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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6강 이끈 호주 감독, FC서울 올 뻔 했었다

등록 2022.12.01 14:35:00수정 2022.12.01 15: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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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FC서울과 감독직 협상…연봉 등 세부 조율과정서 이견으로 불발

벤투 한국대표팀 감독과 같은 2018년 성인대표팀 맡아 월드컵 본선 이끌어

스타 선수 부재를 조직력 등 실용 축구로 해결…덴마크·튀니지 잡고 자력 진출

아놀드 감독 ”우리는 열심히 노력했다“…승리 후에도 흥분하기보다 평정심 유지

[알 와크라=뉴시스/AP]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대표팀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뻐하고 있다. 2022.11.30

[알 와크라=뉴시스/AP]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대표팀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뻐하고 있다. 2022.11.30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호주가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한 가운데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 대표팀 감독이 재조명되고 있다. 2006년 독일대회 이후 16년 만에 조별리그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튀니지, 덴마크 축구 강호를 차례로 꺾고 자력으로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축구 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아놀드 감독은 이미 한 차례 한국에서 화제가 된 인물이다. 지난 2020년 FC서울은 사령탑으로 아놀드 감독의 영입을 추진했다. 당시 호주를 대표하는 축구 스타 출신으로 현직 대표팀 감독인 아놀드 감독의 경력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알려지며 축구 팬들의 기대도 커졌다. 양측은 순조롭게 협상을 이어가다가 연봉 등 세부 조율 과정에서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놀드 감독은 2018년 호주 성인대표팀을 처음 맡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시기와 같은 해다. 사실 아놀드 감독은 비정기적으로 선수들과 만나는 대표팀보다 매일 선수들과 부대낄 수 있는 프로팀 감독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FC서울의 영입 제안에 긍정적인 의사를 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FC서울과의 협상이 무산되면서 그는 호주대표팀 지도에 더욱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이끄는 호주 대표팀의 카타르행은 절대 순탄하지 않았다.

[알 와크라=뉴시스/AP]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대표팀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덴마크와 경기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있다. 2022.11.30

[알 와크라=뉴시스/AP]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대표팀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덴마크와 경기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있다. 2022.11.30


호주는 우선 지난 6월 아랍에미레이트(UAE)와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플레이오프(PO)를 치러야 했다. 호주가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일본에 이어 3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2대1로 호주의 승리였다.

이어 아시아와 남미 대륙 간 플레이오프가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는 10개국이 참가한 남미 예선에서 5위에 오른 페루였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호주가 열세였다. 당시 기준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으로 보면 페루가 22위, 호주는 42위였다.

호주와 페루는 단두대 매치를 펼쳤지만 승부를 내지 못했다. 양 팀은 연장까지 0대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호주가 승부차기 끝에 5-4로 승리했다.

우여곡절 끝에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오른 호주였으나 외부에선 이들의 16강행을 높게 보지 않았다. UAE와 아시아지역 플레이오프는 진땀승에 가까웠고, 페루와의 경기도 답답한 흐름이 계속되다가 승부차기 끝에 본성 진출 티켓을 따냈기 때문이다.

또 월드컵 조 편성 역시 호주의 16강 전망을 어둡게 했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제외하더라도, 유로 2020 준결승까지 올라간 덴마크가 버티고 있었고,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리그에서 뛰는 수비수가 즐비한 튀니지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호주 내에서도 과거에 비해 축구 스타가 없는 호주 대표티멩 거는 기대가 낮았다. 게다가 고른 활약을 해준 공격수 마틴 보일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이탈하며 아놀드 감독의 고심을 더욱 깊어갔다.

하지만 아놀드 감독은 이를 실용 축구로 하나하나 풀어갔다. 특출난 스타의 부재를 조직력과 팀 전술로 메꾼 것이다.

[알 와크라=뉴시스/AP] 호주 대표팀 선수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덴마크와의 경기에서 볼경합을 하고 있다. 2022.11.30

[알 와크라=뉴시스/AP]  호주 대표팀 선수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덴마크와의 경기에서 볼경합을 하고 있다. 2022.11.30



가령 선수들의 우월한 체격을 바탕으로 세트 피스 상황에서 주도권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또 오랜 기간 대표팀을 지도하며 발을 맞춰온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의 승부수는 맞아떨어졌다. 조별리그 2차전인 튀니지와의 경기에서 결승 골을 넣은 미첼 듀크는 일본 프로축구 2부리그(J2리그)인 파지아노 오카야마 소속이다. 오랜 대표팀 생활로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한 그의 용병술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어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유로 2020에서 준결승까지 올랐던 덴마크를 1대0으로 꺾고 16강을 확정 지었다.

기적과도 같은 호주의 16강 진출을 두고 호주는 물론 해외에서도 환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아놀드 감독은 차분한 모습이다. 아놀드 감독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결과물이 매우 자랑스럽다”라며 “큰 믿음이 있었고, 우리는 열심히 노력했다”며 16강 진출의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이어 우리는 지난 4년여를 믿음과 에너지를 갖고 함께 노력했다. 나는 그들의 눈을 봤고, 준비가 됐다는 걸 알았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16강에 진출한 또 다른 비결로 감정적으로 휘둘리는 대신 침착함과 철저한 준비를 꼽았다. 아놀드 감독은 ”세리머니는 없다. 우리는 튀니지와의 2차전서 승리한 후 축하하거나 감정적으로 흥분하지 않았다“라며 ”잠을 잤고, SNS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호주는 오는 4일 새벽 4시에 아르헨티나와 8강전 진출을 두고 맞붙는다. 아놀드 감독의 매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전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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