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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 들여 끓여낸 평냉의 맛"…'안나, 차이코프스키'

등록 2022.09.2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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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창작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가을같은 작품입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 바람이 불 때의 느낌이죠. 각자 다른 신념을 갖고, 다른 절망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차가운 시대 속에서 서로 위로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황두수 연출가)

"기분에 따라 빠져드는 인물이 달라지는 작품입니다. 황 연출이 이 작품에 대해 '평양냉면 같다'고 했어요. 처음 맛보면 밋밋한 것 같지만, 어마어마한 시간과 공을 들여 끓여냈어요. 자극적 요소를 배제하고 마음 속에 남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테이)

창작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는 동성애자로 알려진 전설적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사랑과 삶을 담은 창작 뮤지컬이다. 대표적 발레곡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오페라 '오네긴'의 서사와 멜로디를 차용해 혼란스러웠던 19세기 러시아와 차이코프스키의 고뇌를 환상적으로 그려낸다.
창작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창작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황두수 연출가는 27일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열린 '안나, 차이코프스키' 프레스콜에서 "창작 초연인만큼 배우들과 스태프가 치열하게 준비했다"며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황 연출은 "차이코프스키는 어머니에게 사랑을 부정당한 후 환상 속으로 도망치고, 음악을 탈출구로 삼았다"며 "누구에게나 차이코프스키처럼 결여가 있고, 그려내고 싶은 환상도 있다. 저도 무언가 결여를 채우기 위해 예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부분이 차이코프스키와 오늘의 우리가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나, 차이코프스키'는 베토벤의 이야기를 담은 '루드윅'에 이어 제작사 과수원뮤지컬컴퍼니가 두번째로 제작한 클래식 음악가 시리즈다.

허강녕 과수원뮤지컬컴퍼니 프로듀서는 베토벤에 이어 차이코프스키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을 내놓은 것과 관련, "이 작품은 3년 전부터 기획했다"며 "창작 뮤지컬을 개발하고 공연을 만들어 국내 뿐 아니라 해외로 진출하고, 우리 뮤지컬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허 프로듀서는 "우리가 만든 뮤지컬이 외국 관객들에게 다가갈 때 어떤 소재가 좋을까 고민을 했다"며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으로 작품을 만들면 관객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사용하고, 그의 인생, 관계 맺고 있는 군상들을 통해 함께 공감할 내용 찾고자 했다"며 "창작진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 이진욱 음악감독이 정말 힘든 창작의 시간을 보내며 좋은 음악을 만들어줬다"고 했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이 작품에는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팀파니 등으로 구성된 대학로 최초의 9인조 오케스트라가 참여했다.

이진욱 음악감독은 "대가의 음악을 만진다는 것 자체에 대해 심적 부담이 많았다"며 "명곡들을 뮤지컬화하며 굉장히 고민했고, 가창력이 대단한 배우들에게서 (능력을) 최대한 뽑아내보자는 생각으로 곡을 만들었다"고 했다.

차이코프스역을 맡은 에녹은 "극 구성상 차이코프스키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주변 인물들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안나 차이코스프키는 다른 인물들을 더 많이 받쳐주고, 관계설정을 하며 극의 완성도가 짙어진다. 그런 점을 녹여내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안나역을 맡은 김소향은 이 작품에서 '작은 꽃' 넘버로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그는 "숨은 어떻게 쉬느냐"는 질문을 받고 "함께 안나를 맡고 있는 최수진·최서연에게 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 '작은 꽃' 한 곡 때문에 선택했다"며 "가사에 감동해 여기까지 왔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 힘든 순간들이 있었지만 배우로서 잘 해야겠다. 관객들에게 울림을 줘야겠다는 생각 하나 뿐이었다"고 했다. 

김소향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창작 작품에 계속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저는 20년이 넘은 배우"라며 "어떻게 해야 내가 무대에서 받은 사랑에 보답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답은 창작 작품이었다"고 했다. 이어 "어떤 일이 있어도 일년에 한 번은 창작 작품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창작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창작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테이는 임병근, 안재영과 함께 민족음악의 대변자이자 극의 갈등을 만들어내는 세자르역을 맡았다. "저는 한 번도 세자르를 악역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자신이 연기한 세자르에 완벽히 빠져든 모습을 보였다.

그는 "차이코프스키는 비겁하고, 안나는 어리고, 세자르가 가장 어른"이라며 "사회적 관계와 역할에 대해 고민 없는 예술가들 속에서 세자르는 시류를 이해했고, 차이코프스키를 보며 답답해하고, 안나를 보면 주장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음달 30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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