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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한국인학교 방화범, SNS만 보고 '혐한' 증오심 키워…8일 선고

등록 2022.12.07 16: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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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인사 트위터 팔로우, 유튜브 보며 한국 향한 증오심 키워

"(방화 전) 재일교포와 얘기한 적 없고, 어디까지나 SNS 정보 뿐"

日검찰 징역3년 구형 "증오심에 근거…사회에 강한 불안감 안겨"

변호인측, 범행 사실 인정하고 반성한 점 참작해 집행유예 요구

[서울=뉴시스] 코리아국제학원 자료사진.(사진출처: BuzzFeed) 2022.12.0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코리아국제학원 자료사진.(사진출처: BuzzFeed) 2022.12.0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일본 오사카부 이바라키시에 있는 코리아국제학원(한국인 국제학교)에 침입해 불을 지른 일본인 남성이 소셜미디어(SNS)에서 극단적인 의견이나 근거 없는 정보를 접하면서 한국인을 향한 왜곡된 혐한(嫌韓) 증오심을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날 재일교포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에 불을 지르거나 국회의원 사무실에 침입해 건조물 손괴 및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기소된 다치카와 마코토(30·무직)의 공판이 오사카지방법원에서 열렸다. 

마코토는 지난 4월5일 새벽 학교 건물 안에 있는 골판지에 불을 질러 바닥을 훼손했다. 지난 3~5월에는 쓰지모토 기요미 입헌민주당 참의원 의원의 사무소에 금품을 훔칠 목적으로 침입했고, 오사카 시내에 있는 일본 불교계 종교법인인 창가학회(創価学会) 건물에 침입해 콘크리트 블록으로 유리창을 깨고 침입한 사실도 적발됐다.

모두진술 등에 따르면, 마코토는 트위터를 정보원으로 재일 외국인들을 비난하는 내용을 반복해서 접했고, 특히 재일교포·조선인을 방치하면 일본인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마코토는 수사 과정에서 "한국인 주소가 적힌 명단을 학교에서 훔쳐 (주소록에 실려 있는) 한국인을 습격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마코토는 검찰의 기소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 심문에서 사건 동기를 담담하게 말했다. 마코토의 계정으로 보이는 트위터에서는 "한국에 도덕따위는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등의 글을 올렸다.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평론가들을 다수 팔로우하고, 외국인을 비판하는 글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이를 확산시키려 했다.

마코토는 그러한 투고나 동영상을 보는 사이에 '행동하지 않는 것이 악', '왜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인가'라며 불만을 품게 됐고, 폭력에 호소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일교포와 직접 얘기한 적은 없고, 어디까지나 SNS 정보뿐이었다고 요미우리가 보도했다.

다른 침입·방화사건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에 대한 자세를 둘러싼 입헌민주당과 창가학회에 대한 비판적인 언설(言説)을 트위터 등에서 목격한 것이 이유였다고 밝혔다.

이날 일본검찰 측은 "증오심에 근거하는 동기는 반사회적이고, 사회에 강한 불안감을 안겼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반면 변호인측은 "편파적인 정보를 취하고 있었다고 반성하고 있다"라며 집행유예 판결을 요구했다.

마코토는 법정에서 "내가 옳다고 생각해 선악을 냉정하게 판단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마코토에 대한 판결은 오는 8일 선고된다.

마코토의 이러한 범죄를 두고 일본 사회 한편에서는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는 정보로 둘러싸인 편향된 SNS 이용 실태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SNS에서는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가치관을 접할 기회가 없어지는 위험이 지적되고 있다"며 "트위터에서는 팔로우한 사람의 글이 우선적으로 표시되는 것 외에 유튜브는 재생 이력 등에서 관심을 가진다고 추측되는 동영상이 자동으로 표시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했다.

자신이 관심이 있는 내용만 전달돼 마치 거품에 싸여 외부와 차단된 듯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필터 버블'이라고 불리는 것 외에도 닫힌 공간에서 같은 주의·주장만 증폭되는 '에코 챔버(반향실 효과)' 현상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일본 고쿠사이(國際)대학 글로벌커뮤니케이션센터의 야마구치 신이치 준교수는 요미우리신문에 "편향된 정보를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왜곡된 정의감으로 공격적으로 되어 가기도 한다"며 "SNS의 특성을 알고 정보가 편중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자각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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