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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금융위기 왔나...전문가들 "통화스와프 필요"

등록 2022.09.27 14: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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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스와프 베이시스 -75.5bp로 하락…유동성은 아직 양호

이창용 "이론적으로 통화스와프 필요없어…오히려 부작용"

전문가들 "외환위기 경험 갖고 있는 나라…통화스와프 필요"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 긴축에 원·달러 환율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을 넘어 최근엔 1430원대도 뚫리면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외환당국은 비상 상황도 아닌 만큼 현재로서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외환당국 수장의 신중하지 못한 통화스와프 발언으로 원화 가치가 더 큰 폭 하락하고 있다며, 환율 안정을 위해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개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09.3원) 보다 22.0원 오른 1431.3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16일(1440.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와 체결했던 600억달러 규모의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됐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유사시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다. 미 달러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9%를 넘어서는 등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아닌 만큼, 위기 국면에서 외화자금 조달이 급할 때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통화스와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등 위기 때마다 원화 급락세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2008년 10월 30일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에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427.0원)보다 177원 급락했다. 2020년 3월 19일 미국과 600억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을 발표한 직후 달러화 자금 조달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되면서 다음날 코스피가 7.4%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은 3.1% 하락하는 등 국내 금융·외환시장이 즉시 반응했다.

처음 각계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요구가 나온 것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였다. 당시 한·미 공동성명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공동성명에 외환시장 안정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인해 시장에서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재개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졌다. 또 7월 한·미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한·미 양국이 필요시 유동성 공급 장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당시 언급된 '외환시장 안정'이나 '유동성 공급 장치' 모두 통화스와프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통화스와프는 정부와 독립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한국은행이 체결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보통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반면 외환당국은 현 상황이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될 수 있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위기도 아닌데 섣불리 체결을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게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이 통화스와프 체결시 그동안 전세계 9개 국가와 동시에 체결한 만큼 이번에도 한국과 단독 체결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환율은 과거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아직까지는 달러 유동성 지표는 양호한 편이다. 당시에는 달러 유동성 부족이 환율을 끌어올렸으나 이번에는 달러 유동성 지표인 원·달러 스와프 베이시스(3년 만기)가 27일 기준 -75.50bp(1bp=0.01%포인트)로 -60bp대를 기록했던 올해 초 보다 하락했지만, 금융위기 때 기록한 -300bp대에 비해서는 안정된 모습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달러 유동성' 문제를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 총재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한 연준의 내부 기준이 있는데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있을 때 논의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우리가 처한 입장에서 이론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는 필요 없다"며 "국민들이 불안해 하기 때문에 통화스와프를 받아오면 좋은 것은 알고 있지만, 전제 조건이 맞지 않는데 체결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통화스와프는 신용위험을 막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통화스와프를 체결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달러가 강세인 상황에서 원화가 절하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며 "1997년이나 2008년 위기와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에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없이도 우리가 위기를 해결한다면 여러가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처음부터 보험(통화스와프)을 가지고 와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봐야 한다"며 "정책을 일관적으로 추진해 다른 외국에서 볼 때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지금 상황에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 스와프는 국제 달러시장에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며 "그 때까지는 미시적 정책을 통해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도 말했다.
 
환율이 1430원을 돌파한 상황이지만 달러 경색 상황 등 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니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필요가 없고, 체결 가능성도 낮으니 사실상 통화스와프 없이 환율 안정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 총재의 발언은 부적절하며, 위기를 대비하고 환율 안정을 위해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가 현재 미 달러를 빌려와야 하는 상황이 아니긴 하지만,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외환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체결 필요성 자체가 높은 상황"이라며 "통화 당국에서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외환시장을 추가로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야 한다"며 "전세계적인 강달러 상황이라 원화를 포함한 대부분의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투기세력들이 더 강하게 공격할 수 있어 통화스와프 체결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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