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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취임100일①]'파격'→'투박'→'화두 제시'...도어스테핑 진화중

등록 2022.08.13 08:00:00수정 2022.08.13 10: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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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3개월여 만에 35차례 도어스테핑

거의 매일 아침 출근길 기자들과 문답

소통 의지 평가…직설적 화법 마이너스

거듭된 발언 논란, 지지율은 데드크로스

도어스테핑 '모두발언' 형식 변화 시도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08.12.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08.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윤 대통령을 웃고 울게 만든 것 중 하나는 출근길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약식회견)이었다.

도어스테핑 초기에는 역대 어느 대통령도 시도하지 않았던 파격적 소통 행보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자 다소 투박하고 직설적인, '정치인스럽지 않은' 화법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다 여름휴가를 기점으로 정비의 시간을 가진 윤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회견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짧은 모두발언을 통해 화두를 던지는 방식이다. 정제된 발언을 통해 이슈를 주도할 수 있다는 평가다.

1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 5월10일 취임한 윤 대통령은 전날까지 총 35차례의 출근길 약식회견을 가졌다.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고 단순 계산하면 2~3일에 한 번꼴로 약식회견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외부 일정이 있는 날을 뺀 거의 모든 집무실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 대통령 출근길 중계 '신선'

이전 정부까지 대통령의 육성 메시지는 신년 기자회견이나 대국민 담화 등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 들을 수 있었다. 대통령이 어딘가에 서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을 하는 장면은 미국 대통령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8.12.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8.12. [email protected]

윤 대통령은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소통' 의지를 강조했고, 실현 수단으로 '도어스테핑'을 택했다. 경호, 메시지 관리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내부적으로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로부터 현안에 관한 질문을 받고 답을 하는 모습에 대해 신선한 소통 방식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한 두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출근길 문답의 횟수가 쌓이자 소통하겠다는 의지에 대해서만큼은 인정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논란의 연속 떨어지는 지지율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론의 비판이 일었던 지점마다 이전 정부와 비교하는 식의 답변을 낸 것도 부정적 여론을 키웠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한 후 집무실로 향하던 도중 취재진 질문에 발길을 돌려 답변하고 있다. 2022.08.08.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한 후 집무실로 향하던 도중 취재진 질문에 발길을 돌려 답변하고 있다. 2022.08.08. [email protected]

특히 인사와 관련한 발언들의 논란이 컸다.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이 후보자였을 당시 그의 과거 만취 음주운전 이력이 논란이 됐는데, 이와 관련한 질문에 윤 대통령은 "음주운전 그 자체만 가지고 이야기할 건 아니고"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지난달 초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 박 후보자 임명 강행 등으로 '인사 실패' 비판이 커졌을 당시 윤 대통령은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이밖에도 경찰 고위직 인사 번복 논란 당시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말하며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등의 모습도 비호감도를 키운 측면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쯤에 국정수행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역전되는,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취임 초반 50% 초반대를 유지했던 국정수행 지지도는 20%대로 반토막 난 상태다. 도어스테핑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은지 한 달여 만에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 화두 던지며 메시지 관리

대통령실의 고심도 깊어졌다. 출근길 도어스테핑은 이제 중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약식회견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하자 당장 야권에서 도어스테핑 때문에 지지율이 빠지니 코로나 핑계로 중단하려 한다는 공세가 나올 정도로 빼먹을 수 없는 일과가 됐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8.08.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8.08. [email protected]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의 위험 요소를 줄이면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고, 질문을 받기에 앞서 준비해온 발언을 먼저 하는 식으로 변화를 줬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집중호우 피해 복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점, 광복절 특별사면은 민생과 경제회복에 중점을 뒀다는 점 등을 밝혔다.

이는 화두를 먼저 제시하는 것으로써 주요 국정 현안을 부각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돌발 질문도 가급적 피해보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다만 이러한 형식의 변화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생긴다면 이같은 노력은 효과를 보기 어려울 거라는 지적이다. 여권 내에서도 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보다는 '필요한 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실시한 윤 대통령 직무 수행 여론조사에서 긍정평가 25%, 부정평가 66%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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