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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에 300조 퇴직연금 '머니무브'…유동성 관리 강화해야"

등록 2022.11.30 16:15:47수정 2022.11.30 16: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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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금융리스크리뷰' 가을호 발간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약 300조원에 이르는 퇴직연금 시장의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으로 '머니무브'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디폴트옵션 금리 경쟁이 관련 업권의 유동성 위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예금보험공사가 30일 발간한 '금융리스크리뷰' 가을호에 따르면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과 금융소비자보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도입된 우리나라의 디폴트옵션 제도는 원리금보장상품을 허용하고, 디폴트옵션 상품을 근로자가 직접 지정하도록 하고 있어 제도 자체가 유발하는 추가적인 금융리스크는 미미하다. 다른 나라처럼 연금사업자가 임의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최종단계에서 여러 디폴트옵션 후보 상품 중에 하나를 선정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근로자의 디폴트옵션 선택을 투자성향과 위험등급으로 제한하고 있고, 펀드상품에 대한 위험등급 분류가 매우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만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확산된 금융시장 불안으로 고금리 경쟁과 자산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리금보장상품 편입이 허용된 디폴트옵션제도가 시행되면서, 제도 도입의 혜택을 받거나 제외된 금융상품과 금융업권 간의 금리경쟁을 매개로 한 머니무브가 심화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디폴트옵션 제도는 기본적으로 수익률 제고가 도입 목적이기 때문에 가입자들이 연금자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금융상품간 갈아타기, 금융회사 또는 금융업권간 갈아타기를 촉진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는 대체로 연말 연초에 퇴직연금 신규 기여금이 납입될 뿐 아니라, 기존의 원리금보장상품은 대부분 1년 만기로 계약되고 있어 연말 연초에 걸쳐 대규모 만기가 도래한다. 디폴트옵션 제도의 대상이 되는 자금은 확정기여(DC)형과 IRP(기업형·개인형)로 운용되는 신규자금과 만기자금들이다. 지난해 말 DC형과 IRP로 운용되는 원리금보장상품 잔액은 총 84조원으로 은행 예금이 48조9000억원, 저축은행 예금이 15조원, 보험 계약이 15조원이다.

1년 전 해당 원리금보장상품의 금리는 대부분 2~3% 수준이었는데, 현재 예금금리는 5%를 넘어서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디폴트옵션 상품 165개를 승인했는데, 이 중 원리금보장상품의 금리는 이달 기준 평균 5.13%로 나타났다. 기존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 평균 금리에 비해 평균 0.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원리금보장상품의 금리가 1년새 크게 상승했고, 일반 퇴직연금 상품 대비 디폴트옵션 상품이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어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인한 머니무브 영향은 작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송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인플레이션발 글로벌 통화긴축으로 고금리 경쟁과 자산시장 침체가 심화되는 시점과 디폴트옵션 도입 시점이 맞물림에 따라 제도 도입에 따른 머니무브의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약화된 가운데, 퇴직연금의 90%를 차지하는 원리금보장상품 내에서의 급격한 머니무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머니무브와 관련된 업권과 해당 업권 내 퇴직연금 수신 비중이 높은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유동성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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