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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英 왕립조폐국 부지에 中대사관 건립…주민 반발

등록 2022.12.01 15: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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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내 아파트 입주민들 우려

찰스 3세 국왕에 우려 서한

부지 재매입 or 땅 소유권 이전 호소

[서울=뉴시스]옛 영국 왕립조폐국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서울=뉴시스]옛 영국 왕립조폐국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중국이 영국 런던에 위치한 과거 왕실의 유서 깊은 땅에 대사관 건립을 계획 중이어서 영국 주민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고 CNN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런던탑 맞은편에 있는 이 땅은 한 때 영국 주화를 제조했던 영국 조폐국의 본거지였다. 5.4에이커, 약 2만1800㎡ 규모다. 영국 왕실은 2010년 부동산 회사에 부지를 매각했고, 2018년 중국이 이를 사들였다. 중국은 이제 수억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대사관 건물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타워햄리츠 시의회는 1일 해체된 사무실과 왕립 조폐국을 위해 지어진 19세기 웅장한 건물로 구성된 이 부지에 대한 제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계획이 승인을 받으면 이 장소는 수백 명의 직원을 위한 숙소, 문화 교류, 비즈니스 센터를 갖춘 세계에서 가장 큰 중국 외교 공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땅은 약간의 역사적인 문제가 있다. 아직은 왕실 소유였던 30여 년 전, 영국 왕실 자산을 관리하는 '크라운 이스테이트'는 경찰이나 간호사 등 필수 노동자에 주거지를 제공하는 정부 계획의 일환으로 부지 일부에 저층 아파트 단지를 건설했다. 198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 사유지를 개방하는 사진을 찍었다.

아파트 소유자들은 토지에 대한 126년 임대권을 부여받았다. 거주자는 건물을 소유하지만 자유보유권자(feeholder) 또는 임대인이 땅을 소유하는 게 영국 재산법의 일반적인 관행이다.

이런 방식의 임대는 종종 건물의 특정 활동을 제한한다. CNN이 확인한 영국 조폐국 임대 계약서엔 특정 상황에서 자유보유권자 또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자산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임차인은 소음을 유발하거나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

거주민 300명을 대표하는 왕립조폐국입주민협회는 중국 대사관이 옆에 지어지면 이러한 규정들이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될지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중국이 이 곳을 자국민 감시나 강제 귀국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영국 맨체스터 소재 중국 영사관에서 발생한 홍콩 시위대 구타 사건과 같은 일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맨체스터=AP/뉴시스] 지난 10월16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 반중 시위를 벌이던 홍콩 이주민 보브 챈(가운데 노란 마스크)이 자신을 영사관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직원들에게 저항하고 있다.

[맨체스터=AP/뉴시스] 지난 10월16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 반중 시위를 벌이던 홍콩 이주민 보브 챈(가운데 노란 마스크)이 자신을 영사관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직원들에게 저항하고 있다.


데이비드 레이크 입주민협회장은 찰스 3세 국왕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너무 광범위하고 과도해 외교적 사건이 일어날까 두렵다"고 썼다.

23년째 이 곳에 거주 중이라는 한 입주민은 CNN에 맨체스터 중국 총영사관 사건을 상기하며 "그 사건은 우리의 두려움을 키웠다. 런던 중심부에 살기 좋은 곳이지만, 중국이 진출하면 우리 삶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대사관으로 들어가는 뒷문 도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공유 정원이 있는데 내가 그 공원을 가꿀 때 중국이 내가 염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입주민들은 이에 영국 왕실에 이 땅을 다시 매입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자유보유권자가 갖는 소유권을 넘겨 받을 수 있도록 양국이 동의해 주는 것도 원하고 있다.

타워햄릿츠 시의회 웹사이트에는 중국 대사관 계획에 대한 51건의 불만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대변인은 "왕립조폐국 재개발 제안은 개발 계획 정책에 부합한다"며 "이를 근거로 경찰은 조건과 계획 의무에 따라 계획 허가 및 지정 건물 동의를 허가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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