 팬데믹 대응으로 우리 정부를 지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분명 중국도 변화해야 한다. 미국과 보다 솔직한 대화에 나서야 하고 미국의 문제를 개혁을 지연시키는 구실로 삼지 말아야 하며 무역정책과 인권에 대한 미국의 비판에 보다 침착하고 건설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인들만큼 권리를 누리지는 못하더라도 많은 중국인들은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중국은 문화혁명이 초래한 파괴와 고통으로 탈진한 것은 물론 크나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덩샤오핑이 개혁을 시작해 안정이 이뤄졌고 8억명이 가난을 벗어났다. 우리의 소득과 평균수명이 크게 늘었으며 외국과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 엄격한 총기 규제로 우리는 전국 어느 곳에서도 야간에 아무런 걱정없이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다. 미국의 팬데믹 희생자, 총기 폭력, 의사당을 공격한 정치적 분열을 보면서 중국인들은 이미 벗어난 과거 우리의 모습을 떠올릴 뿐이다.

미국의 고통을 고소해하는 건 전혀 아니다. 강력하고 안정되고 책임있는 미국은 전세계에 이롭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에서 배울 것이 많으며 양국 사이에 공통점도 많다. 우리는 포드와 테슬라 차량을 생산하고 있고 포록터 앤 갬블사의 샴푸로 머리를 감으며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 지구가 직면한 어려운 문제들 가운데 함께 노력해 풀어야할 문제들도 있다.

이런 일들이 미국을 벼랑 끝으로 밀어부치진 않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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