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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濟州 토박이' 싱어송라이터 이소 "제주를 숨기려야 숨길 수 없어요"

등록 2022.11.27 16:15:05수정 2022.11.27 22: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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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2집 '離巢' 호평

[서울=뉴시스] 이소. 2022.11.27. (사진= 본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소. 2022.11.27. (사진= 본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싱어송라이터 이소(e_so·이소희·34)는 제주에 대해 노래하지 않는다. 제주가 그의 선율과 가사에서 노래한다. 제주 토박이 뮤지션이 줄 수 있는 축복이다. 수많은 예술가가 제주로 옮겼고 제주에 대해 노래하지만, 이소의 본령적 섬 노래가 차별점을 갖는 이유다.

밴드 '저스트 칠링(Just Chillin)'과 듀오 '데빌이소마르코' 출신으로 2018년부터 독자적인 행보를 걸어온 이소가 최근 발매한 정규 2집 '이소'는 섬을 떠나 파도에 몸을 맡긴 항해자의 일지와 같다.

앨범에 실린 10개 트랙 역시 제주 안에서 만들어졌지만, 노래들이 담고 있는 반경은 모든 세상이다. 그 모든 세상이 무대지만, 편히 쉴 곳 없이 각자만의 섬에 머물고 있는 새들이 주인공. "아직 땅은 어지러워 토할 것"만 같은 그 새들이 지금 이 땅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라고 이소는 소개했다. 다음은 최근 이소와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

-이번 앨범명 '이소'는 활동명과 동음인데요. 이소(離巢), 즉 '새의 새끼가 자라 둥지에서 떠나는 일'이라는 뜻인데 이렇게 지은 이유가 있습니까?

"저를 이소하는 새에 빗대어 제주라는 섬 안에 사는 나, 그 속에서 나고 자라며 느끼는 감정들 또 떠나고 싶지만 한 편으로는 머물고 싶은 양가감정을 담았습니다."

-2018년 1집 '곳', 2020년 ep '마음 동화' 이후 솔로 앨범인데요. 정규는 4년 만이지만, 앨범 발매 주기는 2년이네요. 2년은 앨범을 만드는데 최소 필요한 시간인가요?
[서울=뉴시스] 이소. 2022.11.27. (사진= 본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소. 2022.11.27. (사진= 본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 사이사이에 싱글도 발매했어요. 2019년에 2곡('연월' '서로에게 기대어 삼각형을 만들어요'), 2020년에 3곡('성당에서' '나는 어디' '미쳐간다'), 2021년에 1곡('맞배집 컴필레이션'에 실린 '어린 나에게') 등 꾸준히 싱글을 내며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정규앨범과 EP는 아무래도 더욱 힘이 드는 작업이다 보니 2년의 텀이 있었습니다. 앨범을 발매한 뒤 1년은 재정비하는 데 쓰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마치 단편 소설 또는 동화를 읽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10개의 트랙이 하나의 서사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항해'를 주제로 한 일종의 콘셉트 앨범처럼요. 처음부터 트랙마다 유기적인 흐름을 고려하고 곡 작업을 한 건가요? 아니면 각 곡을 따로 만든 뒤 트랙 배치에서 그런 부분을 의도하신 건가요?

"트랙마다 흐름을 고려하고 만든 게 맞아요. 친구가 장난말로 2022년에는 2소 2집을 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얘기했었는데 그 말이 씨가 돼 유통 날짜도 2022년 10월 22일로 잡았고 앨범명도 '이소'로 정했어요 이번 2집이야말로 저 자신을 발가벗기듯 다방면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또 개인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이야기도 넣고 싶었죠. 1번 트랙 '잠의 항해' 로 시작해 항해하다 만나는 '물결', 항해 끝에 도달한 '섬', 섬 안에 섬 '둥지', 섬 안에서의 삶 '이소 블루스', 그 안에서의 이야기 'L에게', 눈을 보고 말하고 가슴으로 얘기하자는 '착한 내 파랑새', 외로운 '곳', 어디인진 모르지만 다다르고자 하는 '나침반이 없어도', 함께 모여 은하수를 만들자는 '이소 블루스'로 마무리 지어요."

-'둥지'는 '듀오 이(Duo e)'의 리더이자 많은 곡을 함께 작업하신 기타리스트 오진우 씨가 타이틀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고 이를 반영했다고요. 클래식 기타의 소리가 유독 따뜻하게 느껴져 큰 편곡 없이 이디라마 씨의 건반만 추가했다고 들었는데, 이런 편곡은 어떤 효과를 만들었나요?

"제주의 기타리스트 오진우 씨는 저와 정말 많은 곡을 함께 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2집에는 참여하지 않았는데 언젠가 나올 3집에는 함께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오진우 보고있나?) 어릴 때부터 봐왔던 동료로 음악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어요. 사운드클라우드에 하나둘 데모를 올리던 중 이 노래를 유독 좋아하고 계속 듣는다고 해줬어요. 동료가 좋다는 건 정말 좋은 것이라 생각했고, 확신이 서서 타이틀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앨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주제라 생각했어요. 타이틀만큼은 기존의 스타일을 고집하면서 따뜻하게 가고자 하는 마음이 컸거든요. 그래서 역동적인 편곡 없이 목소리와 소소한 악기들로만 편곡하려 했고 그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목소리에 힘을 싣는 데 더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뉴시스] 이소. 2022.11.27. (사진= 본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소. 2022.11.27. (사진= 본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소 블루스'는 서브 타이틀곡이죠. 이 곡의 테마는 무엇이며 서브 타이틀곡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특히 이 곡은 두 가지 버전으로 실은 이유는요?

"노출이 잘되는 타이틀과 서브타이틀의 느낌이 다르면 청중들이 관심을 가지고 전체 트랙을 듣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사실 제목 자체가 지극히 개인적인 '이소 블루스'라서 도리어 사람들이 듣기에는 힘들 수 있겠다 여겼어요. 그래도 내포한 게 희망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었죠.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우린 무수히 많은 '점'에 불과하지만 하늘과 땅을 뒤집으면 우리는 '별'이 될 수 있지 않느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우리 모두 모이면 은하수를 만들어낸다 이런 내용을 청중들에게 또 나 자신에게 불러주고 싶었습니다. 또 두 가지 버전을 실은 이유는 2집을 들은 사람을 위해 연관성을 찾는 재미를 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앨범을 한권의 책이라고 생각했을 때 책을 덮는 순간 무수히 많은 '별'이 계속 맴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착한 내 파랑새'는 앨범에 실린 노래 중 유일하게 이소 씨의 곡의 아닌데요. 공동 프로듀서로 함께하는 이디라마 씨의 곡이죠. 오래 전에 만든 곡이라고요. 이 곡을 앨범에 실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앨범명을 '이소'로 정했을 때 '새'가 꼭 필요했어요. 둥지도 있고 나침반도 있는데 정작 새의 곡은 없었어요. 오래전 한 기사에 실린 이디라마 씨의 '착한 내 파랑새'를 우연히 듣고 커버할 정도로 좋아했어요. 그 곡을 정식 음원 발매는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함께 작업을 하게 되면서 가장 먼저 얘기했던 게 이 곡을 저에게 달라는 것이었어요. 원래 노래의 영어 제목은 '돈트 스탠드 어사이드(Don't stand aside·방관자가 되지 말아요)인데 이 부분이 와 닿았고 또 앨범 콘셉트와도 맞아서 삽입하게 됐죠. 하지만 정작 녹음할 땐 이 메시지가 저에겐 너무 강렬하고 노골적이라 느껴져서 과감하게 허락 받고 없앴어요."

-이번 앨범 모든 영상 작업엔 ABT가 참여하셨습니다. 영상 작업에서 중요한 건 무엇이었습니까?
[서울=뉴시스] 이소. 2022.11.27. (사진= 본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소. 2022.11.27. (사진= 본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ABT는 2020년에 낸 싱글 '나는 어디'부터 함께 작업한 동료입니다. 이번 2집에는 '둥지' 뮤직비디오·라이브를 포함 무려 8편이나 함께 작업했습니다.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청각으로 듣는 곡을 얼마나 잘 시각화시키느냐였던 것 같아요. '이소 블루스'는 단순하면서도 아주 슬프게 나왔어요. 인어 공주가 물거품이 되는 때처럼 어릴 적 제 사진이라 유독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는데 ABT의 말은 제 사진 속 포즈가 지구를 지키는 수호대인 마치 '파워레인저' 같은 느낌이었대요. 그 외의 뮤비와 라이브도 정말 멋집니다. . 꼭 제 노래라서가 아니고요."

-'일로와이로' 강원우 씨, 레인보우99(Rainbow99) 씨도 이번 앨범에 힘을 실었습니다.

"강원우 씨는 같은 제주도민이에요. 싱글 '연월'이라는 곡을 통해 처음 함께 작업을 했고 그 이후 계속 작업했습니다. 이번 2집 역시 원우 씨의 센스를 믿고 두 곡을 도와달라 부탁했고, 앨범 전체 마스터를 원우 씨가 했어요. 굉장히 대화가 잘 통해요. 제가 지식이 별로 없어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표현해도 다 이해해주고 그 표현을 편곡에 담으려 애써주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레인보우99 씨는 예전부터 지인을 통해 알고 지냈어요. 굉장히 개성 강한 음악을 하는 게 자꾸 눈에 띄어 계속 그분의 음악을 듣곤 했어요. 그러다 음악이 좋아졌고 또 저와 같은 싱어송라이터들과 협업한 활동들을 보다가 용기를 내어 연락하게 됐습니다. 경음악을 하는 분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특히 기타리스트인데 기타보다 신시사이저와 가상 악기에 집중하는 게 신기했어요. 그의 음악 속 음의 배열들이 특이하면서 그 표현에 매료됐죠. 함께 작업하면서 덕분에 저도 많이 배웠어요."

-이소 씨의 삶과 노래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는 섬이죠. 이소 씨에게 섬의 의미는 무엇이며 예전과 지금 그것의 의미가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까? 제주는 이소 씨에게 어떤 곳인가요?
[서울=뉴시스] 이소. 2022.11.27. (사진= 본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소. 2022.11.27. (사진= 본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섬 은 외로움과 편안함 그 사이에요. 마치 엄마의 자궁 안처럼 고립된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고요한 편안함을 선사하죠. 제주는 제겐 아름다운 감옥 같아요.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혹은 벗어날 수 있지만 벗어나지 않는. 예전엔 막연히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어딜 가도 건너 건너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항상 행동을 조심해야 하고 또 사람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눈치도 많이 보는 편이라 쉽게 노출이 되는 제주가 불편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외지로 여행을 가는 걸 좋아했어요 하지만 길게면 길게 짧게는 짧게 여행을 가면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그게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곳에 머물다 제주로 돌아오면 제주를 다르게 바라보게 되고 제주가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또 느끼고요. 제가 제주에서 가장 영향을 받는 것은 제주 그 자체예요 제주의 자연(바다와 별 초록색 풀과 나무), 제주에서 만난 인연들이지요. 삶 그 자체죠. 음악을 할 때 저는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데, 아무래도 제주를 숨기려야 숨길 수 없어요."

-이번 앨범을 제작하시면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을 받으셨는데 제주도는 예술가가 예술 활동을 하기에 좋은 곳인가요? 문화예술 인프라가 몰려 있는 서울과 달리 제주에서 작업하면 좋은 점은 무엇입니까?

"어디든 좋다고 생각하면 좋고 나쁘다고 생각하면 나쁠 수 있어요. 예전엔 나쁘다 생각했어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고 생각했고요. 코로나19 이후에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모두가 방 안으로 들어가면서 어디든 외로울 수 있고 또 어디든 자유로울 수 있다고 여길 수 있죠. 표현하는 것에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환경적으로는 아무래도 서울보다 탁 트인 하늘과 언제든 가고 싶으면 10분 내로 갈 수 있는 바다가 존재하니 곡 작업할 땐 제겐 더없이 좋은 장소예요. 그리고 별이 잘 보인다는 점! '멍~' 때리며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해요. 그러다 보면 생각이 많아 지기도 하고 생각이 없어지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이 작업을 하는 데 도움이 돼요."

-제주 외 대전 등지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여셨는데 서울 공연도 추진 중이신가요?
[서울=뉴시스] 이소. 2022.11.27. (사진= 본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소. 2022.11.27. (사진= 본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단독 공연은 아니지만 서울 공연도 계획 중에 있어요. 12월9일에 라이브 클럽 빵에서 공연해요. 빵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곳이에요. 활동 초기 때부터 꾸준히 활동했던 곳이기도 하고요. 가끔 서울에 일이 있을 때마다 날짜를 잡아서 공연해요. 서울 단독 공연은 사실 모객이 부담스러워 진행하지 않고 있어요. 아무래도 문화예술 인프라가 가장 몰려 있다 보니 더욱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이걸 떨쳐내고 서울에서도 공연을 자주 진행하고 싶어요. 관심 가져 주시고 많이 보러 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공연 때마다 항상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고자 연출에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 작업을 통해 가장 성장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음향에 정말 많이 신경을 썼어요. 소리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능력이 좀 더 생긴 것 같아요. 내년엔 이 기세를 몰아 믹싱 공부를 독학할 예정이고 그 성장으로 인한 결과물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제겐 최선의 앨범이에요. 안주하지 않고 내 안에서 최선을 다한 게 가장 성장한 부분이라 느껴져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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