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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즉흥적으로 변해 서방 레드라인 예상 어려움 많아" WSJ

등록 2022.11.28 09:48:49수정 2022.11.28 09: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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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주석 러 핵위협 직접 비판하자 취소

밀수출 합의 이탈 경고 뒤 조건 없는 재연장 합의

우크라 헤르손 탈환에 합병지역 공격 경고도 빈말

러 본토 벨고로트 우크라 공격도 문제 삼지 않고

"탈 나치화" 내세웠다가 '정권 교체 추구 않는다'

위협 거듭해 패배·경제난 관심 흐트리기 노리는 듯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이거나 전사한 러시아 군인들의 어머니들을 '노보-오가료보' 관저로 초대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11.26.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이거나 전사한 러시아 군인들의 어머니들을 '노보-오가료보' 관저로 초대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11.2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여러 차례 위협을 발했으나 대부분 축소 또는 취소되면서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의 금지선(레드라인)이 어디까지인지를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전쟁 목표가 계속 바뀌는 한편 최후통첩을 발했다가 뒤집기를 반복해왔다. 이를 두고 서방 당국자들은 푸틴이 전쟁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자 즉흥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방 외교관들은 그러나 푸틴의 핵위협 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러시아가 핵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지만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터키에서 러시아 보안국장을 만난 건 핵사용을 하지 말도록 경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전쟁학 교수 마이클 클락은 “푸틴의 행동거지에 절박함이 보인다. 전쟁이 마음먹은 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안다는 것이 분명해 전쟁 장기화를 각오해야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최근 몇 주 새 수만 명의 병력을 추가 투입하고 전기 공급망 등 민간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공격이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추위에 떨도록 만들어 사기를 끌어내리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지원 비용을 늘리며 러시아가 전쟁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양측 모두 기본적 금지선을 지키고 있다.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간 직접적 교전을 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밖에 금지선으로 제시된 것들은 제대로 지켜진 일이 없다. 푸틴은 지난 9월 21일 “러시아와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혀 핵무기 사용을 시사했다. 그는 “공갈이 아니다”라고 강조까지 했다.

러시아는 또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을 사용할 것이라고 비난해 서방 당국자들이 전쟁을 확대할 구실을 찾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서방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위협이 기본적으로 서방에 공포심을 조성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멈추도록 함으로써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양보하는 휴전협상에 나서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굳건히 지속되고 있다.

푸틴의 핵위협은 국제적 비난을 자초해 러시아의 외교적 고립만 심화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술핵무기 사용은 “엄청나게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시진핑 중국 주석이 핵무기 사용 또는 위협하는 모두에 경고하는 발언으로 러시아 정부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결국 지난 달 하순 러시아 정부는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푸틴이 장시간 TV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쓸 계획이 없음을 밝히자 전 세계 각지의 러시아 외교관들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서방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쓰더라도 전쟁에서 득이 되지 않으며 미국 등이 더 깊이 관여하게 만들 것으로 지적한다. 또 1945년 이래 지속돼온 핵 금기를 깨면 국제적 고립과 비난만 자초할 것으로 강조한다.

핵위협 말고도 헛발질이 적지 않다. 지난 달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케르치 대교가 폭파된 뒤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밀수출 합의에서 이탈하겠다고 밝혔다가 72시간 만에 취소했으며 이달 초 120일 동안 수출 허용합의를 연장하는데 동의했다. 서방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이탈 입장을 고수했다면 보험사들이 곡물 운송 선박 보험을 인수하지 않게 돼 곡물 수출을 중단시킬 수 있었을 것으로 말한다. 러시아는 당초 서방이 제재를 완화해 러시아가 흑해를 통한 암모니아 수출을 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파이프라인을 재개하라는 조건도 철회했다.

푸틴은 또 지난 9월말 러시아가 합병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공격을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라던 경고도 우크라이나가 이달 초 헤르손을 탈환하면서 빈 말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인 벨고로트 등을 직접 공격하는 것도 러시아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전쟁 목표도 당초 우크라이나의 “탈 나치화”, 즉 우크라이나 정부 전복이었으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지난 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클락 교수는 러시아가 천명해온 전쟁 목표가 여러 단계로 낮춰져 왔다고 지적했다. 군사적 승리가 힘들어지면서 러시아의 목표가 “패배하지 않기 위한 전쟁을 일정 기간 지속하는 정도로 졸아들었다”고 말했다.

서방 당국자들은 푸틴의 즉흥적 대응이 러시아가 전쟁에서 불리해지고 장기화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지적한다.

일부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위협을 함으로써 단기적으로 보는 이득도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의 패배, 경제난, 외교적 고립과 전쟁의 참혹상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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