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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징역 3000년도 나오는데 韓 '50년형' 제한...'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목소리

등록 2022.11.27 10:00:00수정 2022.11.27 10: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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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유기징역형 최대 50년으로 제한

법 개정으로 늘었지만 최고형량은 45년

국민정서 괴리…무기징역도 가석방 여지

해외는 3000년도 가능…"제도 개선해야"

"중형 경계"vs"종신제 도입" 의견 분분

외부에서 본 안양교도소 전경.

외부에서 본 안양교도소 전경.


[서울=뉴시스] 김진아 박현준 신귀혜 기자 = "극악 범죄로 온국민을 분노에 빠뜨렸다면 영원히 격리시키는 것이 마땅해 (피고인에 대해) 가석방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 법원으로서는 이렇게라도 의견을 밝혀 이유없는 죽음을 맞은 세 모녀의 원한을 달랜다."

올 1월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온라인으로 알게 된 여성과 그 어머니, 동생까지 살해해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김태현(26)의 항소심 재판부가 선고 당일 밝힌 주문 일부다.

범죄 사실의 잔혹성을 볼 때 김씨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형벌의 실효성을 감안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재판부는 가석방과 같은 교정 당국의 선처를 막기 위해 이처럼 호소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가족 살해와 같은 중대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법원 판결을 둘러싸고 형량 기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23일 전주지법 정읍지원은 종교 문제로 갈등을 빚다 전처와 그 남동생의 아내를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징역 45년은 현재까지 법원이 선고한 유기징역 가운데 최고 형량이다. 우리 형법 42조는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3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범죄를 여러 번 저질렀다면 그 형량을 50년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법이 정하는 가중사유는 처벌 후 3년 이내 같은 범죄를 저지른 누범, 여러 개의 범죄를 저지른 경합범 등이다. 누범은 장기형의 2배, 경합범은 2분의 1배로 형이 가중될 수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2010년 법 개정 이전 국내 유기징역이 최장 15년, 가중사유가 있는 경우 25년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형 자체는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고의적으로 중대범죄를 반복하는 악질 범죄자에 대한 단죄가 징역 50년으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국민 감수성과 괴리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실제 서울남부지법은 2019년 11월 5시간 사이 2명을 ‘묻지마 살해’한 30대 중국동포에 대해 징역 45년형을 선고했고, 이보다 앞선 2014년 10월 군사법원은 후임병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괴롭혀 숨지게 한 ‘윤 일병 사건’ 가해자 이모씨에 대해 징역 45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해외와 달리 우리 형법이 무기징역을 도입하고 있다지만 교정당국 재량에 따라 무기징역수 역시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형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밝힌 김태현의 항소심 재판부가 무기징역이란 원심 유지 판결을 내리면서도 사안의 엄중함을 거듭 거론하며 가석방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의 경우 징역형에 법정 상한선을 두지 않고 있어 수백년에서 수천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우리와 달리 '상상적 경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인데, 하나의 행위로 여러 범죄를 저질렀어도 각각의 형을 더해 선고할 수 있어서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지난해 4월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2021.04.09.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지난해 4월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2021.04.09. [email protected]


2012년 미국 콜로라도 영화관에서 총기 난사로 12명의 사망자와 70명의 부상자를 낸 제임스 홈스의 경우 12번의 종신형과 징역 3318년을 선고받았다.

학자들의 의견은 갈린다. 수천년의 형을 선고하는 것보다 무기징역이 주는 형벌의 무게가 더욱 엄정한 만큼 중형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감형이나 가석방을 원천 배제하는 종신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 무기징역이 있어 미국 이상으로 중하게 처벌하는 시스템일 수 있다"며 "현대 형사이론과 별개로 어쨌든 범죄자를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 형벌의 목적이 돼야 한다. 중형주의로 간다고 해서 범죄가 없어지거나 줄어들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한국은 무기징역이 선고돼도 20년 정도면 모범수가 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가석방이 되서 나온다"며 "아무리 잔인하게 사람을 죽여도 50년까지 선고되는 경우도 드물고, 평균수명이 늘어나 20년의 징역이 짧은 감도 있어 늘어나야 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무기징역은 형량이 줄거나 감형 내지 가석방을 통해 사회에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수백~수천년의 형은 감형된다 해도 살아서 나올 가능성이 없어 현실적인 차이가 있다"며 "최근에는 사회에 복귀할 가능성이 없는 감형,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고, 이 시스템이 우리에게 더 맞지 않나 싶다"고 강했다.

이어 "교화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원칙론에서 맞지만 모든 사람이 교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범죄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사형은 차치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필요성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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