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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우의 작가만세]김선오 "시 피해 회사 다녔지만 결국...나는 '시치광이'"

등록 2022.11.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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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스트리밍 회사 취직 4년만에 사표

2020년 첫 시집 '나이트 사커' 내고 시인으로

첫 산문집 '미지를 위한 루바토' 출간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시인 김선오가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한 카페에서 '작가만세'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0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시인 김선오가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한 카페에서 '작가만세'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그러고 보니 제 책에도 이태원 이야기가 나왔네요."

시인 김선오(31)는 이태원 참사가 누구보다 안타깝다. 이태원 거리를 좋아했고 지난해에는 핼러윈데이에 분장을 하기도 했다.

"이번 슬픔은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문학에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첫 시집 '나이트 사커'와 최근 펴낸 두 번째 시집 '세트장'까지 그는 자신이 경험한 것에서 시를 쓰기 때문이다.

"일단은 침묵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즉각적으로 시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문학과 시에 대해서 매일 고민한다는 그는 문학은 가장 느린 방식으로 애도의 형식을 취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에세이 '미지를 위한 루바토'를 펴낸 김선오를 서울 송파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시인 김선오가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한 카페에서 '작가만세'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0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시인 김선오가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한 카페에서 '작가만세'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05. [email protected]



"시인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저희끼리는 '시치광이'라는 말을 써요."

김선오와 그 주변의 시를 사랑하는 이들은 자신들을 '시치광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시에 미친 사람들이란 의미다. "시인이 되고 싶지 않아"서 음악 스트리밍 회사에 취직했지만 4년 만에 사표를 냈다. 결국 다시 시를 썼다. 아침달 출판사의 미등단 시 공모에 지원했고, 2020년 첫 시집 '나이트 사커'를 펴냈다.

"어느 순간 납득했던 것 같아요. 나는 시가 아니면 안 되겠다."

사진에 관심이 있어 전공까지 생각했고 피아노와 음악도 사랑했지만 결국 그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시다. 학창 시절 시에 "운명처럼" 매혹됐고 고등학생 시절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는 공부를 하는 척하며 교과서에 실린 한용운과 백석의 시를 필사한 그는 그렇게 시인이 됐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시인 김선오가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한 카페에서 '작가만세'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0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시인 김선오가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한 카페에서 '작가만세'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05. [email protected]



미래의 시를 상상하며…"시인이 대체되지는 않을 것"

"사실 시가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이미 시작된 시를 언어화하는 단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기보다 시 자체가 전혀 시작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본문 25쪽 중)

산문집을 펴냈지만, 김선오는 결국 이 책에서도 시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에 운명처럼 빠져든 경험부터 시를 쓰며 울고 웃는 이야기, 시의 본질에 대한 고민까지 담았다. 책을 통해서 그는 미래의 시에 대해서 자주 상상한다. 최근 과거에 비해 시의 입지가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김선오는 "시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시는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인간과 언어가 있고, 그 언어를 의심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이상 시는 계속해서 태어날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는 현재의 '시치광이'와 미래에 탄생할 '시치광이'를 믿는다.

최근에는 AI가 쓴 시를 읽으며 놀라기도 했다.

"너무 좋던데요?"

시인은 AI의 시에 감탄했다. AI가 인간이 아닌 자신을 성찰하는 부분에서 그는 소름이 끼쳤다. 책을 통해 시인은 대체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이 쓴 시가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을 바꿨다.

"그래도 인간이 인간의 삶을 사는 한 인간이 쓴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여전히 시인이 완전히 대체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시인 김선오가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 고분군에서 '작가만세'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11.0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시인 김선오가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 고분군에서 '작가만세'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11.05. [email protected]



'논바이너리적 글쓰기'…"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거라는 희망은 있다"

김선오의 시와 함께 주목받은 것은 그가 논바이너리(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사람)임을 전면에 드러내면서다. 어린 시절부터 본인이 여성도 남성도 아니라고 느낀 그는 에세이를 통해서도 이것을 말한다.

에세이는 김 시인이 자신이 추구하는 비거니즘이나 논아비너리에 대해 효과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다. 시와 함께 산문을 통해 그는 계속해서 사회적 메시지를 이야기할 것이다.

"설득이 어려운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뭐 가랑비 옷 젓듯이 계속해봐야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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