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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가 부럽지 않다"…이젠 부산 밴드가 뜬다

등록 2022.08.2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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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수미·보수동쿨러·해서웨이 등 주목

[서울=뉴시스] 세이수미. 2022.05.28. (사진 = 밴드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세이수미. 2022.05.28. (사진 = 밴드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달 초 인천 앞바다에서 부산 앞바다의 향기가 짙게 풍겼다. '세이수미'·'해서웨이(hathaw9y)'·'소음발광'…. 부산 출신 밴드들이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2'에 대거 출격했기 때문이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요즘 어느 곳이든 밴드 신(Scene)은 부산 출신들이 휘어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동쿨러'와 '검은잎들'은 이미 뜬 팀이고, 최근엔 '시너가렛(Synergarette)'이 부상 중이다.

주목할 만한 밴드를 꾸준히 소개해온 EBS '스페이스 공감'은 기획 시리즈로 두 번에 걸쳐 세이수미·해서웨이·보수동쿨러·검은잎들을 조명하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 몇년전까지만 해도 서울 홍대 앞은 인디 밴드계 성지로 통했다. 홍대를 중심으로 전국의 밴드 신을 아우르는 '중앙집권체제'였다. 지역에서 '난다 긴다'하는 밴드들도 홍대 앞 공연장에서 인증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시대는 달라졌다. 지역이 더 이상 홍대 신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때가 도래했다. 특히 부산이 그런 흐름의 본거지. 이 지역 위주로만 활동해도 전국구 밴드는 물론 세계적인 밴드가 된다. 부산 현지에선 "홍대가 부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자주 나온다. 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만 100팀이 훌쩍 넘는다는 얘기도 있다.

부산 출신 대표 밴드는 2012년 부산 광안리에서 보컬 최수미를 중심으로 결성된 세이수미다. 음악 마니아에겐 국적이 없듯, 세이수미에게 역시 국가의 경계가 없다. 부산 출신의 영어로 노래하는 이 밴드가 나아간 지점이 한국 인디 아니, 한국 음악 신의 넓이가 됐다. 지난달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 참가는 코로나19 여파로 무산됐지만, 오는 10월부터 아시아·북미에 나선다.

올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현장에서 만난 해서웨이 기타·보컬 키위는 "세이수미의 폭 넓은 활동을 보면서 우리도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세이수미 드러머 임성완은 정규 3집 '더 라스트 싱 레프트(The Last Thing Left)' 관련 지난 5월 서면 인터뷰에서 "부산에서 함께 음악하는 동료들도 많이 늘어난 것 같죠.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하고요. 물론 저희가 해 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또 저희를 보고 용기가 생겼다면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부산 출신 밴드들이 바다 혹은 여름을 연상하는 음악을 주로 들려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세이수미가 초창기 서프록 성향의 밴드로 불렸고, 보수동쿨러와 검은잎들은 쟁글팝(찰랑찰랑한 기타 연주가 특징인 팝)을 들려주기는 한다. 1970년대 미국 솔(Soul)의 거장인 도니 해서웨이(Donny Hathaway)에서 이름을 딴 해서웨이 일렁거리는 음악을 선보인다.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해서웨이. 2022.08.09. (사진 = 유슬리스 프레셔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해서웨이. 2022.08.09. (사진 = 유슬리스 프레셔스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세이수미는 1990년대에 미국에서 유행한 인디록을 기반 삼아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다른 밴드들 역시 한 가지 색깔로만 정의하기엔 부당하다. 소음발광은 갤럭시 익스프레스 초창기를 떠올리게 하는, 정말 발광할 정도의 펑크록 기운을 뿜어낸다. 시너가렛은 하드록 사운드가 기반인 팀이다.

그럼에도 이들 밴드들의 공통점은 있다. 모두 음악적으로 여유가 있다. 무엇인가 쫓기듯 음악을 찍어내지 않고, 자신들의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인상이 강하다.

해서웨이 드러머 세요는 "부산 밴드들은 여유가 있어요. 경제적인 여유가 아니라 도시 자체가 서울보다 인구가 적고 바다도 가까워서 그런지 음악 하는데 조급하지 않다"고 했다. "하고 싶은 거 재밌는 거 찾아서 '으쌰으쌰' 하는 걸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는 거 같아요."

부산 출신 밴드끼리 협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디지털 음원으로 협업 EP '러브 샌드(LOVE SAND)를 발매한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가 예다. 그런데 단순한 지연(地緣)이 아닌, 음연(音緣)이다. 한국의 고리타분한 '우리끼리' 정서는 일찌감치 내다버린다. 음악과 마음으로 통했는데, 그저 같은 지역 출신인 것이다.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 멤버들은 "곡 작업과 녹음을 하는 동안 일곱 명 모두 웃음이 끊겼던 순간이 한 순간도 없었다"고 했다. 두 밴드는 음반 발매를 기념해 20일 오후 7시 서울 홍대 앞 왓챠홀, 26일 오후 8시 부산 KT&G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합동 공연 '러브 샌드'를 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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