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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무역 희비 엇갈린 한국과 대만…"반도체가 관건"

등록 2022.09.28 06:00:00수정 2022.09.28 06: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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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대만과 한국의 중국 반도체 수입시장 점유율.(그래픽=한국무역협회 제공) 2022.9.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대만과 한국의 중국 반도체 수입시장 점유율.(그래픽=한국무역협회 제공) 2022.9.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대만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양국 간 반도체산업이 좌우하고 있는 만큼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8일 한국무역협회가 내놓은 '한국과 대만의 대중 무역구조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지난 5월 이후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에 대만은 최근 양안 관계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반도체 위주의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견조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의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리튬이온배터리 및 원료, LCD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수입이 큰 폭으로 늘었다.

중국 반도체 장비의 자급률이 상승하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현지생산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및 장비 수출 증가율은 지난 5월 11.9%에서 지난달에는 -3.6%의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중국 무역수지는 올해 1∼8월 누계 기준으로 32억 달러의 흑자를 나타내고 있지만 흑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158억 달러)보다 79.8% 감소했다.

대만의 경우에는 지난달 미국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조치로 중국이 대만에 대해 각종 경제제재 및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가운데서도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올해 1∼8월 반도체가 대중국 수출의 51.8%를 차지하는 가운데 시스템반도체(24.0%)와 메모리반도체(17.8%) 수출이 고른 호조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대만의 대중국 반도체 무역수지는 223억 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183억 달러) 대비 21.7% 증가했고 같은 기간 대만의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240억 달러 가운데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92.7%에 달했다.

중국의 경우 올해 들어 자급률 상승과 수출 호조, 수입 둔화에 힘입어 미국·독일에 대해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무역적자 폭을 크게 줄였지만 대만에 대한 무역적자 규모는 큰 변동 없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의 대중국 수출에서 반도체 등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83.4%에 달하고 중국은 전자 및 기계제품 등 중간재를 대만에 크게 의존해 양국 경제구조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대만의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는 대만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드리 기술력 및 위탁수요의 증가와 함께 시스템반도체 위주의 대중국 수출 때문이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TSMC·UMC·PSMC·VIS 등 대만 파운드리 4개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기준 64.0%를 차지했으며 올해 1∼8월 대만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에서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3.8%에 달한다.

대만은 반도체 제조의 마무리 단계인 후공정(패키징 및 테스트)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팹리스-파운드리-후공정으로 연결되는 반도체 생태계를 자국 내에 구축했다.

이 같은 시스템반도체 설계업체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만은 대중국 반도체 수출액에서 2019년부터 메모리반도체 위주인 한국을 추월했다.

또 대만은 미국의 수출통제로 인한 중국의 반도체 공급부족 상황을 대중국 수출 증대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주요 수요기업인 중국 화웨이의 구매 중단 등으로 인해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하락한 상태다.

한국이 독점적 시장점유율을 가진 메모리반도체는 글로벌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 반면 대만이 강점을 가진 시스템반도체는 다품종 주문생산 위주로 경기 방어적인 특성도 띠고 있다.

아울러 대만 정부는 중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과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대기업 및 핵심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점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생산 전 범위에 걸쳐 튼튼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 미·중간 패권다툼 속에서 수출과 무역수지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안보 측면에서도 국익을 지키는 전략적 무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로선 메모리반도체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시스템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경쟁력을 높여가는 등 균형잡힌 반도체 산업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며 "중국과의 분업체제 내에선 기술력이 관건인 만큼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정부 R&D 지원체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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