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허회경, 기어코 기어코 노래하네…'오 사랑아'

등록 2022.12.04 07: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데뷔 1년10개월 만에 발매한 첫 정규 '메모아' 호평

"'김철수 씨 이야기', 너무 '한풀이' 같은 느낌"

[서울=뉴시스] 허회경. 2022.12.04. (사진= 문화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허회경. 2022.12.04. (사진= 문화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모든 감정의 끝엔 사랑이 있다.

싱어송라이터 허회경이 데뷔 약 1년10개월 만에 발매한 첫 정규 앨범 '메모아(Memoirs)'를 들으면 안다. "털어낸다고 툭 하고 털어질 것이 아닌" 사랑에 대해 노래한 이 음반은 함부로 감정을 발설하지 않는다.

사랑 이후 남은 편린이 멜로디와 가사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기어코' 노래해낸다. 정말 어려운 건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노래를 하지 않고 버티는 일이다. 작년 1월 싱글 '아무것도 상관없어'로 정식 데뷔해 깨끗한 목소리로 노래해온 허회경은 버티다 버티다 노래가 마음처럼 투명해질 때 기어코 노래한다.

세상에 사랑 노래가 많으니 또 하나의 연애 노래라고 치부할 수 있다. 어차피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일상다반사. 지금도 어디선가 다른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기어코 뚫고 지나가"고, 그 흔적들에서 "부지런히 사랑을 찾았어야 했나"라며 후회할 수 있다.

허회경도 결국 이렇게 속수무책인 사랑에 대해 같은 말을 한다. 하지만 그녀가 사랑을 쓰고 노래하는 건, 사랑에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에 충실하지 못해 죄스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건 사랑이 시작할 때부터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원죄. 그걸 안고 '기어코 기어코' 노래해내는 허회경은 충분하든 충분하지 않든 사랑에 대한 책임자다.

그래서 우리의 사랑에 대한 원죄가 덜어진다. 추운 겨울이 찾아오기 전에 이 음반을 들어서 다행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 문화인에서 만난 허회경은 "제 세계가 구축이 돼 세상에 나왔다는 생각에, 그간 노래해온 것이 정리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됐다는 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사랑에 대한 다양한 형태를 담아보고 싶었어요. 많은 종류의 사랑들을 다루고 싶었는데 그게 잘 구축이 됐다고 생각해 만족스럽습니다."

-잘 구축이 되기 위한 조건이 있었나요?

"우선 가사적으로 최대한 다양하게 담으려고 했어요. 그리고 사랑해온 시기들을 지나오면서 제게 스스로 했던 위로들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되뇌이면서 되짚으려고 했죠."

-'아이 호프 유어 웰(I Hope You're Well)'로 시작해 '결국 울었어요' '오 사랑아' 두 타이틀곡을 포함 총 10개 트랙이 실렸습니다. 트랙리스트 배치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이 무엇이었나요?

"일단은 뒤로 갈수록 희망을 담고 싶었어요. 마지막곡 '당신은 늘 고개를 끄덕입니다'는 '죄스런 트랙'이에요. 죄를 느끼는 사랑을 마지막에 담았는데, 처음엔 "영원 같던 시간들은 (…) 머무를 쉼터를 빙빙 찾아가네"라고 노래하거든요. 그렇게 순환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희망의 끝이 죄스러움이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묻자) 죄스러움이 있으면 그게 사랑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첫 트랙 '아이 호프 유어 웰'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서울=뉴시스] 허회경. 2022.12.04. (사진= 문화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허회경. 2022.12.04. (사진= 문화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쉬운 멜로디로 가보자'였어요. 그 쉬운 멜로디를 여러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속삭이듯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블링(녹음한 원래 트랙에 같은 멜로디를 한 번 이상 덧입히는 것)을 많이 땄죠. 로우 코러스가 깔리는데, 듀엣처럼 생각보다 크게 들려요. 여러 사람이 귀 옆에 속삭여주며 위로해주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가사를 참 예쁘게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거기에 슬픔이 배어 있어 양가적인 감정이 듭니다.

"곡마다 다르긴 한데 가사를 쭉 써놓는 편은 아니에요. '김철수 씨 이야기'(허회경을 알린 히트곡)는 가사를 쭉 쓰고 조금 수정하긴 했는데, 꽂혀 어디에 적어 놓은 단어를 보면서 멜로디 작업을 하고 동시에 착착 감기는 가사들을 붙여가면서 곡을 완성하는 편입니다."

-'기어코 기어코'도 노랫말이 참 좋은 곡입니다.

"내레이션으로 가고 싶었던 노래예요. '시처럼 쓴 편지' 혹은 '편지처럼 쓴 시' 이런 느낌으로 이 곡의 키워드인 '갈증'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사랑 속엔 언제나'는 지난 8월 싱글로 먼저 공개가 됐던 노래예요.

"사실 이 싱글을 내면서 정규 앨범엔 대한 이미지가 잡혔어요. 12월31일 마지막 날에 쓴 곡인데 다들 휴식을 보낼 때 작업실에서 한 해를 돌아보면서 느낀 감정을 적어낸 곡이죠."

-9번 트랙 '짐을 내려요'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건가요?

"결국은 내 마음을 컨트롤 하는 건 나인 거잖아요. 내가 짐을 내려놓으면 되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의 말도 소용 없고, 누구의 선택도 필요없고, 스스로 짐을 내리자는 느낌인 거죠."

-이번 앨범을 듣고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회경 씨 스스로에게도 이 앨범이 위로가 됐나요?

"전 노래에서 이야기하는 당시의 감정이 많이 생각 나요. '그래 그 땐 그런 시기였지'라는 생각이 더 크죠. 매듭이 지어져서 정리가 됐거나 한 챕터가 정리된 느낌이에요."

-데뷔를 하고 나서 거의 쉬지 않고 열심히 일 했어요.
[서울=뉴시스] 허회경. 2022.12.04. (사진= 문화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허회경. 2022.12.04. (사진= 문화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곡을 쓰는데 엄청 시간이 필요한 건 같지 않은데 곡을 써 둔 게 진짜 많았어요. 그걸 하나 하나씩 푼 거죠."

-맨 처음에 음악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요?

"원래 클래식 피아노 전공을 하려다가 친구에게 실용음악 학원 소개를 받았고 우연히 작곡을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실용음악을 시작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김광석·유재하를 좋아하게 됐고 한 땐 콜드플레이를 정말 좋아했죠. 최근엔 라나 델 레이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다크하면서 관능적인 느낌이죠, 제가 하는 음악과 다른 스타일의 노래들을 많이 들어요."

-국내 음악 신(scene)이 아무래도 아이돌 댄스 음악이라 할 수 있는 K팝에 편중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노래하면서 가장 크게 하는 고민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뭘 해야 하는가죠. 어떤 음악으로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걸 어떻게 다양하게 풀어낼 것인가요. 주목을 안 받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거예요. 물론 그 중간에 타협을 해야 겠지만 계속 방법을 찾아나가야죠."

-회경 씨 이야기를 할 때 '김철수 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지난해 10월 나온 곡인데 여전히 회자가 되고 있고 틱톡에서도 인기를 누렸습니다.

"사실 전 처음부터 별로 안 좋아했던 곡이에요. 라디오 헤드에게 '크립' 같은 존재는 감히 아니고요. 하하. 제게 큰 기회를 준 곡이고, 진짜 너무 감사하고 신기하지만 이렇게 잘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너무 쏟아낸 느낌이라고 할까요. 많이 힘든 일이 있었던 때 만든 노래인데, 지나고 나니 '한풀이' 같은 느낌이에요. 저 스스로는 그 때 감정이 어땠는지 알잖아요. 너무 쏟아냈다는 느낌이 들어요."

-내년 1월이면 데뷔 2주년입니다.

"일단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이 이렇게 만족감이 클 줄 몰랐어요.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했을 때 오는 쾌감도 이렇게 클 줄 몰랐고요. 사실 첫 싱글 '아무것도 상관없어' 발표 때는 아무 반응이 없었거든요. '좋아요'도 7개 이랬으니까. 근데 이제 많이 반응해주시고 좋은 댓글 달아주시고 소셜 미디어로 길게 본인의 상황을 설명해주시면서 많이 위로가 됐다는 말씀을 해주시니까, 큰 보람도 느끼죠. 쾌감과 보람이 합쳐져 음악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나요?

"오래 노래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70세까지 노래한다면 지금처럼 매년 신곡을 낼 순 없겠죠. 인기도 떨어져가고…. 그렇지만 오래 오래 하고 싶은 말 하면서 내고 싶을 때 내고 그렇게 길게 노래하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