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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식민지 형법 완전히 없애려다 이슬람주의 성윤리법 신설

등록 2022.12.06 20:59:05수정 2022.12.06 21: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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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불문 혼외정사' 및 '사정불문 결혼무관 동거' 처벌

[AP/뉴시스] 6일 인도네시아 법무장관(왼쪽)과 국회부의장이 형법 개혁안 통과를 앞두고 국회서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6일 인도네시아 법무장관(왼쪽)과 국회부의장이 형법 개혁안 통과를 앞두고 국회서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인도네시아가 100년 전에 만들어진 식민지 시대 형법을 완전히 새로 고치는 개혁을 단행했으나 이슬람 근본주의 색채가 강하게 들어가 오히려 퇴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니 국회는 6일 200페이지에 달하는 600조항의 새 형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949년 독립 전까지 인니를 350년 간 식민 통치했던 네덜란드가 1918년 만든 형법을 모두 없애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내용은 개혁적이라기보다는 반동적이라는 지적이다.

대통령과 국가기관을 모욕하면 그냥 잡혀 감옥에 가며 국가이념에 반하는 의견을 퍼뜨리거나 사전 통보없이 시위를 해도 형사 처벌 받는다. 무교주의, 무신앙을 권고해서도 안 되고 종교적 신성모독죄가 강화되었다.

무엇보다 외신에 많이 알려진대로 '결혼한 상태가 아닌 남녀가 성관계를 하다 걸리면' 최대 1년 형을 받을 수 있고 '어떤 이유로든 간에 공식 결혼 관계 없이 같이 살면' 6개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합의 불문 혼외 정사를 법으로 처벌하는 조항은 기존의 간통죄를 그대로 유지한 가운데 새로 생긴 조항이다. 외국인과 내국인에게 똑같이 적용되는데 성 김 주인니 미국 대사는 이런 윤리적 신설 형법 조항이 인니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와 관광 의욕을 크게 꺾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식민지 형법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으로 의회의 만장일치 통과가 이해되고 최대 무슬림 인구국 인니가 더 이상 세속주의와 온건성을 대표하는 이슬람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로 엄격하고 반동적인 성윤리 형법이 설명된다.   

형법 개혁안은 2019년 비슷한 내용으로 성안돼 국회에 올라왔으나 대학생들이 '민권' 파괴 및 제한이라며 연일 시위를 벌이자 막 재선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보류를 명령했다.

[AP/뉴시스] 6일 인도네시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인권운동가들이 이날 통과 예정의 형법 개혁안을 '여성과 성 소수자 및 종교적 소수파'를 차별하는 법이라고 시위하고 있다

[AP/뉴시스] 6일 인도네시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인권운동가들이 이날 통과 예정의 형법 개혁안을 '여성과 성 소수자 및 종교적 소수파'를 차별하는 법이라고 시위하고 있다

시위 대신 인권 단체의 몇몇 반대 성명만 있는 가운데 새 형법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는데 여기에는 퇴임을 1년 2개월 앞둔 '개혁노선'의 위도도 대통령의 재촉이 큰 힘이 되었다. 더 이상 출마할 수 없는 위도도 대통령은 지난 예로 보아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이 짙은 대선 국면 전에 형법 개혁을 끝내야 할 것으로 보았다.

이런 판단 아래 엄격한 이슬람 '샤리아 율법'을 닮은 성적 윤리 조항이 형법 속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위도도 대통령은 2019년 재선 출마 대선 때 자신을 줄곧 공격하던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의 이슬람 최고 성직자인 마루프 아민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바 있다.

아민 부통령이 이번 인니 형법 개혁 중 반동적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는 '혼외정사 발각시' 징역 1년 조항을 신설한 장본인으로 보인다.

다만 새 법은 2019년 법안과 달리 '혼외정사'와 '결혼 무관 동거'의 처벌에 배우자, 부모 및 자녀의 경찰 신고라는 제한과 조건을 두었다. 아무 관계가 없는 일반 대중이 제3자로서 문제삼아 처벌할 수는 없도록 한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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