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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드라마처럼"…자사주·기업분할 악용하는 기업들 늘어난다

등록 2022.12.01 07:00:00수정 2022.12.01 11: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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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등 자사주 이용 우호지분 확보

기업분할로 주주가치 훼손 이어져

공정거래법 개정 등 대책 필요성 커져

[서울=뉴시스] '재벌집 막내아들' 메인 포스터.2022.11.29.(사진 = JTBC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재벌집 막내아들' 메인 포스터.2022.11.29.(사진 = JTBC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인공 진도준(송준기 분)의 어머니는 드라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빚까지 내 투자했던 주식 '순양생활과학'이 기업 청산에 나서며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순양그룹 오너인 진양철 회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무 죄의식 없이 소액주주들을 희생시켰다.

드라마 속 이 장면처럼 현실에서도 지배력 강화와 승계 등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자사주와 기업 분할 제도를 교묘히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소액주주들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에너지·화학 기업 OCI는 지난 23일 회사를 존속법인인 지주회사 OCI홀딩스와 신설법인인 화학회사 OCI로 나누겠다고 밝혔다. OCI의 이 기업분할은 표면적인 목적이 화학 부문의 독립을 통한 경영 효율성 극대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다.

이 기업 분할은 기존 주주가 동일한 지분율로 신설법인 주식을 배분받는 '인적분할' 방식으로 진행한다.

OCI홀딩스는 이후 OCI 주식을 늘려 자회사로 편입시킬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고(故) 이수영 OCI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부회장이 자신이 받을 신설법인 주식을 현물 출자해 OCI홀딩스 지분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부회장이 가진 OCI 지분은 5.04%에 불과하다.

고려아연도 최근 LG화학·㈜한화와 잇달아 지분 교환에 나서며, 최대주주가 돈 한 푼 안 들이고 경영권 아군을 얻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풍그룹과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기 위해 자사주를 우호적인 기업에 넘겼다는 비판이다.

실제 고려아연 3세 경영인인 최윤범 부회장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돈독한 사이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이번 자사주 교환에 앞서 김 부회장, 구 회장 등과 직접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사업 개편이 활발한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 사업부문이던 한화갤러리아를 인적분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화갤러리아 최대주주는 한화솔루션에서 ㈜한화로 바뀐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 일가와 김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각각 지분 31.85%, 9.7%를 갖고 있는 회사다. 사실상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의 최선두에 있는 기업이 바로 ㈜한화인 셈이다.

이 기업분할 이후 한화갤러리아를 3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에게 승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화갤러리아의 소속이 김승연 회장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에서 ㈜한화로 바뀌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앞으로 김 부회장이 총수직을 승계하고, 금산 분리에 따라 분리될 한화금융그룹은 2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선 상무는 갤러리아 등 호텔·유통 사업을 승계할 예정이다.

회사 분할과 자사주 교환 등이 최대주주 사익을 위해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지며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금융업계 출신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자사주 처분을 통한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막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자사주 사들여 소각해야 주가 상승 등 주주 환원이 이뤄진다"며 "하지만 자사주를 최대주주의 지배력이나 경영권 방어, 다른 기업 인수 등에 활용하는 일이 너무 많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오너 일가를 위해 자사주를 교환하거나 기업 분할에 나설 경우 주식 가치가 근본적으로 훼손될 수 있어 이런 행위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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