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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5·18 구묘역 성역화사업 졸속 추진"(종합)

등록 2022.12.07 17: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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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추모연대 "광주시 인식수준에 처참함 느껴"

정다은 시의원, 일방적 추진 비판 일부 예산 삭감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광주전남추모연대가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 내 비석과 안내판 등을 정비, 교체하고 있다. (사진=광주전남추모연대 제공) 2019.12.04.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광주전남추모연대가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 내 비석과 안내판 등을 정비, 교체하고 있다. (사진=광주전남추모연대 제공) 2019.12.04.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구용희 기자 = 광주시가 관련 단체나 시민들을 상대로 한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없이 5·18 구 묘역(민족민주열사 묘역) 성역화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7일 광주시와 광주전남추모연대에 따르면 시립묘지 내 3묘역에 위치한 5·18 구 묘역은 1980년 5·18 당시 신군부의 총칼에 숨진 희생자들이 처음 안장된 곳이다.

19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이한열 열사를 비롯, 2015년 11월 14일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백남기 농민, 5·18을 세계에 알린 힌츠페터 등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매년 5월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기념식과 별개로 이 곳에서도 추념식이 열리고 있다.

묘역 입구에는 이른바 '전두환 기념비'도 묻혀 있다. 기념비는 1982년 전씨가 담양의 한 마을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모처에서 이를 발견한 오월단체들이 기념비를 수거, 민족민주열사묘역을 방문하는 참배객들이 밟을 수 있도록 묘역 입구에 묻었다.

광주시가 계획 중인 성역화 사업의 골자는 5·18 구 묘역 원형 보존화, 국립5·18 민주묘지와 구 묘역간 지하보도 신설, 구 묘역 내 야간 조명 설치, 구 묘역 주변 정자·매점·관리사무소 등의 기존 건물을 철거한 뒤 수목과 잔디를 심어 추모공원화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광주전남추모연대는 "제대로 된 의견 수렴 한 번 없이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광주전남추모연대는 매년 5·18 구 묘역을 찾아 열사들에 헌화·참배하고, 묘역 일대를 정비하고 있다.

5·18 구 묘역에 대한 광주시의 낮은 인식 수준도 꼬집었다.

광주전남추모연대는 "의견 수렴과 깊은 고민도 없이 광주시가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1980년 5·18 당시 묘역 그대로 원형보존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곧 80년 5월 이후 민족민주열사들이 안장돼 온 구 묘역의 역사성을 훼손하는 표현이다. 광주시의 구 묘역에 대한 인식 수준에 처참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시는 시비와 국비를 포함 30억 원 규모의 5·18 구 묘역 추모관을 건립할 계획"이라며 "5·18구 묘역 추모관은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되지 못한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를 안장하는 공간이다.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되지 못한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는 누구를 말하는가.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5·18구묘역 추모관 건립을 우리는 반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성역화사업 구상안에 5·18 구묘역 추모관 부지에 관한 내용이 끼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전남추모연대는 "5·18 구 묘역은 해마다 수 만명이 찾아오는 공간이다. 수 많은 시민사회노동단체에서 묘역을 가꿔 왔지만, 편의시설 부족 등 불편함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라도 광주시에서 관심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함은 당연히 환영할 일이지만 관련 단체와 시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추진되고 있음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광주시의회 정다은 의원(북구2·더불어민주당)도 성역화사업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관련 일부 예산을 삭감했다. 그린벨트 관리계획 등 변경 용역비 1억2000만 원을 제외한 설계용역비 2억7000만 원을 삭감한 것이다.

정 의원은 "야간조명 등 성역화 사업 계획 중 일부는 실현가능성과 함께 효율성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시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사실상 국립묘지 안장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위한 5·18민주묘지 확장사업으로 보인다"며 "5·18 구묘역은 사적지로의 의미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열사들의 얼이 서린 역사적 공간이다. 사업계획 단계부터 5·18단체와 유가협, 광주시민, 각계각층의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구체적인 기본구상을 작성한 뒤 시설비 명목의 예산을 이미 편성해놓은 것을 보면 광주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번 달 중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관계 단체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계획 단계인 만큼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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