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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감세 포기 안하면 침몰"…지지율 17%p 앞선 노동당 집권 가능성

등록 2022.09.28 15:22:27수정 2022.09.28 15: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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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취임 3주만에 감세정책으로 영국 경제 위기로 몰아가

IMF·영란은행, 잇달아 트러스 정부에 감세정책 관련 경고나서

유고브, 여론조사에서 노동당 지지율 17%p 보수당보다 높아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더 인상했어야 한다는 판단 거의 확실"

[런던=AP/뉴시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8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앞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에 관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1952년 26세의 나이로 여왕으로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는 이날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서거했다. 향년 96세. 2022.09.09.

[런던=AP/뉴시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8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앞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에 관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1952년 26세의 나이로 여왕으로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는 이날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서거했다. 향년 96세. 2022.09.09.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영국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국제통화기금(IMF)가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리즈 트러스 정부가 대규모 감세 정책을 사실상 철회할 것을 압박하고 나설 정도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트러스 총리가 취임 3주만에 대담한 경제 도박을 하고 있다면서, 이 도박으로 트러스 총리의 정치적 위기가 가중되면서 이제 막 시작한 새 정부를 침몰시킬 것인지에 대해 분석·보도했다.

결국 트러스 총리가 50년만에 단행하는 대규모 감세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노동당에게 정권을 내 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트러스 정부가 지난주 감세 및 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한 이후 4일만에 영국 파운드화는 최저치로 떨어졌고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그러면서 트러스 총리의 정치적 미래 또한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 결과 영국 노동당은 이 같은 위기를 20여년만에 재집권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 조사에 따르면 노동당 지지율은 보수당을 현재 17%포인트 앞서고 있으며, 보수당에 대해선 28% 밖에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율 격차가 이 같이 벌어진 건 노동당 소속 토니 블레어가 총리였던 2001년 이후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보수당 전문가인 팀 베일 런던 퀸메리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다음 선거 전에 트러스가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시 본격적인 리더십 경쟁을 펼치기는 매우 매우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배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하자 영국 금융기관들이 신규 모기지 대출을 중단하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런던 킹스컬리지 조너선 포티스 경제학 및 공공정책 교수는 "사람들이 30년 모기지 대출을 받는 미국과는 다르다"면서 "모기지 보유자의 약 63%가 변동금리 모기지 또는 향후 2년 내 만료되는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파운드화의 급격한 하락은 금리가 단순히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상승해야 한다는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트러스 총리에게 물리적으로 시간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트러스 총리는 늦어도 2025년 초까지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 전직 총리에 대한 3권의 전기를 쓴 일간 텔레그래프 전 편집자 찰스 무어는 "1979년 (마거릿) 대처는 유권자들에게 1982년까지 그들이 좋아허는 것을 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리즈 트러스에게는 그 정도의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당수는 27일 전당대회에서 보수당이 "재분배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가난한 사람에서 부자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동당 정부야말로 혼란을 끝내고 더 공정하고, 친환경적이고, 역동적인 사회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케네스 S. 로고프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매우 미숙한 정부 하에선 노동당이 너무 왼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에서 노동당이 강력한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며 "누군가 노동당이 감세를 역전시킬 것이고, 노동당 정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다면 그들의 장기 투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경제가 진정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 트러스 정부와 영란은행은 대립 또한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임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일했던 미 경제학자이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인 애덤 S. 포센은 "정부의 정책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은행이 그 정책에 따라 많은 금리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로고프 교수는 영국도 수년간 낮은 인플레이션과 극도로 낮은 이자율에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공공 지출이라는 문제로 인해 금리를 더 높게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너무 많이 (돈을) 빌려 썼고,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더 인상했어야 한다는 판단이 거의 확실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센 소장은 시장에선 영국의 신용 상실을 1970년대 영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 1980년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위기에 비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러스 정부는 "의도적으로 이에 전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선의 길은 정부가 지난주 내놓은 재정 정책을 뒤집는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그들이 쉽게 물러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콰시 콰텡 재무장관은 27일 은행가들과 자산관리자들에게 영국 정부 계획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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