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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바꾼 헤드폰 초현실 세계…'다크필드'[강진아의 이 공연Pick]

등록 2022.11.1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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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다크필드' 3부작 중 '고스트쉽' 사진. (사진=LG아트센터 서울/김윤희 제공) 2022.11.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다크필드' 3부작 중 '고스트쉽' 사진. (사진=LG아트센터 서울/김윤희 제공) 2022.11.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우리에겐 완벽한 어둠이 필요합니다."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한마디. 순식간에 빛은 사라지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칠흑 같은 어둠이 잠식한 이곳, 긴장감은 높아진다. 관객에게 주어진 건 헤드폰 하나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떨림과 설렘이 교차한다. 오로지 소리에만 의존해야 하는 이 순간, 온몸의 감각이 곤두세워진다.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다크필드' 3부작이 제격이다. 체험형 공연으로, 15~30분 가량 이뤄지지만 몰입감은 최고다. 영국 이머시브 시어터 그룹 '다크필드' 작품으로,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 중이다. 공연장 안에는 각각의 테마로 이뤄진 세 개의 대형 컨테이너가 놓여있다. 360도 입체음향과 특수효과가 감각을 자극하며 관객들을 잠시 초현실적인 세계로 이끈다.

긴 사각 탁자를 사이로 의자가 놓여있다. 연회장 같은 분위기이지만, 깜빡깜빡하는 전등은 스산함을 안긴다. 불이 꺼지고 삐그덕거리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뚜벅뚜벅, 멀리서 들리던 발걸음은 점점 가까워진다.

한 남자의 낮고 음침한 목소리, 그의 말에 어디선가 하나둘 울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영혼과 대화하는 자들의 모임인 '고스트쉽'은 유럽의 오래된 저택으로 나를 데려다 놓은 기분이다. 의식을 치르며 두 손을 올려놓은 탁자는 위아래로 덜컹댄다. 그 의식의 끝에, 바로 귓가 옆에서 속삭이는 그 남자의 목소리엔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서울=뉴시스]'다크필드' 3부작 중 '코마' 사진. (사진=LG아트센터 서울/김윤희 제공) 2022.11.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다크필드' 3부작 중 '코마' 사진. (사진=LG아트센터 서울/김윤희 제공) 2022.11.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3층짜리 새하얀 침대가 나란히 있다. 마치 어느 병실을 옮겨놓은 듯한 '코마'는 무의식의 세계로 초대한다. 침대를 자유롭게 골라 누우면, 머리맡에 알약 하나가 있다고 고지한다. 이 알약은 먹어도, 먹지 않아도 된다.

고요 속에 드르륵 의료 카트가 복도에 끌리고, 호흡기 같은 의료기기가 작동한다. 커피를 내리고, 창문을 여는 여성 간호사가 소곤소곤 곁에서 이야기한다. 침상의 커튼이 열리고, 깨우는 듯한 소리도 들린다. 한 칸의 침대에 꼼짝하지 않고 누워 의식 없는 환자가 된 것만 같다. 마지막엔 쿵쿵거리는 울림과 알 수 없는 혼돈의 소리에 휩싸이며 다른 세계에 있는 기분이 든다. 
[서울=뉴시스]'다크필드' 3부작 중 '플라이트' 사진. (사진=LG아트센터 서울/김윤희 제공) 2022.11.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다크필드' 3부작 중 '플라이트' 사진. (사진=LG아트센터 서울/김윤희 제공) 2022.11.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비행기 기내를 실감 나게 구현한 '플라이트'도 다시 왔다. 지난해 우란문화재단과 함께 한국에 먼저 선보인 작품이다. 티켓을 받고 자신의 좌석에 탑승하면, 비행기는 진동과 함께 이륙한다.

좌석벨트 등이 꺼졌다며 평온함도 잠시, 아이 우는 소리에 뒤섞이는 소음부터 흔들리는 기체까지 보이지 않는 불안감이 닥쳐온다. 한 번쯤 상상해봤을 상황이지만, 청각과 촉감을 더한 이 공간은 생생한 느낌을 준다. 집중하라고 속삭이는 소리엔 바짝 긴장한다. 어느덧 위기의 순간은 잦아들고, 빛이 돌아오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인생을 되짚게 한다.

세 개의 공연은 연달아 보거나, 원하는 것만 따로 볼 수 있다. 어둠 속에서 진행돼, 폐쇄공포증이 있는 이들에겐 권하지 않는다고 사전에 경고한다. 또 공연 초반에 벗어날 수 있는 기회도 한 차례 준다. 오는 19일까지 공연.
[서울=뉴시스]'다크필드' 3부작 중 '코마' 공연이 이뤄지는 컨테이너 세트. (사진=LG아트센터 서울/김윤희 제공) 2022.11.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다크필드' 3부작 중 '코마' 공연이 이뤄지는 컨테이너 세트. (사진=LG아트센터 서울/김윤희 제공) 2022.11.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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