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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최저가' 정책 이어가는 홈플러스, 득일까 실일까

등록 2022.11.29 17: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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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 판매 정책 집객효과 탁월하지만 수익성 악화 원인

고환율에 원자재 가격 급등해 저가 판매 한계 부딪혀

'나홀로 최저가' 정책 이어가는 홈플러스, 득일까 실일까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10원 단위로 가격을 낮추며 최저가 경쟁을 펼쳤던 유통 업체들이 '최저가 정책'을 모두 철회한 가운데, 유일하게 홈플러스만 그대로 유지하며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출시한 6990원짜리 '당당치킨'이 돌풍을 일으키자, 이를 앞세운 저가 판매 정책으로 실적 반등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홈플러스의 저가 판매 정책이 당장 매출을 불리는 데 큰 효과를 불러올 수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올해 1월 고객 장바구니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로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만들고 매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기 신선 먹거리를 최대 50% 할인가에 제공하고 생필품은 1+1 증정하는 등 고객에게 파격 혜택을 제공하는 행사다.

경쟁사의 주요 상품 가격을 비교·검색해 최저가 수준으로 제공하는 '물가안정 최저가 보상제'도 함께 실시하며 최저가 판매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다른 유통업체들과는 상반된 행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올해 들어 최저가 정책을 선언하면서 경쟁사보다 10원 단위로 가격을 낮추며 혈투를 별였지만 최근엔 모두 중단한 상황이다. 또 할인점에 맞서 PB(자체브랜드) 제품 초저가에 판매에 나서며 '물가안정' 프로모션을 펼쳤던 편의점들도 일제히 행사를 중단했다.

이렇게 최저가 혈투를 벌이던 유통 업체들이 저가 정책을 속속 중단한 이유는 글로벌 인플레가 악성으로 치닫고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더 이상 정책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원부자재 비용 상승으로 제조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을 올리는 상황에서 최저가를 유지하려면 납품업체로부터 단가를 낮춰 상품을 받거나 마진을 줄여야 한다.

업계에서는 초저가 마케팅이 당장 주저앉은 매출을 일으켜 세울 수는 있지만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홈플러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업체의 자체적인 가격 관리로는 도저히 마진을 맞출 수 없고, 납품업체의 부담을 키울 수도 없는 실정이라 부득이하게 최저가 판매정책을 조기 중단하게 됐다"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저가 판매를 유지할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홈플러스의 경우 수 년간 실적 악화에 시달려 왔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계속 줄어들다가 급기야 지난해엔 영업 적자로 돌아선 상태다.

홈플러스 매출은 2019년 회계연도에 7조300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6조9662억원, 2021년 6조4807억원으로 계속 감소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19년 회계연도 당시 1602억원에서 2020년 933억원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133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3월~5월) 역시 56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실적부진을 이유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도 잇따랐다. 한국신용평가가 홈플러스의 신용도를 ‘BBB+’로 강등한 데 이어 한국기업평가도 기존 'A-'에서 'BBB+'로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렸다.

'당당치킨'과 최저가 판매 정책으로 집객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는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 부동산 처분에만 치중한 채 본업 투자를 중단해 고객 이탈이 이어졌고, 이로 인한 점유율 하락이 지속됐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일부 점포들을 리뉴얼하고 저가 판매 전략을 펼치면서 이탈한 고객을 다시 불러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요즘 같이 고환율에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제조업체 상품을 싸게 파는 데도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PB상품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은 채 판매 전략을 이어가면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홈플러스는 당분간 최저가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게자는 "올해 초부터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시작해 연중 운영하고 있다"며 "높아진 물가로 시달리는 고객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도 고객 수요가 높은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파격 할인 가격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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