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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눈치보는 사이…·중국 XR기기 시장공략 잰걸음

등록 2022.10.05 06:09:00수정 2022.10.05 06: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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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VR헤드셋 '피코', AR글라스 '엔리얼' 신제품 출시

韓시장 실패 경험한 삼성·LG-中회사들 상반된 행보

354조원 시장 전망…삼성·LG '신중', 中회사들 '적극'

삼성·LG 빠진 中-美 XR 경쟁구도 굳혀지나

삼성·LG 눈치보는 사이…·중국 XR기기 시장공략 잰걸음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중국 확장현실(XR)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관망하는 사이, 350조원 규모로 성장할 XR 시장에서 중국·미국 기업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VR헤드셋 제조사 '피코(PICO)'와 AR글라스 제조사 '엔리얼(Nreal)'이 각각 신제품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재도전한다. 첨단 기술력과 신제품에 빠르게 반응하는 한국 시장을 교두보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고삐를 당긴다.

피코는 메타(옛 페이스북)가 선점한 글로벌 VR헤드셋 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 '피코 네오 3'를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신제품 '피코 4'를 들고 유럽 지역과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전날 사전 판매를 시작해 7일부터 정식 판매에 돌입한다.

엔리얼은 지난달 28일 국내에 '엔리얼 에어' 출시하고 AR글라스 대중화에 나섰다. 올해 3월 일본, 4월 영국, 8월 중국에 이어 이날 미국과 한국으로 판매 시장을 확대했다. 선글라스와 구별되지 않는 가볍고 심플한 디자인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실패 경험한 '삼성·LG' 신중…中제품들 韓통신사 통해 시장성 엿봐

이런 와중에도 정작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감감무소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메타와 손잡고 '기어 VR'을 선보였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2017년 이후 신제품 출시를 중단했다. LG전자 역시 2015년 스마트폰 'G3'와 탈·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VR기기를 공개했으나 대중화에 실패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VR기기 시장은 다소 정체된 시장이라 지켜봐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용이 불편하고, 어지럼증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은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당장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앞서 한국 시장에 출시된 중국산 VR·AR기기도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피코와 엔리얼은 2010년대 후반부터 한국 통신사들과 협업해 삼성과 LG가 빠진 한국 VR·AR기기 시장을 호시탐탐 노려왔다. 결과적으론 실패했으나, 세계 최초 5G 인프라를 구축한 한국 시장은 클라우드 VR·AR 게임 및 실감미디어 콘텐츠의 성장 가능성을 타진하기엔 제격이었다.

피코는 2018년 KT와 손잡고, 머리에 쓰는 '기가라이브TV' 전용 단말 'Pico G2'를 47만원(VAT포함)에 판매했다. 2019년에는 LG유플러스와 독점 제휴해 만든 VR헤드셋 '피코 U'를 선보인 데 이어, 스마트폰과 유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VR헤드셋 '피코 리얼 플러스'도 출시했다.

엔리얼은 2020년 LG유플러스와 협업해 'U+ 리얼 글라스'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하지만 재고 소진과 수요 부족으로 추가 생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2년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업계에선 AR 콘텐츠가 별로 없고 실용성마저 떨어지면서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LG 눈치보는 사이…·중국 XR기기 시장공략 잰걸음


2024년 354조원 시장 전망…中-美 XR산업 경쟁구도 예고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메타버스' 키워드가 급부상하면서 VR·AR 관련 기술과 콘텐츠가 발전했고, 구글·애플·메타 등 글로벌 IT 공룡들도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면서 관련 시장을 더 확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들도 글로벌 VR·AR 산업의 장래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VR·AR 시장 규모는 지난해 307억달러(약 36조6000억원)에서 2024년 2969억달러(354조1000억원)로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중국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VR기기 시장 규모는 136억4000만 위안(2조5000억원), AR기기 시장 규모는 208억8000만 위안(3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S)는 중국의 메타버스 전체 시장 규모가 52조 위안(98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내놨다.

이런 성장세를 감지한 중국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피코'를 인수하고 메타와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미 글로벌 VR 시장은 메타가 선점한 상태다.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에 따르면 '메타 퀘스트'의 지난 6월 월간 활성 게임 이용자 수는 283만93000명인데 반해, 피코는 2만 860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코는 이런 상황을 뒤집기 위해 '피코 스토어'의 게임과 피트니스, 스팀 연결 등 콘텐츠를 지속 확보하고 있다. 특히 신제품 '피코 4'의 판매가격은 128G 용량제품 47만9000원, 256G 용량제품 55만9000원으로 가성비를 앞세운다. 이는 메타가 내달 출시 예정인 신형 VR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가칭)의 반값 수준이다. '메타 퀘스트 프로'는 최소 100만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피코와 달리 엔리얼은 아직 이렇다할 경쟁사가 없다. 중국에서 주요 벤처캐피탈(VC)들로부터 3463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엔리얼은 일본, 영국, 중국, 미국, 한국을 전초기지로 AR글라스 대중화에 나섰다. 79g의 가볍고 편안한 착용성이 강점인 '엔리얼 에어'로 한국 시장에 재도전한다. 국내 출시 가격은 49만8000원이다.

구글은 지난 5월 '구글I/O 2022' 행사를 통해 실제 안경과 매우 유사한 디자인으로 실시간 번역기능을 제공하는 AR글라스를 공개했고, 애플도 2024년 출시를 목표로 AR글라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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