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50년 이상 장기이식 경험…고난도 재이식도 거뜬"

등록 2022.09.29 10:12:00수정 2022.09.29 11:06:2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박순철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인터뷰

국내 유일 최소절개 신장이식 수술 80례 달성

남동생 신장이식 환자 생존한지 41년 10개월

여러과 간 유기적 협진 장기이식 경쟁력 원천

50년 이상 축적된 경험·노하우로 재이식 시도

장기이식할 의사 없어…의료진 지원 강화돼야

뇌사자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인식 확산돼야

공여자에서 수혜자로 복강경 수술 확대할 것

[서울=뉴시스]박순철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센터장(혈관·이식외과 교수).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2.09.29

[서울=뉴시스]박순철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센터장(혈관·이식외과 교수).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2.09.29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장기이식은 생명을 살리는 '의학의 종합예술'이다. 외과, 신장내과, 마취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공여자의 장기를 적출해 환자에게 빠르게 옮겨 넣어 수많은 혈관을 연결해야 하고 이식 후 거부반응이나 합병증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장기이식 환경은 녹록지 않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개선이 부족해 장기 이식 대기자는 매년 늘고 있지만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장기를 확보해도 이식수술을 할 의사가 없어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들도 있다. 장기이식의 특성상 장시간 강도 높은 노동이 요구되지만 의료 인력에 대한 지원은 아직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해서다.

국내 최소절개 신장이식 수술 권위자인 박순철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센터장(혈관·이식외과 교수)은 "일부 지역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는 신장을 이식할 외과 의사가 없다"면서 "사명감과 환자에 대한 애틋함만으로 버티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척박한 장기이식 환경 속에서도 미래 장기이식을 꽃 피우기 위한 토양을 다져 나가고 있다. 장기이식은 말기 장기부전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생명수'이기 때문이다. 2006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피부를 10㎝ 정도만 절개하는 '최소절개 신장이식 수술'을 시행한 후 80례를 달성했다. 국내에서 서울성모병원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이 수술은 기존보다 통증이 줄고, 회복이 빠른 것은 물론 심미적으로도 우수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신장을 이식할 때 면역세포를 만들어내는 골수도 함께 이식해 면역 거부반응을 확 줄이는 수술도 10례 이상 시행했다.

박 교수는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가 1969년 문을 연 뒤 50년 이상 쌓아온 장기이식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위험군 이식, 고난도 재이식에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박 교수는 "장기를 이식받아 이미 항체가 형성된 환자의 몸에 다시 장기를 이식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거부반응이나 합병증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액형 불일치 등 고위험군 이식, 재이식, 3차 이식을 계속 시도할 수 있는 것은 50년 이상 축적돼온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이식 환자 중 최장 생존자는 어떤 환자인가요?

[서울=뉴시스]박순철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센터장(혈관·이식외과 교수)이 피부를 10㎝ 정도만 절개하는 '최소절개 신장이식 수술'을 시행한 환자의 모습.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2.09.29

[서울=뉴시스]박순철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센터장(혈관·이식외과 교수)이 피부를 10㎝ 정도만 절개하는 '최소절개 신장이식 수술'을 시행한 환자의 모습.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2.09.29

"1980년 11월 남동생으로부터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가 현재 생존해 있습니다. 벌써 수술을 받은지 만 41년 10개월이 됐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는 난치성 혈액질환과 신장질환이 동반된 환자에게 고난도 치료를 성공적으로 시행한 경험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데요.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필요할 때 바로 이뤄지는 여러과 간 유기적인 협진이 장기이식 성공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말기 장기부전 환자, 만성 신부전 환자들에게 특히 이식이 필요한데요. 외과, 신장내과, 내분비내과, 순환기내과, 병리과, 감염내과 등 진료과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등 관련 과들이 한마음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외과와 내과가 의견을 잘 조율해서 윈윈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죠. 50년 이상 축적해온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도 혈액형 불일치 등 고위험군 이식, 재이식, 3차 이식을 계속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3차 이식의 경우 이달 중순에 이어 마지막 주에도 잡혀 있죠."

-장기이식 환경은 아직 척박한데요.

"장기를 이식할 의사가 없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지역 국립대병원에서 신장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한 명도 없어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야 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환자가 장기를 확보해 이식 수술을 받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막상 수술을 할 의사가 없었던 거죠. 한때 신장이식으로 유명한 다른 지역 일부 종합병원들의 경우에도 이식할 의사가 없습니다. 사전에 계획해 수술하는 생체이식과 달리 뇌사자 장기 이식은 장기를 구득해 수술해야 하고 수술도 대부분 밤에 이뤄져 근무강도가 훨씬 센데 의사, 간호사,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등 의료인력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기 때문이죠."
[서울=뉴시스]박순철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센터장(혈관·이식외과 교수).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2.09.29

[서울=뉴시스]박순철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센터장(혈관·이식외과 교수).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2.09.29


-장기기증을 기다리다가 숨지는 환자들도 많다고 하던데요.

"의료진으로서 힘든 점이 바로 장기 구득을 힘겹게 기다리다 돌아가시는 환자들을 지켜보는 겁니다. 수술을 기다리던 환자를 맞는 장기가 없어 어떻게 해보지 못한 채 보내야 할 때 안타깝고 힘들죠. 장기기증 문화가 아직 자리잡지 못해서 인데요. 장기이식 대기기간이 신장 기준으로 평균 5년 정도인데, 요즘엔 더 길어졌습니다."

-현장에서 느끼시기에 장기이식에 대한 인식변화는 어떤가요?

"뇌사자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부족합니다. 권투시합 도중 뇌출혈로 숨진 최요삼 선수, 김수환 추기경 등 유명 인사의 장기기증 사실이 알려질 때 기증자가 일시적으로 늘었다가 시간이 흐르면 줄어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아직 뇌사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이죠. 심장이나 폐의 경우 신장이나 간과 달리 생체이식이 불가능해 뇌사자 발굴이 중요합니다. 장기이식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 장기이식센터에서 이식주간 캠페인을 따로 하지 않아도 장기기증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장기적인 과제나 목표를 말씀해 주신다면요.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는 1969년 국내에서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해 장기이식 발전에 한 획을 그었는데요. 공여자 뿐 아니라 수혜자로 복강경 수술을 확대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폐를 비롯한 여러 부위의 장기이식도 더욱 활성화시켜 나가야 하고요. 전임의가 흔치 않던 시절 스승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혈관·이식 분야를 선택했는데요. 신장이식 권위자인 고용복 교수님(가톨릭의대 명예교수)과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님의 수술과 환자에 대한 열정을 떠올리면서 현장에 임하고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