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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RE100' 선언했지만…재생에너지 비싸 '전전긍긍'

등록 2022.09.29 11:03:18수정 2022.09.29 11: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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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7.5%…OECD 1/4 수준

[서울=뉴시스]삼성전자가 15일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서 'Everyday Sustainability' 전시를 통해 친환경 노력을 소개했다. (사진 = 삼성전자) 2022.9.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삼성전자가 15일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서  'Everyday Sustainability' 전시를 통해 친환경 노력을 소개했다. (사진 = 삼성전자) 2022.9.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SK와 LG에 이어 최근 삼성전자도 'RE100' 가입을 예고하며 친환경 경영에 박차를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 부족으로 목표 달성에 큰 부담을 갖는 모습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국내 4대 그룹 중 가장 늦게 'RE100'(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뛰어든 요인은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그만큼 열악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전력 소모가 많은 반도체 사업 뿐 아니라 전세계 32개국에 걸친 생산 네트워크에서 휴대폰, TV, 가전제품 등 연간 5억대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전력은 서울시 전체 가정용 전력 사용량 14.6TWh의 1.76배에 달할 정도다. 경쟁사인 TSMC, 인텔, 메타, 애플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계속 증설하고 있어, 전력 사용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핵심 반도체 사업장이 많은 한국은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이 좋지 않다는 평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7.5%로 OECD 평균 30%에도 훨씬 못 미친다.

'RE100 2020' 연례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어려운 10개국에 한국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특히 'RE100 2021' 연례보고서에는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외 RE100 가입 기업 53개사 중 27개사가 한국을 '재생에너지 조달에 장벽이 있는 국가'로 꼽았다.

국내 재생에너지 가격도 비싼 편이다. 미국이나 중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석탄·원자력 대비 비슷하거나 더 낮지만 한국은 석탄·LNG 대비 여전히 재생에너지 생산 가격이 비싼 편이다. 2020년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KWh당 발전 단가는 중국 42원, 미국 48원인 반면 한국은 116원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구매 프리미엄도 미국과 중국보다 더 높다. 2020년 기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의 경우 중국과 미국은 1KWh당 각 1.2원이지만 한국은 43원으로 집계됐다.

'RE100' 달성에 대한 고민은 삼성전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LG는 지난달 기준 LG전자를 비롯해 이노텍, 화학, 에너지솔루션, 생활건강, 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들이 탄소 중립과 RE100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전력 소모가 많은 LG전자를 중심으로 2050년 재생에너지 100% 사용은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우선 바이오 플라스틱과 탄소 저감 기술 등 친환경 기술 분야인 '클린 테크'에 5년간 2조원 이상을 투자할 방침이지만 국내외 환경이 예상보다 녹록치 않다는 분석이다.

[창원=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APR1400 원자력발전소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2022.06.22. yesphoto@newsis.com

[창원=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APR1400 원자력발전소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2022.06.22. [email protected]

국내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RE100'에 가입한 SK도 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지시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목표 달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친환경보다 원자력발전 쪽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한다는 것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며 "그렇다고 정부에 강력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기업의 고민은 더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RE100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할 수 있어서 가입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꼭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다음 달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RE100을 포함한 친환경 정책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삼성전자 등 기업인들에게 탄소 중립 실천 방안과 관련한 질의를 집중적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국감에서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들보다 탄소 중립 및 RE100 가입 선언이 늦다고 질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감에서 삼성전자는 언제 탄소중립에 나서느냐고 거듭 지적했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했던 장성대 삼성전자 전무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것이라 상당히 면밀하게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국가 정책과 국제 사회에 발 맞춰 탄소중립과 RE100 모두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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