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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피어링=공짜 아냐"…격화되는 '망사용료법' 대립

등록 2022.09.27 05:36:00수정 2022.09.27 06: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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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주 의원, '망사용료법 토론회' 주최…"망사용료 분쟁, CP 탓"

"'프리피어링'은 '트래픽 물물교환' 개념…ISP-CP 간 통용 불가"

넷플·구글 향한 통신업계 저격도…"애플·디즈니가 경영 모르나"

[AP/뉴시스]넷플릭스와 유튜브 앱 아이콘.

[AP/뉴시스]넷플릭스와 유튜브 앱 아이콘.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망 이용대가가 유상인지 무상인지 논의는 무의미합니다. 당연히 유상이 돼야 합니다. 무상 접속의 근거가 되는 '프리 피어링(Free Peering)'의 경우에도 '공짜(Free)'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현금거래가 아니라 현물거래라는 점에서 '프리'라는 단어가 포함됐을 뿐입니다"

이른바 '망사용료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문제를 두고 글로벌 CP(콘텐츠사업자)와 ISP(인터넷제공사업자)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CP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또 한번 제기됐다. 최근 진행된 망 사용료법 공청회가 용어 정리, 해묵은 이슈 등에 매몰돼 공회전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은 가운데 입법 절차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망사용료법, 유·무상 논의 자체가 무의미…'망' 자원 받았으면 금전 정산 해야"

27일 업계에 따르면 박완주 무소속 의원 주최로 전날 진행된 '디지털대전환 시대를 위한 연속 정책토론회'에서는 "CP가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망사용료를 두고 분쟁이 벌어지게 된 것"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발제를 맡은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CP와 ISP가 싸우는 이유는 자기 사업모델(BM)을 위해 ISP의 망 자원을 이용해야만 하는 CP가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망과 같은 경제적 자원을 이용했을 때 그 자원에 대한 요금을 내는 게 사업상 일반적인 거래다. 망사용료의 유·무상 여부를 두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위원은 CP 측에서 망사용료법 반대 논거 중 하나로 언급하는 '무정산 피어링(프리 피어링)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피어링'은 주로 ISP끼리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트래픽을 교환하는 것인데, 기술 발달로 CP들의 트래픽 양이 늘어나자 CP들도 콘텐츠 품질 확보를 위해 피어링 방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프리 피어링 문제는 망사용료 논란을 본격 촉발시킨 넷플릭스-SK브로드밴드 소송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서울=뉴시스]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망 이용대가 제도 문제없나?'를 주제로 진행된 '디지털대전환 시대를 위한 연속 정책토론회'. (사진=윤현성 기자)

[서울=뉴시스]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망 이용대가 제도 문제없나?'를 주제로 진행된 '디지털대전환 시대를 위한 연속 정책토론회'. (사진=윤현성 기자)

조 위원은 "프리피어링에서 '프리'를 공짜라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아니라 '물물교환'으로 봐야한다. 내가 상대방에게 자원을 준 만큼 상대도 나에게 자원을 줬기에 정산이 됐다는 것"이라며 "물론 돈을 주고 받은 '페이드 피어링'도 있다. 이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신세를 질 경우 그 격차를 금전적 보상을 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피어링이 주로 ISP 간 이뤄졌던 만큼 양측이 서로 비슷한 양의 트래픽을 주고받는 경우가 잦았고, 그렇기에 '피어링=무정산'이라는 인식이 잦았다. 하지만 이는 동등한 수준의 '트래픽 물물교환'이 가능한 ISP 간에만 통용 가능하고, ISP 망에 일방적으로 신세를 질수밖에 없는 CP와의 관계에는 똑같이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조 위원의 설명이다.

"망 관련 '무상 규정' 자체는 허상…韓 네트워크, 영리목적으로 제공되고 있어"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이번 망사용료 소송 자체는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향후 훨씬 더 많은 망 이용이 이뤄지고, 망도 더 고도화돼야 하기 때문에 망 관리·운영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망사용료법과 같은 규제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최 교수도 망 사용은 '유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서는 "망은 유상일수도, 무상일수도 있지만 망 무상의 근거 중 하나인 '제로 프라이스 레귤레이션(무상 규정)' 자체가 허상일 수밖에 없다"며 "이미 망이란 게 민영화돼 영리 목적으로 제공되는 상황에서 무상 규정이 가치를 추구할 수는 있지만 경제학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욱이 망 이용은 호의관계가 아니라 철저히 영리적 행동이고, 결국 법률관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 부장,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장 등도 망사용료법 입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구글·넷플 국감 부른 韓 국회, 방통위 찾은 美 USTR…격랑 속 망사용료법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망 이용료 지급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에서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공동취재사진) 2022.09.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망 이용료 지급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에서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공동취재사진) 2022.09.20.  [email protected]

통신업계의 저격도 이어졌다. KTOA는 성명서를 통해 "일부 글로벌 CP는 트래픽 전송에 필요한 네트워크 이용을 위한 비용 자체를 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며 "애플·디즈니·네이버·카카오·왓챠 같은 국내외 콘텐츠 사업자들이 경영을 몰라서 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는 게 아니다. 구글·넷플릭스와 같은 일부 글로벌 CP는 단지 해외 사업자로서 국내법과 규정의 미비한 점을 이용해 어떻게든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을 명분을 찾고 있다"고 규탄했다.

최근 망사용료법 입법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망사용료법의 핵심 타깃인 넷플릭스와 구글이 간접적으로 연합하는 모양새다. 당초 망사용료법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여왔던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에만 집중하며 다소 조용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그동안 민감한 이슈에도 조용한 대응을 해왔던 구글은 "망중립성 보호 청원(망사용료 반대 청원)에 참여해달라"며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망사용료법 입법이 급물살을 타자 구글 또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양사는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34%를 차지하는 등 가장 많은 트래픽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달 국회 역시 망사용료법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내달 4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에 망사용료법 입법을 반대하고 있는 구글과 넷플릭스 한국법인 대표를 증인 신청목록에 올렸다. 미국 또한 다시 한번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과방위원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USTR(미국무역대표부)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찾아 자국 기업을 향한 한국 통신사들의 망사용료 납부 요구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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