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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임상 쓴맛 '간암'…당분간 '티쎈트릭' 독주 이어진다고?

등록 2022.08.16 10:20:38수정 2022.08.16 10: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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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루다·렌비마, 3상서 1차평가 충족 못 해

의료진 "당분간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아바스틴 독주 이어질듯"

더발루맙 병용 FDA 허가심사 중

"HLB 신약, 중국 위주 임상이 美허가 걸림돌 될 우려 있어"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기대를 모았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표적항암제 '렌비마'의 병용 치료가 간암 임상 3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 못하면서 간암 치료제 개발의 높은 장벽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의료진들은 당분간 올해 5월 보험급여 시작된 면역항암제 '티쎈트릭'과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의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미국 MSD는 지난 3일 수술 불가능한 간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렌비마(렌바티닙)를 함께 쓰는 병용요법과 렌비마 단독요법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 3상에서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차 평가지표는 암 진행 여부와 상관 없이 환자가 생존한 기간을 뜻하는 전체생존기간(OS)과 암이 일정 크기 이상으로 커지지 않고 생존한 기간인 무진행생존기간(PFS)이었다.

키트루다는 폐암, 흑색종, 두경부암, 유방암, 방광암, 림프종 등 다양한 암종에 쓰이는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간암 치료제 개발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배시현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유력한 돌연변이가 있어 해당 돌연변이를 표적하면 되는 폐암, 유방암 등과 달리 간암은 유력한 변이가 없다"며 "또 신호전달 경로, 면역반응 등이 매우 다양해서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독주 당분간 이어질듯"

간암은 폐암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암종으로, 5년 상대생존율(37.7%)이 모든 암 상대생존율(70.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뚜렷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가 없어 신약에 대한 니즈가 컸던 분야다. 1세대 항암제인 세포독성항암제는 반응률이 10% 안팎에 불과했고, 2008년부터 2세대 표적항암제 '넥사바'(소라페닙), '렌비마'가 차례로 나와 간암 1차 치료의 표준치료제가 됐지만 효과 개선에 대한 니즈는 여전했다.

이 때 나타난 첫 면역항암제 기반 치료인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아바스틴(베바시주맙) 조합은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로 받아들여지며 해외에서 간암 치료의 주축이 됐다. 국내에서는 5월부터 간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간암 환자의 1차 치료에 보험급여를 적용받고 있다.

3상 결과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은 넥사바 단독에 비해 사망 위험을 42%,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1% 줄였다. 안전성은 기존에 알려진 각 약물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안 벗어났다.

작년 미국임상종양학회 학술대회에서 업데이트된 데이터에 따르면, 이 병용 치료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은 넥사바 대비 34% 긴 19.2개월이었다. 반응률 29.8%, 완전관해율 7.7%로 대조군의 11.3%, 0.6% 대비 개선된 수치를 나타냈다.

의료진들은 당분간 티쎈트릭·아바스틴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또 다른 면역항암제 '더발루맙'·'트레멜리무맙' 옵션이 추가되는 양상으로 전망했다. 이 조합은 FDA의 허가심사를 받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항암제 더발루맙과 CTLA-4 억제제 트레멜리무맙 조합의 전체생존기간은 16.4개월로, 넥사바 단독군 13.8개월 보다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이에 따라 올해 개정된 국내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은 1차 치료제로 티쎈트릭·아바스틴 조합 또는 더발루맙·트레멜리무맙 조합을 우선적으로 권고했다.

전홍재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경쟁자 없이 티쎈트릭·아바스틴 치료가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서로 다른 임상 연구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티쎈트릭 병용의 전체생존기간은 19.2개월, 더발루맙 병용은 16.4개월로 나타났다. 또 티쎈트릭은 이미 보험급여를 적용받고 있어 그 벽이 흔들리긴 어려울 것이다"고 관측했다.

임호영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역시 "급여가 되고 임상 경험 많은 티쎈트릭 병용의 독주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며 "다만, 일부 환자에는 이 치료제를 쓸 수 없다. 더발루맙 데이터가 나온 만큼 어떤 환자에게 더 효과적일지 확인해야 하며, 키트루다 역시 아시아 등 특정 그룹에선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데이터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시현 교수는 "출혈 위험이 있는 환자를 제외하고는 티쎈트릭 위주로 처방되면서, 추후 더발루맙이 나오면 티쎈트릭과 더발루맙 두 치료가 우선적으로 쓰일 전망이다"고 말했다.

"HLB, 임상 성공한다면 의미있지만…아시아 위주 임상이 글로벌 진출 걸림돌 우려"

국내 벤처 중에서도 에이치엘비(HLB)가 간암 1차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중국, 미국 등에서 543명 환자를 대상으로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과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을 넥사바 단독과 비교해 전체생존기간, 무진행생존기간을 1차 지표로 평가하는 3상 연구다.

HLB가 1차 평가지표를 만족했다고 밝힌 이 연구의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오는 9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의료진들은 데이터가 공개돼야 치료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데이터에서 다른 면역항암제 병용 만큼의 생존기간 개선이 확인된다면 의미 있는 성적이겠지만, 임상 참여 환자의 인종이 다양하지 못한 점은 글로벌 허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HLB 3상 임상 참여자의 70% 이상은 중국 환자였다.

임 교수는 "임상의 성공 여부는 데이터가 다 나와야 논할 수 있다"며 "만일 다른 면역항암제 정도의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면 의미 있겠으나, 글로벌 신약이 되기 위해선 임상시험에서 다양한 환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인종이 다양하지 않은 이유로 미국, 유럽의 승인이 어려울 수도 있어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간암 치료에선 생존기간 개선 만큼이나 독성 관리가 중요하다. 데이터가 나오면 이에 대한 평가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또 중국 데이터만으로는 면역항암제 승인을 안 해준 FDA의 최근 동향을 볼 때 글로벌에서 이 결과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HLB 관계자는 "FDA에서 반려된 면역항암제는 거의 100% 중국 환자만 포함한 임상이었지만 우린 중국 환자 비중이 약 70%다"며 "또 이러한 임상 설계에 대해 FDA와 논의한 후 승인받아, 허가 시 걸림돌이 안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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