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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감산에 기름값 다시 꿈틀?…정부 '물가 정점론' 빗나가나

등록 2022.10.07 05:00:00수정 2022.10.07 06: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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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오는 11월부터 원유 생산량 줄이기로

휘발유·경유 등 물가 기여도 감소 추세에 악재

경기 위축에 원화 가치 하락 등 불확실성 여전

추경호 "10월 물가 정점 전망에는 변함없어"

[칸스 시티(미 텍사스주)=AP/뉴시스]지난 2020년 4월8일 미 텍사스주 칸스 시티 인근의 석유 시추 장비 뒤로 해가 지고 있다. 2022.9.5

[칸스 시티(미 텍사스주)=AP/뉴시스]지난 2020년 4월8일 미 텍사스주 칸스 시티 인근의 석유 시추 장비 뒤로 해가 지고 있다. 2022.9.5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그간 '10월 물가 정점론'을 주장해온 정부의 예측이 빗나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유국들이 오는 11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대폭 줄이기로 합의한 탓이다.

한때 6% 넘게 치솟았던 국내 물가 상승률이 그나마 5%까지 내려온 데에는 국제유가의 공이 컸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소식이다. 여기에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7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2020=100)으로 전년 대비 5.58% 상승했다.

여기서 석유류의 물가 상승 기여도는 0.75%포인트(p)다. 이는 전월과 비교해 0.14%p 하락한 수치다. 전체 물가 상승에서 석유류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가장 높았던 7월(6.34%)의 경우 석유류의 기여도는 1.59%p에 달했다. 소비자물가지수로 따져 봐도 7월 석유류 지수는 158.28로 지난 9월(138.68)보다 높았다.

품목별로 보면 같은 기간 휘발유와 경유의 물가 상승률은 각각 25.5%, 47.0%에서 5.2%, 28.4%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등도 일정 부분 효과를 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전날 자료를 내고 "9월 물가는 국제유가 하락, 정부의 정책 노력 등으로 2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비 상승 폭이 축소되며 5%대 흐름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6% 오르며 두 달 연속 상승률이 둔화됐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채소류 가격 강세가 계속됐으나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둔화되면서 전월보다 물가상승률이 축소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6% 오르며 두 달 연속 상승률이 둔화됐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채소류 가격 강세가 계속됐으나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둔화되면서 전월보다 물가상승률이 축소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정부의 '10월 물가 정점론'이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가는 분위기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일러 보인다. 당장 국제유가가 연말을 앞두고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 플러스(OPEC+)는 다음 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대 감산 폭이다. 최근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유가 하락에 대응하고자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예측을 넘어서는 이번 감산 결정은 시장에 즉각 영향을 끼쳤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1.22달러로 전일 대비 2.40% 올랐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선물)와 서부텍사스원유(WTI·선물) 가격은 각각 1.57%, 1.24% 오른 93.37달러, 87.76달러를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유 감산으로 물가 하락세는 크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하락한다고 해도 그 이상으로 경기가 하강할 수 있다"며 "국민들은 경기 위축을 더 크게 체감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통상 물가는 추석 이후에 조금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하향 추세가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일부 해외 에너지 가격은 하락했지만 과거에 비해 여전히 높고, 원화 가치 하락이 심각하기 때문에 여전히 물가 압력은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원유 감산 결정이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공사는 국가별 8월 생산량을 기준으로 분석하면 실질적인 원유 감산 효과는 110만 배럴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OPEC+ 회원국 대부분이 생산 한도(쿼터)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 가격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현재 나온 정보들은 대부분 유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물가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추 부총리는 "(10월 물가 정점론을) 2~3개월 전에 말한 것 같은데 그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국제유가 흐름, 국내외 환율 등이 당시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유 감산 발표가 있었지만 기저적으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급등하는 요인이 될지, 속도가 빠르지는 않겠지만 현재 하향 추세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10.06.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10.06.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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