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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급등락하는 한미약품…무슨 일

등록 2022.09.24 11:00:00수정 2022.09.24 22: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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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론티스' FDA 승인 이어 '포지오티닙'은 부정적 의견

호재 뒤 악재에 주가 급락...2016년 9월 호재·악재 공시 사건 재조명

지난 6월 미국 FDA의 실사를 마친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전경 (사진=한미약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6월 미국 FDA의 실사를 마친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전경 (사진=한미약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한미약품이 최근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부정적 의견을 받은 가운데 과거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6년 호재성 정보를 공시한 후 이튿날 악재성 정보를 늑장 공시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상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호재와 악재를 연달아 만난 현 상황이 그때와 닮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주가는 지난 2015년 7배 넘게 뛰며 화제를 모았다. 일라이 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와 총 8조원대의 기술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실제 한미약품의 주가는 2015년 한 해에만 10만2000원에서 72만8000원으로 613.73% 뛰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가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2015년 3월 일라이 릴리와 77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체결 발표가 있기 전부터 주가가 이상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공개 정보가 유출된 것이 아닌지 수상히 여긴 금융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관련자와 자산운용사 등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듬해 9월에 터졌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29일 장 마감 후 미국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항암 신약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호재성 공시에 힘입어 이튿날 개장과 동시에 주가는 5% 이상 상승했다.

그러던 중 한미약품은 개장 후 약 30분 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2015년 체결한 8500억원 규모의 항암제 기술이전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주가는 곧장 하락 전환해 18% 넘게 빠졌다. 당시 호재성 공시를 보고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이를 놓고 늑장공시 논란이 일었다.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 취소를 통보 받은 것은 9월29일 오후 7시께다. 한미약품은 이를 곧장 공시하지 않고 다음날 9시 개장 후 약 30분 가량을 미뤘다. 24시간 내에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민감한 사안을 14시간 가까이 숨겨온 것이 시장의 의혹을 샀다.

당시 한미약품은 한국거래소 증빙 자료 검토 과정에서 공시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의도적으로 악재 공시를 지연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거래소 승인 없이도 가능한 '자율공시' 등의 방법을 활용하지 않고 공시를 지체했다는 점에서 회사 측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특히 악재성 공시가 나오기 전 대규모 공매도가 이뤄진 점도 주가조작 의혹에 불을 붙였다. 호재성 공시와 악재성 공시 간 약 30분간의 시간을 활용해 공매도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매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쌀 때 미리 빌려 팔고, 쌀 때 다시 사서 갚으면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후 진행된 검찰 수사 결과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한미약품 내부에서는 대규모 계약 해지가 발표되기 전 기술 수출 계약이 파기됐다는 소식이 이미 메신저 등을 통해 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 법무팀에서 계약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정보를 유출하고, 일부 전업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미공개 정보가 공유되면서 악재성 공시 전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물량까지 쏟아진 것이다.

현재 관련 당사자들은 처벌을 받았고 한미약품 역시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통해 '주가조작' 주홍글씨를 어느 정도 지워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6년여가 지난 현재 호재성 공시와 악재성 공시가 다시 연달아 나오면서 2016년 당시 사건을 기억하는 일부 투자자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있다.

한편 한미약품은 지난 13일 호중구감소증 바이오 신약 '롤론티스'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허가를 승인받았다고 공시했다. 이후 전날에는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에 대해 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로부터 부정적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2주 새 호재성 공시와 악재성 공시가 연달아 나온 것이다. 자문위의 결정은 FDA의 의약품 승인 결정에 참고 의견으로 활용되지만 구속력은 없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신약개발 성공 확률이 9프로에 불과할 정도로, 신약개발 과정에서는 매우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회사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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