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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을 하게 된 모든 순간이 증명의 순간"

등록 2022.10.01 08:00:00수정 2022.10.01 09: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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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BTS 엑시비션 : 프루프(EXHIBITION : Proof)'

방탄소년단 9년 역사 담은 전시

[서울=뉴시스] '2022 BTS 엑시비션 : 프루프(EXHIBITION : Proof)' 인 서울(in SEOUL) 증명의 가치. 2022.10.01. (사진= 하이브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2 BTS 엑시비션 : 프루프(EXHIBITION : Proof)' 인 서울(in SEOUL) 증명의 가치. 2022.10.01. (사진= 하이브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저에게는 그저 음악을 시작한 게 증명의 시작이었고, 방탄소년단을 하게 된 모든 순간이 증명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최근 발매된 글로벌 수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PROOF)'의 '컬렉터스 에디션(collector's edition)'에 포함된 책에서 RM(김남준)은 "'증명의 순간'은 언제였나요?"라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2013년 6월13일 방탄소년단이 데뷔한 날부터 멀리서나마 계속 지켜봐온 대중음악 담당 기자인 저로서는 절로 고개가 끄덕이는 대답이었습니다. 가까이서 일곱 멤버들을 지켜봐온 팬덤 '아미(Army)'는 얼마나 더 절감했을 말일까요. 이들의 행보 하나하나가 K팝 아니 세계 대중음악계 역사가 됐으니, 팀 자체가 이들의 증명이 돼온 셈입니다.

그래서 '찰나의 시간 속, 당신을 둘러싼 크고 작은 틈을 통해 이어진 증명의 여정을 그려내고자 한다'는 '2022 BTS 엑시비션 : 프루프(EXHIBITION : Proof)'의 기획 의도는 지극히 잘 뽑은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하이브(HYBE) 인사이트에서 개막한 이 전시는 방탄소년단의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연대기적 앨범 '프루프' 타이틀곡 '옛 투 컴(Yet To Come)'을 테마로 삼았습니다.

찰나(刹那)와 찰나 사이라도 틈이 있고, 그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엔 찰기가 빠지면 나(I)만 남게 되겠죠. 틈을 비집고 들어온 빛의 형상이 멤버들의 얼굴을 비춘 '프루프' 메인 사진을 전 그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그 틈엔 멤버 각자의 곡절(曲折)이 묻어 있고 그건 결국 방탄소년단의 곡절(曲節)이 됐습니다.
[서울=뉴시스] '2022 BTS 엑시비션 : 프루프(EXHIBITION : Proof)' 인 서울(in SEOUL) 입구. 2022.10.01. (사진= 하이브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2 BTS 엑시비션 : 프루프(EXHIBITION : Proof)' 인 서울(in SEOUL) 입구. 2022.10.01. (사진= 하이브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그 곡절은 또 아미의 곡절(曲折)과 만나 지난 9년동안 무수히 많은 노래가 됐습니다. 데뷔 때부터 방탄소년단의 여정을 사진과 오브제, 영상 등으로 구성해놓은 '2022 BTS 엑시비션 : 프루프(EXHIBITION : Proof) 인 서울'은 그래서 관객 저마다 기억된 방탄소년단을 소환하고 증명하는 자리였습니다. 입구 역시 다양한 틈을 형상화해 눈길을 끌었고, 이들이 발매한 음반 커버들로 장식한 벽은 필름이 돌아가듯 추억들을 스쳐 지나가게 했습니다.

그러니 저도 개인적인 기억 위주로만 몇개 풀어놓겠습니다. 전시 초반에 마주한 앙상한 나무에 걸린 흰색 단화. 아미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봄날'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유명한 오브제죠. '봄날'은 유독 한국 아미들이 좋아하는 곡입니다. 아픔이 있는 사회적 맥락에서 위로곡으로 통했던 노래이기도 하고요. 저 역시 이 곡을 좋아합니다.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을 찾기도 했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비롯해 각종 상징과 은유적인 내용으로 점철됐던 '피 땀 눈물' 속 뮤직비디오에서 멤버 진(김석진)과 유기적인 관계성을 맺었던 날개 달린 동상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찰나의 짧은 정적, 숨을 골라"('본 싱어')(뷔) "니 멋대로 살아"(불타오르네)(진) "보고싶다. 이렇게 말하니까 더 보고싶다"('봄날')(지민) "아임 어 본 싱어"('본 싱어')(정국) "세계의 평화 노 웨이 거대한 질서 노 웨이 그저 널 지킬거야 난"('작은 것들을 위한 시')(제이홉) "난 여전해"('본 싱어')(슈가) "눈꽃이 떨어져요 또 조금씩 멀어져요 보고싶다"('봄날')(RM)

동상 옆엔 멤버들이 각각 손글씨로 방탄소년단 대표곡 문장을 쓴 거울 일곱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옛투컴' 뮤직비디오 속 뷔(V·김태형)의 장미와 슈가(Suga·민윤기)의 피아노도 있었죠.
[서울=뉴시스] '2022 BTS 엑시비션 : 프루프(EXHIBITION : Proof)' 인 서울(in SEOUL) 앨범 히스토리. 2022.10.01. (사진= 하이브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2 BTS 엑시비션 : 프루프(EXHIBITION : Proof)' 인 서울(in SEOUL) 앨범 히스토리. 2022.10.01. (사진= 하이브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팀 초창기 멤버들이 연습실에서 각자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연습하는 장면을 녹화한 영상 앞에서는 저말고 다른 아미들 역시 오래 머물렀습니다. 천장 높이가 10m가량은 돼 보이는 공간엔 방탄소년단 멤버들 사진 500장가량이 네 면에 붙어 있었는데, 그곳은 마치 '기억의 방'처럼 느껴졌습니다.

펜디 아트 디렉터 겸 디올 옴므 아트디렉터인 킴 존스가 방탄소년단의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를 위해 디자인한 의상,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1위를 차지한 '다이너마이트' 인증과 각종 기네스 기록을 전시한 쇼케이스 등 앞에서도 아미들은 오래 머물렀죠.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머물러 있던 곳은 방탄소년단 콘서트 포스터를 쭉 나열한 길이었습니다. 2014년 10월17일 1500석 규모 예스24 라이브홀(옛 악스홀)을 시작으로 올림픽홀(3000석), 핸드볼경기장(5000석), 체조경기장(1만 석), 고척돔(2만 석), 올림픽주경기장(4만5000석) 등 계단식 성장을 해온 방탄소년단 콘서트 개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K팝 가수 세계 최대 규모 월드투어인 '러브 유어셀프'와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 그리고 코로나19 시대에 아미를 위로했던 '방방콘 라이브' 등의 포스터도 걸려 있었습니다.

10년 간 대중음악 콘서트를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공연이 뭐냐고 누군가 제게 물어보면, 전 2019년 6월 1~2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방탄소년단 월드 스타디움 투어 콘서트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를 꼽습니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잘 아시겠지만, 영국 밴드 '퀸'을 조명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하이라이트인 1985년 자선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가 펼쳐졌던 곳이죠. 당시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양일간 12만명이 운집한 지구촌 축제처럼 느껴졌는데,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자의 본분은 잊고 달라진 K팝의 위상에 자랑스러워하며 신나게 취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혹시나 참고하실 분들을 위해 관련 기사로 붙여놓았습니다.
[서울=뉴시스] '2022 BTS 엑시비션 : 프루프(EXHIBITION : Proof)' 인 서울(in SEOUL) 콘서트 포토월. 2022.10.01. (사진= 하이브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2 BTS 엑시비션 : 프루프(EXHIBITION : Proof)' 인 서울(in SEOUL) 콘서트 포토월. 2022.10.01. (사진= 하이브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 앤솔로지 형태의 앨범은 전설적인 브릿팝 밴드 '비틀스', 영국 하드록의 전설 '딥 퍼플', '한국 록의 대부'로 통하는 기타리스트 신중현 등 오랜기간 활동하며 역사에 획을 그은 일부 뮤지션들만 발매했습니다. 이들과 비교해 비교적 활동 기간이 짧은, 올해 데뷔 9주년을 맞이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앤솔러지 앨범을 발매한다고 했을 때 그래서 약간은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그간 '21세기 팝의 아이콘'으로 통할 만큼 다양한 기록을 낸 이들이기에 이내 기꺼이 수긍이 됐죠.

그런데 RM이 지적한 것처럼, 방탄소년단이 증명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들은 잠깐 인정하고 나서 새로운 증명을 요구할 겁니다. 그래서 방탄소년단의 증명도 이제 또 시작입니다. 이번 앨범으로 챕터 1을 닫은 동시에 팀 혹은 개별적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일곱 멤버니까요. 새로운 증명 역시 쉽지는 않겠지만 방탄소년단 본령 자체가 '젊은 증명'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의 모든 순간도 증명이 될 겁니다. 그건 아미의 증명과도 계속 연결고리를 만들어나가겠죠. 지난달 30일 오전 전시 현장에서 만난 베네수엘라 출신 제니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저 스스로가 제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끔 하는 증명이 됐어요."

이번 서울 전시는 11월22일까지 열립니다. 오는 5일부터 11월8일까지 부산 LCT 1층에서도 진행합니다. 특히 부산 전시는 오는 15일 방탄소년단이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을 여는 만큼 더 뜨거울 것으로 보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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