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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명 ‘사이드 스케이프' 전략...'비스듬히 떨어지는 풍경'

등록 2022.10.04 16:26:06수정 2022.10.04 17: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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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미술관 2층, 3층, 4층서 회화 68점 전시

[서울=뉴시스]사비나미술관 홍순명 개인전 '비스듬히 떨어지는 풍경 – 재난, 가족'전시 전경.

[서울=뉴시스]사비나미술관 홍순명 개인전 '비스듬히 떨어지는 풍경 – 재난, 가족'전시 전경.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보는 방식을 바꾸면 모든 것이 바뀐다.

작가 홍순명은 20년 동안 부분과 전체를 명제로 ‘사이드 스케이프(Sidescape)’를 탐구해왔다. 인간의 시선이 닿지 않는 것들, 이해범위를 넘어선 것들을 ‘사이드스 케이프’로 재정의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전혀 눈길을 끌지 못한 단역에 불과한 존재(변두리, 지역, 가장자리)를 선택해 주역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사비나미술관에서 연 개인전 '홍순명: 비스듬히 떨어지는 풍경 – 재난, 가족'전시는 "다양한 가치 존중 담론과 통합적 시각"을 보여준다. 회화 68점 (2층 재난 10점, 3층 가족-19점, 4층 빙산- 39점)을 선보였다.

작게 분할하고 작은 캔버스들을 재조합한 화면이 독특하다. 대상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나 이야기를 제거하고 색과 붓터치 등 순수한 회화적 감각만으로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의도가 담겼다.

[서울=뉴시스]흔한 믿음, 익숙한 오해, 아크릴과 유채, 130x162cm, 2021,(오른쪽)흔한 믿음, 익숙한 오해, 아크릴과 유채, 182x227cm, 2021

[서울=뉴시스]흔한 믿음, 익숙한 오해, 아크릴과 유채, 130x162cm, 2021,(오른쪽)흔한 믿음, 익숙한 오해, 아크릴과 유채, 182x227cm, 2021


'흔한 믿음, 익숙한 오해' 작업이 홍순명 세계관을 보여준다. 너무 빠른 변화의 부작용으로 생긴 세대 간의 갈등, 작가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자 대한민국 가족사이기도 하다.

홍순명이 개발한 독창적인 회화기법으로 완성된 연작에는 각기 다른 대상과 시간대의 이미지가 공존한다.

1932년부터 1985년 사이에 한국에서 벌어졌던 어머니와 아들 세대를 상징하는 사건들, 예를 들면 6.25 전쟁 같은 사건들의 이미지를 화면에 실루엣으로 비추고 그 형태 그대로 마스킹 테이프를 붙인다. 테이프가 붙은 화면 위에다 작가의 사진이나 그가 겪었던 사건 등의 이미지를 색을 사용해 그려 넣고 테이프를 제거하면, 최종적으로 화면에는 흑백과 컬러의 혼재, 사건들의 분할, 기억 속에 각인된 상처의 흉터 자국 같은 느낌을 주는 낯선 이미지가 나타난다.

"1932년생이신 어머니를 근대화의 상징으로, 1959년생인 나를 현대화의 상징으로 두고 그 사이에 벌어진 대한민국의 많은 사건들을 접목시켜 작업을 했다. 모두가 진지하게 노력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서로 너무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누더기처럼 되어버린 상황을 연출해 보았다. 살풀이를 하는 듯 진행한 작업과정에서 인텔리이시고 유머러스하신 어머니의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된 뜻밖의 수확도 있었지만 결국은 불편한 풍경화 혹은 자화상이 되어 버렸고 이는 여전히 ‘비켜가는 풍경, Sidescape’가 되어 버렸다.”(작가 노트)

[서울=뉴시스]빙산, 캔버스에 유채, 162x130cm, 2022, 빙산, 캔버스에 유채, 40x35cm, 2022,빙산, 캔버스에 유채, 32x41cm,2022

[서울=뉴시스]빙산, 캔버스에 유채, 162x130cm, 2022, 빙산, 캔버스에 유채, 40x35cm, 2022,빙산, 캔버스에 유채, 32x41cm,2022



전시장 4층 '빙산' 연작은 작가가 추구하는 ‘사이드 스케이프’ 미학의 결정체다. 거대한 빙산이 아니라 얼음층에서 쪼개져 나온 작은 얼음덩어리, 즉 빙산의 ‘사이드스케이프’를 주목했다.

바다 위에 흐트러져 있는 빙산 조각들의 풍경부터, 위에서 아래로 물감이 흘러내린 듯 평면 위에 녹아내린 흔적만 남은 얼음 조각 등을 다양한 형태와 색으로 구현했다. 거대한 우주의 순환 법칙에 따라서 사라지는 얼음덩어리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존재의 슬픔을 상징한다.

전시 기간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가족 단위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사이드스케이프 – 나와 가족(가제)’ 에서는 가족 구성원의 얼굴을 그린 캔버스 위에, 마스킹 테이프를 사용하여 최근 가족들과 나눈 대화를 덧붙여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전시는 11월 20일까지.

[서울=뉴시스] 홍순명 작가.

[서울=뉴시스] 홍순명 작가.


홍순명 작가는?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학과와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했다. 2018년 아마도예술공간, 2017년 대구미술관, 2014년 미메시스 아트뮤지엄, 2012년 사비나미술관 등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2015년 제1회 전혁림미술상, 2016년 제17회 이인성미술상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호암미술관, 잇시 레 물리노 시립미술관,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 산타페 아트 인스티튜트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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