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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감염' 40~50대가 최다…집안 생계 짊어진 가장들?

등록 2022.09.24 14:00:00수정 2022.09.24 14: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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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등 생계 직결된 계층 다수 추정

소득 수준별 숨은감염자 비율도 곧 발표

'아프면 쉴 권리' 관건…"경제적 지원 필요"

[서울=뉴시스] 지난 23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방역 당국이 국민 1만명 규모로 코로나19 항체양성률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57.65%, 즉 10명 중 6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 23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방역 당국이 국민 1만명 규모로 코로나19 항체양성률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57.65%, 즉 10명 중 6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국민 1만명 규모 항체양성률 조사 결과 40~50대 등 부모 세대에서 무증상으로 넘어갔거나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은 '숨은 감염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가계 운영을 책임지는 부모 세대가 자영업 또는 쉬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많은 만큼 진단검사를 기피한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향후 신종 감염병 유행 등을 고려해 상병수당 등 아파도 쉴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전날 방역 당국이 발표한 '지역사회 기반 대표 표본 코로나19 항체양성률 조사' 1차 결과에 따르면 조사 결과 자연감염에 의해 N항체가 생긴 사례는 전체 인구 중 57.65%로 같은 기간 누적 확진자 발생률 38.1%보다 19.5%포인트 높았다.

숨은 감염자는 자연감염(N항체) 양성률과 동기간 확진자 누적발생률의 차이로 알 수 있다.

연령대별로 미확진 감염자 규모가 가장 큰 연령대는 50대(27.6%)와 40대(24.8%)로 평균치인 19.5%를 상회했다. 50대의 N항체 양성률은 55.9%로 확진자 누적발생률(28.2%) 대비 27.6%포인트 높았다. 40대도 N항체 양성률(62%)이 확진자 누적발생률(37.2%)보다 24.8%포인트 높았다.

다른 연령대의 경우 20대(20.2%)와 60대(22.7%)도 평균보다 높았다. 이밖에 ▲5~9세 18.2% ▲10대 15.4%  ▲30대 13.8% ▲70대 17.9% ▲80대 이상 5.4%로 평균보다 낮았다.

항체양성률 조사 연구를 총괄한 전문가와 다른 전문가들은 40·50대의 숨은 감염자 규모가 큰 데에는 예방접종률과 무증상 감염 외에도 사회경제적 요인이 일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초 전파력이 높고 중증화율은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고 진단검사가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신속항원검사(RAT) 양성자 확진 인정, 코로나19 격리 시 생활지원금·유급휴가 축소에 따라 '숨은 감염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항체양성률 조사 책임연구자인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는 "40~50대는 경제활동을 하며 가계를 책임지는 집단"이라며 "내부 연구진 토의에서 증상이 없어서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감염됐어도 격리 등을 우려해 지나간 건 아닐까 추정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아파서 일할 수 없는 기간 동안 최저임금의 60%를 지급하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지난 7월4일 시작됐다. 시범사업은 6개 지역에서 대기기간, 수당 지급범위 등을 달리해 3개 모형으로 진행된다. 대상자는 시범사업 지역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 중 만 15세 이상부터 만 65세 미만의 취업자다. 자영업자나 특수고용직 노동자, 일용직 근로자도 지원 대상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아파서 일할 수 없는 기간 동안 최저임금의 60%를 지급하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지난 7월4일 시작됐다. 시범사업은 6개 지역에서 대기기간, 수당 지급범위 등을 달리해 3개 모형으로 진행된다. 대상자는 시범사업 지역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 중 만 15세 이상부터 만 65세 미만의 취업자다. 자영업자나 특수고용직 노동자, 일용직 근로자도 지원 대상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인 정재훈 가천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40대와 50대는 사회 활동이 매우 활발한 상황이기 때문에 감염 상태를 모르고 지나간 분들도 많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진단검사를 받고 격리됐을 때 느낄 수 있는 여러 불편함, 국가의 지원 (여부) 등이 어느 정도 해당 연령대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은 "항체양성률 조사 결과는 실제 감염자 규모를 추계할 수 있는 근거"라며 "생계를 책임지는 부모 세대가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단검사가 PCR 검사에 RAT를 병행함에 따라 위양성·위음성이 늘어난 것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연령과 지역 외에도 참여자의 소득수준이나 기저질환력에 대한 정보를 확보한 상태다. 2~3주 내에 추가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회생활이 많은 연령층 중에서도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숨은 감염자 비율이 많다면 생계에 대한 압박감이 큰 계층에서 검사 회피가 많다는 점이 추가로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현재 중위소득 100% 이하에만 가구당 10~15만원의 코로나19 격리 생활지원금을, 유급휴가비는 종사자 30인 미만인 기업에만 지원하는 만큼 일부 손질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

특히 감염병이나 근무와 상관 없는 부상 등으로 아플 때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지자체가 소득 손실을 보전하는 '상병수당'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복지부의 상병수당 제도는 현재 6개 지자체에서 유형별로 시범사업을 하는 일종의 실험 단계다.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은 "정부가 40·50대 연령층에서 '숨은 감염자'를 줄이기 위해서는상병수당 등 아프면 쉬는 문화를 빠르게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격리지원금, 정확도가 떨어지는 RAT 진단체계에 대해서도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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