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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뉴롯데' 변화①]"도전·열정 DNA 이어가자" 근본적 쇄신나서

등록 2022.12.10 13:00:00수정 2022.12.10 13: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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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하반기 롯데 VCM에 참석한 신동빈 회장(사진 = 롯데지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2 하반기 롯데 VCM에 참석한 신동빈 회장(사진 = 롯데지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뉴롯데’의 완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8월 특별사면으로 그간 경영 활동에 제약이 됐던 사법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신 회장은 해외 곳곳의 주요 사업지를 직접 둘러보고 판로 개척에 나서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행사에서 "새로운 롯데를 만들어가는 길에 창업주가 몸소 실천하신 도전과 열정의 DNA는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창업 정신을 깊이 새기면서 모두의 의지를 모아 미래의 롯데를 함께 만들어나자"고 재도약 의지를 다진 바 있다.

신 회장은 지난 3년 간 그룹 주요 핵심 사업의 역성장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유통 사업 구조조정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또 실력있는 외부 인재를 대거 영입해 50년 동안 이어오던 '순혈주의' 조직 문화마져 깼다.

특히 유통 사업을 중심으로 큰 변화를 줬다. 백화점, 마트, 편의점, 가전양판점, 홈쇼핑, 호텔 등의 유통 사업은 수 년간 부진한 실적으로 역성장 했다. 3년에 걸쳐 뜯어고친 롯데의 변화는 실적 부진을 타개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신 회장의 절박함이 묻어난 일종의 '충격요법'이라고 할 수 있다.

주력 유통 사업에 메스.…부진한 200개 점포 정리

신 회장은 지난 2017년 롯데 창립 50주년을 맞아 “과감한 혁신으로 롯데를 바꾸겠다”며 '뉴롯데'를 타이틀로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른바 '형제의 난' 이후 수사가 이어지면서 '뉴롯데' 프로젝트는 잠시 중단됐었다.

2018년 경영에 복귀한 신 회장은 그해 말 임원 인사를 통해 임원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인사 방식의 변화를 나타낸 대표적 신호였다. 2019년에는 전체 계열사의 40%에 해당하는 22개사의 대표를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8월 황각규 부회장이 용퇴하는 깜짝 비정기 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정기 인사도 한 달가량 앞당긴 11월에 진행했다.

 롯데푸드와 롯데칠성음료, 롯데지알에스 등 식품 계열사 대표를 포함해 13개 계열사 대표를 한 번에 교체했다. 아울러 600여 명의 임원 가운데 30%가 물러나고 10%가 임명되면서 100여 명의 임원 자리가 줄었다. 경쟁사보다 뒤처진 것에 대한 신 회장의 문책성 인사였다.

당시 신 회장은 부진한 유통 사업에도 메스를 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수익 창출을 못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접고, 마트 슈퍼 등의 부진한 점포도 전부 폐점시켰다.

2년에 걸쳐 문닫은 점포만 200곳이 넘는다. 롯데쇼핑 전체 오프라인 매장의 30%를 정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체질개선 작업이 시작됐다.

BU 체제도 폐지…순혈주의 깨고 외부인력 대거 영입

신 회장은 2017년 이후 지속해온 비즈니스유닛(BU) 체제도 폐지했다.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함으로써 외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였다.

BU체제는 신 회장이 검찰 수사 등으로 경영에 차질이 생기며 도입한 것으로, 4개 사업 분야에 대한 독립체제를 통한 수평적인 의사 결정 구조였다.

하지만 지주 공동대표에 주요 현안들에 대한 보고가 올라가기 전까지 4개 BU장들을 거치는 등 단계가 많아 의사결정 속도가 지나치게 느렸고, 이에 따라 사업 실행속도도 더디다는 지적이 많았다. 신 회장은 이런 더딘 조직 체계하에서는 시장 변화를 재빨리 읽지 못하고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신 회장은 파격적인 인사 단행으로 조직 체계도 바꿨다. 그간 지켜오던 순혈주의를 깨고 P&G 출신(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을 유통군 총괄대표로 임명했다. 유통 부문을 총괄하는 수장에 ‘정통 롯데맨’이 아닌 외부 인사가 선임 것은 1979년 롯데쇼핑 출범 이후 처음이었다.

이후 신세계 출신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와 LG생활건강 출신 이우경 롯데 유통군 HQ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와 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대표, 안세진 롯데호텔 대표 등도 모두 외부에서 들였다.

신 회장은 아예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스타팀(STAR)까지 만들었다. 전문가들을 각 사업 전면에 내세워 그동안 주저앉은 롯데의 위상을 빠르게 회복시키겠다는 목표였다. 스타팀에선 외부 핵심 인재를 확보하는 것부터 그룹을 이끌 최고경영자(CEO) 양성까지 인재 관리를 전담한다.

신 회장은 “융합된 환경 속에서 연공 서열, 성별, 지연·학연과 관계없이 최적의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도 정착돼야 한다”며 “다양성은 우리의 경쟁력이며 도전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제 신 회장은 기존 유통사업과 앞으로 성장 동력이 될 신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유통 명가’ 입지를 다시 굳힌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앞서 향후 5년간 37조원 규모를 투자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광복절 특별사면을 계기로 신 회장의 가동 범위가 달라졌다"며 "유통 사업 재정비를 마친 신 회장은 앞으로 롯데의 성장 동력이 될 신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복원에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룹 압박의 시초가 된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 우려는 빠르게 불식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이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 직격탄을 맞자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전방위 지원에 나서면서 그룹 부담이 가중돼 18만 임직원들은 물론,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어서다.

롯데건설의 우발부채로 추산되는 금액은 6조∼7조원 가량이지만, 그룹 전체의 현금성 자산은 15조원이 넘어서는 수준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시적 충격'이라는 게 롯데그룹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40년 롯데맨’으로 불리는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가 물러나고 박현철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으로 대표를 교체하는 '원포인트 인사'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신 회장도 유동성 지원을 위해 11억원 규모의 사재를 투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보였다.

 이번 위기에 그룹 전체가 총동원돼 자금 수혈 등 지원에 나서면서 신 회장은 11월 중하순 발표할 예정이었던 연말 정기 인사마저 이달 중순으로 미뤄 놓은 상황이다. 올해 인사에서도 근본적 체질 개선 시도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2022 하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좋은 회사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회사"라고 정의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업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 변수가 있지만 신 회장이 '뉴롯데' 방향성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인사에서도 변화를 주되 내년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위기 극복을 대비한 인사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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