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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해수 "제 생각과 정반대 삶 살고 있지만…"

등록 2022.09.21 09: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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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으로 1년만에 글로벌스타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으로 또 인기

"깊게 파려고 했는데, 넓게 파고 있어"

"모든 걸 받아들이고 계속 가보려 한다"

"난 나약한 사람 균형감 유지하려고 해"

[인터뷰]박해수 "제 생각과 정반대 삶 살고 있지만…"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박해수(41)가 대중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7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주연을 맡았을 때였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가 연출하는 작품에서 생소한 배우가 주인공을 연기한다고 해서 당시 꽤나 화제가 됐다. 공연계에선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배우였지만, 그래도 그는 무명 배우에 가까웠다. 2015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지란' 역으로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였지만, 그의 이름을 아는 시청자는 많지 않았다. 박해수는 서서히 주목받는 배우였지 스타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오징어 게임'이 나왔고, 그는 단박에 스타가 됐다. 그것도 그냥 스타 배우가 아니라 글로벌 스타. 이 모든 게 딱 1년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

박해수는 지난 1년 간 미국에서 열린 각종 시상식에 대부분 참석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열린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은 그 마지막 여정이었다. TV아카데미로 불리며 가장 높은 권위를 인정받는 이 시상식에서 그는 드라마 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 부문에 아시아 국적 배우가 후보에 오른 건 최초였다. 그 사이 박해수가 출연한 또 다른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 공개돼 또 한 번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박해수를 만났다. 그에게 '오징어 게임' 공개 이후 지난 1년에 대한 소회를 물었다. 그러자 이런 말로 입을 열었다. "전 대학로 소극장에서 관객 1명을 두고 연기한 적도 있던 배우였어요. 아직은 감사하고 신기하기만 해요. 몇 년 더 지나봐야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박해수는 자신의 성격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MBTI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은 E형(외향적)이 아니라 I형(내향적)이라고 했다. 성격상 이런 방식으로 배우 생활을 해나갈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얘기였다. 그는 "난 깊게 파려고 했다. 그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깊게 파들어가기보다는 넓게 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살고 있어요. 그게 싫다는 게 아닙니다. 전 이걸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일단 이 길로 계속 가다보면 저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알게 되지 않을까요."
[인터뷰]박해수 "제 생각과 정반대 삶 살고 있지만…"


박해수는 아마도 넷플릭스가 배급하는 영화·드라마에 가장 많이 출연한 한국 배우일 것이다. 우선 '오징어 게임'과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수리남'이 있고, 영화 '야차' '사냥의 시간'도 있다. 이 모든 작품이 코로나 사태 이후 공개됐다. 이중 일부 작품은 넷플릭스가 기획한 작품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해 넷플릭스로 넘어온 것들도 있다. 한 배우가 약 2년 간 넷플릭스가 선보인 각기 다른 영화·드라마 5편에 나오는 건 이례적이다. 단순히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기막힌 우연이다. "너무 신기해요. 제가 (K-콘텐츠의) 어떤 연결고리나 통로가 되려고 그러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그는 최근 한 선배 배우가 술자리에서 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박해수는 그 선배에게 '지금 찾아온 이 큰 물살에 올라타는 게 맞는 것인지' 물었다고 했다. 그러자 선배 배우는 인생에서 단 한 번도 그런 물살을 못 만나는 사람도 있다며, 올라탈 수 있을 때 올라타는 것도 지혜로운 것이라고 조언해줬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그 분이 저한테 결국은 고래 같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했어요. 고래는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길을 간다고요. 지금의 전 참 나약해요. 멸치 같죠. 균형을 잘 잡아보려고 합니다." 박해수는 이번에 찾아온 기회를 통해 앞으로 해외에서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미국 등에서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 짬짬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배우로서 존재감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박해수에게 이번 에미 시상식에서 수상을 기대하지는 않았냐고 물었다. 그는 "쟁쟁한 후보들이 워낙 많아서 기대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상식 전날 어머니와 통화한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께 수상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남자가 그런 욕심도 없어서 어쩌냐고 하시더라고요. 당장 수상 소감을 작성하라고 하셨어요.(웃음) 그러면서 수상 소감을 어머니께서 직접 알려주셨어요. 전 그걸 받아적어서 옷 안주머니에 넣고 시상식에 갔어요. 어머니가 불러준 멘트엔 '감사하다'는 말이 15번 정도 들어가요. 제가 아니라 어머니가 상을 받으셔야 해요.(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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