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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언의 책과 사람들] 일요일의 남자를 기리며…‘나는 딴따라다’

등록 2022.10.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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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나는 딴따라다 (사진=한상언 영화연구소대표 제공) 2022.10.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나는 딴따라다 (사진=한상언 영화연구소대표 제공) 2022.10.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2년 6월8일 향년 95세로 세상을 떠난 대중예술계의 큰 별 송해에 대해 생각해 본다. 1927년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나 재령에서 자란 그는 6·25 전쟁 시기 월남 후 국군에 입대해 참전했고, 군 제대 후인 1955년 창공악극단에서 가수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그에게 악극단은 다양한 재능을 활용하기 좋은 곳이었다.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연기도 하고 사회도 보던 그는 곧 대중들 사이에 회자되었다.

1960년을 전후해 악극의 시대가 저물기 시작하자, 악극단 사람들은 너도나도 영화로 방송으로 흩어져 갔다. 송해 역시 스크린을 거쳐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출연하며 그 재능을 펼쳤다. 특히 1975년부터 TBC라디오 ‘가로수를 누비며’를 오랫동안 진행하며 명 사회자로 이름을 떨쳤고, 1988년 KBS 간판 예능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의 사회자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매주 대한민국의 일요일 오후를 책임졌다. 그런 그를 자칭, 타칭 ‘일요일의 남자’라 불렀다.

대부분 국민들은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그를 만났다. 그가 오랫동안 대중의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근면하고 성실한 태도와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이었다. 그는 스타들이 명멸해 가는 연예계에서 쉼 없이 방송에 출연하며 목소리를 들려줬다. 그가 그렇게 열심히 그의 목소리를 전파에 실어 보냈던 것은 이북에 계신 어머니와 형제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2003년 평양에서 개최된 노래자랑은 그에게 남다른 기억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너무 친숙한 그를 보다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송해의 생애와 연예계에서의 삶에 대해 담겨있는 오민석의 ‘나는 딴따라다’(스튜디오 본프리)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2015년 당시의 송해를 비추며 과거 속 송해를 뒤돌아보는 식으로 구성된 송해 평전으로, 오민석의 눈을 통해 관찰한 송해의 일상과 그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또 자연스럽게 우리가 송해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음을 상기하게 만든다.

모든 책들이 그러하듯 이 책 역시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연구자 입장에서 보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 탓에 이야기는 산만하고 파편적이다. 듣고 싶은 과거 이야기는 생략되거나 다른 식으로 전개되기 일쑤다. 여기에 크게 중요치 않은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정작 송해가 겪어 온 과거 이야기는 깊이 파고들다 멈춘 듯해 아쉽다.

책을 읽다보니 내가 인터뷰어가 돼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세상에 없기에 그럴 수 없다. 그의 기억 속 과거는 이미 망각의 시간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어느새 바람이 선선하다. 들판은 황금색을 물들고 있다. 이 해가 지나면 분단과 이산의 시간도 숫자를 하나 늘려갈 것이다. 마치 얼마 남지 않은 달력처럼 실향민 1세대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너무나 짧다.

▲한상언 영화연구소대표·영화학 박사·영화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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