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암세포만 죽이는 항암제의 근간"…노벨화학상 받은 '클릭화학' 선구자들(종합)

등록 2022.10.05 20:41:16수정 2022.10.05 20:44:4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캐롤린 베르토지·모르텐 멜달·배리 샤플리스, 노벨화학상 공동수상

'클릭화학'과 '생체직교화학' 분야 선도…의약품 분석·효과성 높여

"어렵던 분자 결합을 블록 조립 하듯이"…화학자들 숙원 풀어줘

202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왼쪽부터 캐롤린 베르토지 스탠포드대학 교수, 모르텐 멜달 코펜하겐대학 교수, 배리 샤플리스 스크립스연구소 교수. (사진=노벨상위원회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202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왼쪽부터 캐롤린 베르토지 스탠포드대학 교수, 모르텐 멜달 코펜하겐대학 교수, 배리 샤플리스 스크립스연구소 교수. (사진=노벨상위원회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일반 세포에는 반응하지 않고 암세포만을 찾아내 완벽하게 암을 제거할 수 있는 항암제가 있다면 어떨까. 항암제는 독성이 굉장히 강한 만큼 제약업계는 이같은 항암제 개발에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세 명의 학자들은 이같은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클릭화학'과 '생체 직교 화학'의 틀을 구축해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던 분자 결합을 간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의약품 독성 분석의 효과성과 항암제의 표적 적중률 등을 높이는 등 인류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야 의학연구원의 노벨상위원회는 5일 미국의 캐롤린 베르토지 스탠포드대학 교수와 덴마크의 모르텐 멜달 코펜하겐대학 교수, 미국의 배리 샤플리스 스크립스연구소 교수를 올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상위원회는 "올해 노벨 화학상은 어려운 과정을 더 쉽게 만드는 방법에 관한 것"이라며 "화학자들은 오랫동안 점점 더 복잡한 분자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가져왔는데, 이 과정은 일반적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한다. (올 수상자들이 다룬) 기능성 분자는 간단한 경로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릭화학이 뭐길래?…"클릭 한 번 하듯이 손쉽게 분자 결합"

베르토지, 멜달, 샤플리스 교수는 분자 블록을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기능적 형태의 화학인 '클릭화학'의 기초를 다졌다. 클릭화학은 이름 그대로 분자를 클릭 한번으로, 마치 블록 장남감을 조립하듯이 쉽게 결합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클릭화학에 대해 이동환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교과서에 나와있는 화학변화 같은 방법보다 굉장히 혁신적인 방법"이라며 "화학반응을 일으키다보면 원하는 생성물과 함께 쓸모 없는 경우가 많은 부산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부산물을 분리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클릭 화학은 단 하나의 원자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원하는 그대로의 결합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클릭화학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구축한 이는 올해로 두번째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샤플리스 교수다. 샤플리스 교수는 2000년께 반응이 빠르면서 원치 않는 부산물은 피할 수 있는 클릭 화학의 개념을 만들었다.
클릭화학의 가장 대표적인 화학반응인 '아지드-알킨 첨가 환화' 반응. (사진=노벨상위원회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클릭화학의 가장 대표적인 화학반응인 '아지드-알킨 첨가 환화' 반응. (사진=노벨상위원회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샤플리스 교수와 멜달 교수는 변형 구리 촉매를 활용한 '아지드-알킨 첨가 환화(Azide-Alkyne Cycloaddition)' 반응을 개별적으로 선보였다. 화학물질인 아지드와 알킨 분자가 구리 이온에 매우 효율적으로 반응한다는 특성을 활용해 분자들이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결합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클릭화학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 화학 반응으로 현재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아지드-알킨 첨가 환화 반응은 치료 목적에 더 적합한 물질을 만들기 위한 의약품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실험실에서만 되던 클릭화학, 생명체 내에서도 선보여…의약품 효과성↑

베르토지 교수는 이같이 탄생한 클릭화학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많은 분자들이 존재하는 살아있는 생물 내부에서 원하는대로 분자를 결합하는데 성공하는 '생체 직교 반응'을 일으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베르토지 교수는 세포 표면의 생체분자인 '글리칸'을 특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는데, 이같은 생체 직교 반응은 생물 내부에서도 세포의 정상적인 화학작용을 방해하지 않고 일어났다.

베르토지 교수의 연구 결과는 현재 세포를 탐색하고 생물학적 과정을 추적하는 데 전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연구자들은 생체 직교 반응을 이용해 현재 임상시험에서 활용되고 있는 항암제의 표적 적중률을 개선했다.

이에 대해 김석희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샤플리스 교수가 개발한 클릭화학의 개념은 촉매를 필요로 해서 실험실 환경에서는 나타날 수 있지만 생명체에 쓰기는 좀 어려웠다"며 "근데 베르토지 교수는 촉매가 없는 상태에서 그냥 2개를 섞기만 해도 자동적으로 붙게 되는 반응을 생체 분자가 엄청나게 많은 환경에서도 일어날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3명의 노벨화학상 수상자와 클릭화학 관련 일러스트. (사진=노벨상위원회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3명의 노벨화학상 수상자와 클릭화학 관련 일러스트. (사진=노벨상위원회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학계에서는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 세 명이 구축해 낸 클릭화학을 두고 '화학자들이 굉장히 하고 싶어했던 숙원을 풀어준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화학자들은 선택적 반응을 선호하는 동시에 특히 상온·상압 환경에서 불필요한 부산물 없이 높은 수율(양품 비율)의 반응을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클릭화학을 통해 누구나 이같은 반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설명이다.

노벨상위원회는 "클릭 화학과 생체 직교 반응은 화학을 기능주의 시대로 가져갔다. 이는 인류에게 막대한 이익을 선사하고 있다"며 이번 노벨화학상의 의의를 평가했다.

한편 이날 노벨화학상 시상을 끝으로 올해 노벨과학상(생리의학·물리학·화학) 시상은 모두 종료됐다. 노벨상위원회는 6일 문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