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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정점 찍었나…전문가들 "고물가 내년 초까지 지속"

등록 2022.10.05 11: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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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소비자물가 5.6%…2개월 연속 5%대

고환율·공공요금 인상·국제유가 반등은 상방 요인

이창용 "물가 정점 10월…내려오는 속도 늦어질 듯"

한은 "상당기간 5~6%대 물가 지속할 듯"

전문가들 "물가 정점 속단은 아직"

"물가 정점 찍어도 5~6%대 고물가 지속"

[서울=뉴시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6% 오르며 두 달 연속 상승률이 둔화됐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채소류 가격 강세가 계속됐으나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둔화되면서 전월보다 물가상승률이 축소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6% 오르며 두 달 연속 상승률이 둔화됐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채소류 가격 강세가 계속됐으나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둔화되면서 전월보다 물가상승률이 축소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소폭 하락하는 등 2개월 연속 5%대를 기록하면서 물가가 피크아웃(정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1400원대의 높은 환율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전기·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앞두고 있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5~6%대의 높은 물가가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2020=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6% 오르며 두 달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으나 올해 3월(4.1%), 4월(4.8%)에는 4%대에 이어 5월(5.4%) 5%대로 올라서더니 6월(6.0%), 7월(6.3%)에는 6%대로 치솟았다. 이후 8월(5.7%)에 5%대로 내려서며 7개월 만에 꺾인데 이어 지난달에는 전월보다 오름폭이 더 축소됐다. 

이로 인해 물가가 지난 7월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세 축소에 가장 주요한 영향을 주는 석유류 가격 둔화 흐름이 지속된다면 7월 물가가 정점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환율 상승세에 따른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있고 전기요금·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 상방 요인이 있어 물가 오름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400원을 넘는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고, 전기·도시가스 등 공공요금도 인상될 예정인 데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정점 기대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 상방 리스크는 여전히 높다. 특히 환율이 연내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더.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장중 1442.2원까지 오르면서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3년 6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등이 이어질 경우 환율이 연내 1500원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전가될 수 있다.

이번 달 1일부터 전기요금도 킬로와트시(㎾h)당 7.4원 인상되고, 도시가스 요금도 메가줄(MJ) 당 2.7원 인상된다. 이번 인상으로 4인 가구는 월평균 전기·가스요금 부담이 7670원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주요국의 감산규모 확대 등으로 인한 석유류 가격의 불확실성이 큰 점도 리스크로 작용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5일(현지시간) 열리는 회의에서 100만 배럴 이상 감산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경우 안정세를 보였던 석유류 가격이 급등하는 등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폭 둔화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근원물가도 상방리스크다. 근원물가는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르면서 7월 3.9%, 8월 4.0%, 9월 4.1% 등으로 매달 소폭 오르고 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성장세를 보였던 밀키트 시장이 최근 외식 물가가 급등하며 주목받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 2587억원 규모에서 올해 3400억원 수준까지 신장할 전망이다. 사진은 2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키트. 2022.09.23.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성장세를 보였던 밀키트 시장이 최근 외식 물가가 급등하며 주목받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 2587억원 규모에서 올해 3400억원 수준까지 신장할 전망이다. 사진은 2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키트. 2022.09.23. [email protected]

개인서비스 물가와 가공식품, 외식물가도 큰 폭 상승중이다. 9월 개인서비스 물가는 6.4% 오르며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가공식품(8.7%)은 2009년 6월(9.0%) 이후 13년 3개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외식물가(9.0%)는 1992년 7월(9.0%) 3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가 정점을 10월로 예측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에는 소비자물가가 정점에 있을 거라 예측하고 있다"며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이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고 환율 급등으로 물가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있지만 당초에 정부가 갖고 있던 9월, 10월 정점론은 크게 변화가 없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물가가) 빠르진 않지만 서서히 조금씩 내려갈 거 같다"며 "다만 내려가는 속도가 굉장히 완만해 높은 수준 물가는 일정,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물가 정점을 10월로 보고 있는데 문제는 예상보다 유가가 빨리 떨어지고 있는 반면, 원화 가치가 절하돼 그 효과가 상쇄되고 있는 점"이라며 "문제는 정점보다는 물가가 내려오는 속도가 굉장히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1400원 넘는 높은 수준의 환율, 겨울철을 앞두고 국제유가,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는 등 정점을 찍었다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는 한 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기 힘들고 지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물가 상승폭이 약간 둔화됐다고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국제 유가 외에 원자재 가격이나 중간재 가격 등이 오르고 있고, 환율도 1400원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하고 있어 물가가 꺾였다는 신호로 보기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 하락도 경기 침체 때문으로 러-우 전쟁 지속으로 아직 공급측에서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어 겨울철이 되면 다시 국제유가가 들썩일 수 있다"며 "미국이 정책금리를 대폭 올린 효과가 나타나려면 3~6개월 정도가 되야 하는데 이 정도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가 정점 보다는 5~6%대 고물가가 오래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더 우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이미 7월에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더 큰 문제는 물가가 5%대의 고물가가 최소 연말까지는 가는 등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6%대 물가는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OPEC 감산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기는 하겠지만 물가 상승폭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수입물가의 60%가 환율 상승에 의한 것인 만큼 환율도 영향을 주기는 하겠지만 이미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앞으로 소비자물가가 상당기간, 즉 6개월 이상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물가경로는 러-우 전쟁 전개 양상, 글로벌 긴축기조 강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높은 수준의 환율,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이 상방리스크로 잠재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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