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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집나간 자식"…중국이 제시하는 억압적 대만 통일 비전

등록 2022.08.16 11:07:13수정 2022.08.16 11: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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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뿌리 같다면서 대만 정체성 부정

재교육 강조해 위구르족 탄압 상기시켜

22년만에 발표한 백서는 중국인 통제 강화 수단일 뿐

[타이베이=AP/뉴시스] 중국인민해방군(PLA) 동부전구 소속 항공기들이 7일(현지시간) 대만 해협 일대에서 합동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둘러싼 군사훈련을 연장하기로 선포하면서 대만의 해운과 항공 교통에 지장을 초래해, 세계 무역 요충지에서의 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2.08.08.

[타이베이=AP/뉴시스] 중국인민해방군(PLA) 동부전구 소속 항공기들이 7일(현지시간) 대만 해협 일대에서 합동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둘러싼 군사훈련을 연장하기로 선포하면서 대만의 해운과 항공 교통에 지장을 초래해, 세계 무역 요충지에서의 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2.08.0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문을 이유로 대만을 포위해 봉쇄하는 상황을 가정한 대규모 군사훈련 벌인 중국은 대만 통일에 대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미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시하는 통일 비전은 중국 해군이 대만해협을 마음껏 돌아다니는 것을 넘어 대만에 군대를 주둔시켜 홍콩처럼 정치적 예속을 강요하는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만인들이 외국의 힘을 빌어 중국을 약화시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문화적 뿌리가 같음을 강조함으로써 대만에서 형성된 별도의 정체의식을 부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실시한 몇 차례의 군사훈련, 최근 발표한 백서, 정부 및 소셜 미디어 매체를 통한 선전을 통해 이같은 비전을 제시했다. 펠로시 의장 방문과 뒤이은 미 의원들의 방문을 계기로 중국 정부는 미국이 중국을 분할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중국 국방부는 추가 군사훈련을 발표하면서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며 대만 문제에 외국의 간섭은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인민해방군은 훈련을 지속하고 전쟁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대만 비전은 그다지 새롭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어느 것도 실현하기가 쉽지는 않다. 특히 대만내 반중 정서가 커지는 것을 감안할 때 그렇다. 다만 시 주석 3연임을 결정하는 오는 연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중국이 거듭 강조하는 부흥 발전이 무슨 뜻인지는 잘 보여준다.

중국 공산당은 백서에서 "공산당은 중국의 근간으로 국가의 부흥과 통일을 실현하는데 앞장서 왔다"고 강조했다. 부흥 발전의 첫 단계가 통일 달성이며 중국은 군사훈련을 통해 무력으로 통일을 실현할 수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방전략연구소 연구원 콜린 고는 중국군의 훈련이 중국군 현대화를 처음으로 집중 검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론적으로 중국 동부 전구 사령부가 대규모 훈련을 감당할 능력이 있음을 과시했다"고 했다.

훈련은 또 중국이 보다 공격적이고 일상적으로 대만해협을 장악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주 당초 발표된 일정인 7일 이후에도 훈련이 진행됐다. 훈련이 공식 종료됐다고 발표한 뒤에도 중국 전투기들이 중간선을 침범했다.

중국 당국자들은 이 같은 행동을 통해 대만 해협의 어느 지역도 국제수역이 아니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고 연구원은 "중간선은 더 이상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대만에 대해 영토적 지배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시 주석의 중국 정부는 중국의 위대성 이념을 혈연 및 문화적 긴밀성과 관련지어 강조해왔다. 그들 관점에서 대만은 주민 다수가 민족적으로 중국인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중국인이라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트윗에서 샨시성의 국수를 판매하는 타이페이 시내 식당숫자를 들어 그같은 생각을 제시했다. "입맛은 거짓말을 못한다"면서 대만이 "오래 전에 집을 나간 자식"이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의 생각은 크게 조롱당했지만 트위터는 중국 본토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고 중국의 소셜 미디어인 웨이보 이용자들은 대만의 온라인 지도에 등장하는 중국 각지 음식을 찾으며 희희낙낙이다. 웨이보에 등장한 "대만의 샨시성 도삭면 상점 주인이 증거"라는 글의 조회수가 9억2000만회에 달했다. 상점 주인은 중국 본토인 고객에게 할인을 제시한 것으로 돼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이달 들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조상을 배신했다"고 말해 대만이 중국에 자식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대만과 공산주의 중국 사이의 차이점을 무시하는 것도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이다. 지난주 발표된 9000자 백서에 이 점이 잘 드러난다. 

22년 만에 처음 발표한 백서는 중국이 무력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전반적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시주석 치하의 중국이 보다 독재적이 된 점을 보여주듯 과거 백서에 비해 통일 이후의 삶이 훨씬 가혹해질 것임을 제시하고 있다.

공산당은 대만을 홍콩처럼 "일국양제" 방식으로 통치할 것임을 강조해왔다. 2000년 백서에서 중국은 대만과 동등한 협상을 통해 일국 양제 통치의 내용을 정할 것임을 아홉 번 강조했었다. 그러나 이번 백서에는 단 한 번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중국은 이미 약속을 깨고 홍콩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켰다.

이번 백서는 또 대만에 중국 군대를 주둔시키거나 통치 관료를 파견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빠졌다. 또 대만 청년들이 갈수록 중국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정체성을 다시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토에 대한 애국적 지식을 늘려 오해와 편견"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중국 당국자들은 한 술 더 뜬다. 주프랑스 중국 대사는 최근 통일 뒤 "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이 신장 위구르족에 대해 공포스러운 재교육 캠프를 운영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백서 내용에 대만은 절대 만족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만 양안위원회는 백서가 "희망적 사고"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대만 지도자들은 중국의 무력시위에 위축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백서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중국인들임을 감안할 때 백서는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인 셈이다. 

중국 국영 매체들은 통일 문제를 경제난, 은행 스캔들, 여성 차별, 코로나 봉쇄 등 다른 여러 문제들을 제쳐두고 집중 보도하고 있다.

미 버클리대 중국 검열 연구자인 샤오칭은 중국 인터넷 규제 당국은 선전과 검열을 통해 이같은 분위기를 한층 부추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봉쇄로 경제가 극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실질적 문제들이다. 중국인들이 걱정하는 다른 많은 문제들이 있다. 그런데 지금 민족주의 정서로 모든 것을 억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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