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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우의 고생, 정우의 정성

등록 2022.08.19 0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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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모범시민'서 동하 역

집 안팎에서 위기에 빠진 대학 강사로

우연히 거액 손에 쥐었다가 범죄 얽혀

"표현 적은 인물 디테일하게 연기했다"

"얼굴 안 나오는 장면도 정성껏 연기"

"액션 연기 몸 아닌 심적으로 힘들어"

[인터뷰]정우의 고생, 정우의 정성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모범가족'의 주인공 '동하'는 벼랑 끝에 서있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여전히 대학교 시간강사를 벗어나지 못했고, 교수가 되기 위해 큰 돈을 들여 윗선에 로비를 했지만 그것마저 잘 되지 않았다. 게다가 로비 자금도 모두 날렸다. 그 돈은 심장이 좋지 않은 어린 아들의 수술비였다. 각종 생활고에 지친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고, 사춘기 딸은 엇나간다. 이제 어떡해야 하나. 인생 최악의 시기에 그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외딴 길에서 차 한 대를 보게 되는데, 그 차엔 사람 2명이 죽어 있고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현금 다발이 있는 게 아닌가. 그 돈에 손을 대고만 동하는 마약조직에 얽혀들어간다. 그와 그의 가족은 이제 생명을 위협받게 된다.

동하의 위기가 더 절박하게 느껴지는 건 이 인물이 대체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서다. 그는 안으로 삭혀야 한다.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마약조직의 일이라는 건 조용히 완벽하게 수행해야만 탈이 없다. 대신 동하의 눈빛은 자꾸만 흔들리고 가끔은 멍해져 있다. 목소리는 자주 떨린다.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는 것도 힘이 있을 때 가능한 법. 그래서 '모범가족'의 이같은 표현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런 동하는 배우 정우(41)를 통해 생기를 얻었다. 최근 그를 만났다. "동하랑 저는 조금 달라요. 저는 표현하는 스타일이죠. 동하는 그 반대이고요. 그래서 더 디테일하게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기술적인 게 아니라 동하의 감정을 이해하고 최대한 정확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건 분명히 예전에 본 적 없는 정우의 얼굴이다.
[인터뷰]정우의 고생, 정우의 정성


'모범가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유명 해외 드라마와 스토리·캐릭터 설정이 너무 유사하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한국 드라마가 거의 다룬 적 없는 소재가 참신하고, 고요하면서도 힘 있는 연출이 인상적이라는 호평도 있다. 다만 '모범가족'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반응이다. 주·조연을 가릴 것 없이 뛰어난 연기를 한다는 것이다. 정우는 "매장면 최선을 다해 정성 들여 연기했다"고 말했다. "카메라가 저를 아주 멀리서 잡고 있어서 제 얼굴이 하나도 안 보여도 정성스럽게 연기해야 해요. 현장에선 모두 저만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제가 대충 해버리면 그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 영향이 갑니다. 진지하게 정성스럽게 연기하면서도 유쾌하게 일하고 싶어요."

정우는 '모범가족'에서 정성스럽게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조직원들에게 얻어 맞는 연기는 기본이고, 땅을 파서 시체를 묻고 그걸 다시 파헤치기도 하고, 얼굴에 봉지가 씌워진 채 땅에 묻히기도 했다. 한 여름에 푹푹 찌는 목욕탕 안에서 벌거벗은 채 촬영해야 했고, 정체불명의 남자들에게 갑자기 납치돼 차에 강제로 태워지기도 했다. 합이 딱 들어맞는 무술 액션도 어려운 액션이지만, 이런 장면들 역시 난도 결코 낮지 않은 액션 연기이다. "극한의 감정 상태에서 해내야 하는 연기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부상을 당할 수 있다"는 게 정우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12일 '모범가족'이 공개된 후 주변 사람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액션 연기가 몸이 힘든 게 아니라 심적으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한동안 정우는 영화에 집중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드라마로 활동 반경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이 구역의 미친 X'에 나왔고, 올해는 일단 '모범가족'을 마쳤고, 다음 달 방송 예정인 '멘탈코치 제갈길'도 대기 중이다. 정우는 영화를 할 때보다 드라마에서 오히려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정우가 가장 주목받은 작품 역시 드라마 '응답하라1994'였다. 그는 과거엔 대부분 작품을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소속사 대표와 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듣고 그들의 추천을 가장 우선해서 작품을 고른다고 했다. 그는 "최근이 배우로서 제 연기에 만족이 가장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우는 "제 연기 생활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고 저를 사랑해주는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함께 작품을 선보이는 게 건강한 배우 생활인 것 같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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