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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이 준 열쇠로 들어가 철거…대법 "건조물침입 아냐"

등록 2022.08.18 12:00:00수정 2022.08.18 12: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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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점포 들어가 집기류 철거한 혐의

건조물침입죄로 기소…1·2심서, 벌금 선고

대법 "평온 깨뜨리지 않아…침입죄 안된다"

임차인이 준 열쇠로 들어가 철거…대법 "건조물침입 아냐"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임차인이 관리하던 점포를 임차인이 준 열쇠로 열고 들어가 안에 있는 집기류 등을 강제로 철거한 임대인을 건조물침입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임차인이 준 열쇠로 가게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의 평온상태를 깨뜨린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건조물침입,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B씨가 운영하던 카페에 들어가 가전제품 등을 철거·파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한 건물 2층의 점포를 B씨에게 임대한 상태였다. 그런데 B씨가 영업을 중단하면서 새로운 임차인을 알아봐달라며 A씨에게 열쇠를 맡겼다.

이에 A씨는 임의로 B씨 카페에 들어가 그 안에 있던 프린터, 전기오븐, 커피머신, 주방용품, 조명, 간판 등 1000만원 상당의 물건을 철거하거나 파손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A씨의 건조물침입 혐의를 인정했다.

1심은 "A씨는 범죄사실이 인정됨에도 부인하면서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재물손괴 정도 및 피해가 가볍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A씨는 철거 과정에서 B씨 소유의 가전이나 집기류 등이 파손됐다는 점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B씨 소유 물건 손괴에 대해 1000만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도 확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건조물침입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침입 혐의가 인정되려면 출입 과정에서 폭력 등 위법한 수단을 사용해 거주자의 평온상태를 깨뜨려야 한다. 거주자가 범죄를 목적으로 한 것을 알았다면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겠지만, 그러한 거주자 의사보단 출입 당시의 객관적·외형적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최근 대법원 판례다.

기존에는 범죄 목적의 출입이나 거주자 허락 여부를 기준으로 침입 혐의를 따지는 '초원복집 사건' 판례가 있었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3월 침입 과정에서 거주자의 평온상태 침해 여부를 따져야 한다며 판례를 25년 만에 바꿨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B씨는 A씨에게 열쇠를 교부해 출입을 승낙했다"며 "A씨는 관리자의 승낙 하에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점포에 들어간 이상, 평온상태를 해치며 들어갔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령 A씨가 B씨 의사에 반해 집기 등을 철거할 목적으로 점포에 들어간 것이어서 B씨가 이를 알았다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더라도, 평온상태를 해치며 출입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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