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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학자 "백지 시위 천안문 사태보다 공산당에 더 큰 위기"…NYT 기고

등록 2022.12.01 11:29:16수정 2022.12.01 14: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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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학자, NYT 기고문에서 주장

"공산당이 중국 인민을 잃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지난 27일 밤 시위대들이 백지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2.11.29.

[베이징=AP/뉴시스]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지난 27일 밤 시위대들이 백지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2.11.29.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중국 칭화대 강사 출신으로 베이징에 거주하면서 정치 분석 글을 쓰는 정치학자 우창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공산당이 인민을 잃고 있다’고 선언했다.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전율을 느끼게 한다. 지난 주말 대도시 상하이부터 신장 서쪽 끝까지 여러 지역에서 보통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숨 막히는 정부의 억압적 코로나 정책을 비난했고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요구했다.

삶을 흔들고, 가족을 생이별시키고, 경제를 망가트린 과도한 코로나 대책이 3년 가까이 계속되면서 누적된 분노가 1989년 천안문 광장 시위 이래 처음 있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분출했다. 이번에도 시위대에는 승산이 없다. 공산당이 재빨리 탄압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1989년의 잔인한 진압으로 중국인들은 정치에 관심을 끊고 겁을 먹은 채 30여년을 지내왔다. 정치는 공산당이 하도록 내버려두는 대신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식이었다. 그러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벼랑 끝에 몰린 신세대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한 것은 아이러니다.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뒤 시진핑 주석은 민주화 요구 분출 방지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왔다. 시민사회를 제거하고 주석 임기 제한을 없애는 개헌과 정적 축출을 통해 권력을 강화하면서 영구 집권할 수 있게 됐다. 비타협적 팬데믹 대응방식은 이의 연장선이며 개방사회가 진전되는 것을 막는 방편이다. 공산당이 10년 동안 중국에서 혁명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해온 끝에 제로 코로나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4월과 5월 두 달 동안 상하이가 봉쇄되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발이 잉태됐다. 모든 중국인이 2500만 상하이 시민들이 엄청난 심리적, 경제적 고통을 당하는 걸 지켜봤다. 예기치 않게 사람들이 정치 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집안에만 갇혀 있거나, 가족도 만나지 못하고, 먹을 것이 없어 고통을 당하면서, 사람들은 국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상하이가 겪은 집단 트라우마는 40년 전 시작된 개방을 경험한 중국인들로선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었으며 지난 주 시위의 원인이 됐다.

공산당은 상하이의 아픔을 조롱했다. 봉쇄가 끝났지만 그 어떤 정치적 대응도, 심리적 위안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10월의 공산당 당대회에서 상하이 봉쇄를 주도한 리창 상하이 서기가 정부 서열 2인자로 승진했다. 내년 3월에 총리가 될 예정이다. 3년 동안의 팬데믹 기간에 벌어진 전형적인 행태다. 보통 사람들이 당한 고통과 피해에 지도자들이 최소한의 윤리와 책임감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시주석이 당대회에서 독재 권력을 강화하면서 임기를 5년 연장했고 충성파들로 당지도부를 채웠다.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의 코로나 대응이 모든 인민의 지지를 받아 성공했다며 계속될 것이라고 재차 선언했다.

분노한 중국인들을 크게 자극하는 일이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전 세계에서 온 수천 명이 마스크를 벗은 채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 중국인들의 눈가리개를 벗겼다. 3년 가까이 강압적인 선전을 통해 공산당은 중국을 구했지만 미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은 엉망이었다고 들은 중국 인민들이 진실을 목도했다. 전 세계가 팬데믹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걸 말이다.

보통의 중국인들은 초현실적 고통을 계속 견뎌야 했다. 코로나 봉쇄로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졌다는 소문, 아이폰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의 노동자들이 보너스 지급 지연에 항의하다가 보안요원들과 충돌했다는 소문, 남부에서 봉쇄로 인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폭발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 24일 우르무치에서 화재로 10 명 이상이 숨진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당국은 부인하지만 많은 중국인들이 봉쇄 때문에 소방작업이 지연됐다고 의심하면서 전국적으로 분노가 확산됐다. 냉정하고 이기적이라는 중국 인민들이 공포와 분노를 공감하면서 뭉치고 있다.

나도 코로나 봉쇄로 인한 굴욕을 감내해 왔다. 양들처럼 매일 줄을 서 검사를 받고, 외출하는데 필수적인 헬스 코드를 받으려 애면글면하고, 언제 몇 주 동안 갇혀 지내게 될지 몰라 겁을 냈다. 지난 주말 나는 다른 수백만 명들과 마찬가지로 베이징 집에서 밤늦도록 휴대폰을 뒤지며 소셜 미디어에 오른 시위 장면을 찾아봤다. 젊은이들이 침묵으로 불복종한다는 의미를 담아 백지를 들고 벌이는 시위를 말이다.

지난 3년 중국에서 지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카타르시스를 누낄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느끼는 공포가 모두에게 힘이 됐다. 다음 날 시위대들이 봉쇄된 동네, 대학교 캠퍼스에서 우르무치 희생자들을 애도하면서 제로 코로나 중단과 인권, 자유를 외쳤다.

여전히 코로나에 생명을 위협당하는 사람도 있고 독감정도일 뿐인 사람도 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것은 분명하다. 시주석의 비타협적 대응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대가가 공산당 체제의 융통성 부족을 비추었고, 이데올로기와 각종 주장이 허구임을 폭로했으며, 인민의 반대가 심각함을 드러냈다. 인민의 반대는 당대회에서 철저히 외면됐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시주석과 인민 사이의 거리가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시위는 1989년보다 공산당에 더 큰 문제다. 당시는 베이징의 대학생들만 시위에 나섰다. 이번에는 전국의 노동자, 대학생, 중산층이 동시다발적으로 견제와 균형이 없는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침묵시켰던 방식의 강력한 탄압이, 그리고 보다 강력한 코로나 봉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무한정 탄압할 순 없다. 시주석의 코로나 정책은 체제의 약점을 노출시켰으며 시주석은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정치적 지지 기반을 잃고 있다. 대학생과 중산층이 그들이다.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진 건 케사르가 루비콘강을 건넌 것과 같은 격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중국의 미래가 거리의 인민들 손에 달려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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