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가격인상이냐, 외형확장이냐"…오리온 허인철 부회장의 '고심'

등록 2022.08.19 13:48:47수정 2022.08.19 17:26:3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안정적인 실적 상승 도모시 국내 제품 인상 '유력'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M&A 나설 가능성도 높아

17조 인도시장 공략과 생수사업 매출 확대 '숙제'

 [서울=뉴시스] 오리온 허인철 부회장의 모습(사진=오리온 제공)

[서울=뉴시스] 오리온 허인철 부회장의 모습(사진=오리온 제공)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올해로 9년째 제품 가격을 일절 올리지 않으면서도 경쟁사 대비 높은 성장을 기록 중인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올 하반기 수익성 위주의 경영 체제를 굳힐 지, 아니면 공격적 행보로 외형 확장에 나설 지 관심이 쏠린다.

수익성을 올리는 데 방점을 찍을 경우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이어서 제품 가격 인상은 위기 속에서도 수익을 높일 매력적인 카드로 꼽힌다.

반면 인수합병(M&A)를 통한 외형 확장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리온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8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국내외 기업을 인수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강화하는 등 외형 확대에 나설 수 있다.

2014년 부회장 취임 이후 국내외 사업장 매출 극대화

허 부회장은 2014년 부회장에 부임한 이후 오리온이 진행하는 전반적인 사업에 대해 효율성과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며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올해도 허 부회장이 지휘하는 오리온은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당장 올 상반기 실적으로 매출 1조2805억원, 영업이익 198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0%, 26.4% 증가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주요 해외 법인의 실적이 큰 폭 상승세를 보인 것이 실적 상승의 원동력이다. 한국 법인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3.7% 성장한 4479억원, 영업이익은 5.3% 성장한 696억원을 달성했다.

해외 법인도 고른 성장세다. 중국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9.6%, 170.3% 증가했다. 베트남은 48.6%, 85.2%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었다. 러시아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76.6%, 98.1% 신장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매출액 2조6863억원(+14.04%), 영업이익 4362억원(+16.98%)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2조500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급 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안정적인 실적 상승 노린다면 가격 인상 '유력'

이제 관심은 허 부회장이 올 하반기 어떤 경영 행보를 보이느냐에 쏠린다. 안정적인 실적 상승을 도모한다면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과자의 주원료인 밀가루와 팜유 가격이 큰 폭 오른 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까지 치솟는 등 원부자재 부담이 대폭 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리온의 가격 인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다.

특히 한국 법인은 지난 1분기 원부자재 상승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한 342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통합 구매 관리와 비효율 제거 등 원가 관리만으로 수익을 방어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제과업계는 오리온이 올 하반기 원부자재 가격 동향을 살핀 뒤 가격 인상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오리온은 아직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리온은 올 하반기에 파이, 스낵, 비스킷 등 차별화된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예정이다. 또 소비자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에 걸맞는 다양한 그래놀라 신제품을 통해 간편대용식 카테고리도 키운다는 방침이다.
"가격인상이냐, 외형확장이냐"…오리온 허인철 부회장의 '고심'



공격적인 경영행보로 M&A 나설 가능성 제기

이와 달리 공격적인 경영 행보에 방점을 찍는다면 M&A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리온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만 8369억원을 쌓아놓은 상태다. 부채비율은 28.6%에 그친다.

신용등급도 높다. 지난해 한국신용평가는 회사채 정기 평가에서 오리온에 AA를 부여했다. 이처럼 높은 신용등급은 자금을 손쉽게 융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칫 9000억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는 것은 기회 비용 측면에서 악수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유동성을 확보하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국내외 식품기업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수합병 대상은 국내 기업보다는 중국, 베트남 등 해외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식품 사업군과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면서 현지 식문화를 반영한 제품을 생산할 기업이라면 외형도 키울 수 있다.

최근 중국 제약·바이오 시장에 진출하는 등 제약·바이오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본격화한 만큼 국내 우수 바이오 기업을 인수할 여지도 있다.

인도시장 공략과 생수사업 매출 확대는 숙제

허 부회장이 인도 시장과 생수 사업 등을 어떻게 키우느냐도 관심거리다. 오리온은 약 17조원 규모의 제과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해 2월 인도 라자스탄주에 위치한 인도 공장에서 준공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인도 법인 매출은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주요 수출 국가에서 발생하는 매출 대비 아직 낮은 상황이다. 오리온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과일을 활용한 초코파이 신제품 출시와 대도시 중심의 유통 채널 확대로 인도 시장 파이를 넓힐 계획이다.

국내 생수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허 부회장의 지휘 아래 오리온은 2016년 제주 기업인 제주용암수 사업권을 21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생수 공장 설비에만 120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제주용암수는 삼다수·아이시스·백산수 등 기존 제품에 밀려 아직 낮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허 부회장은 제주용암수 브랜드 이름을 닥터유 제주용암수로 바꾸고 경수 시장을 본격 공략할 방침이다.

닥터유 제주용암수는 하루 판매 물량이 평균 200톤(t)으로 제한돼 공장 가동률이 20%를 넘지 않는다. 경쟁사들이 50~60% 가동률을 보이는 것보다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